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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컴퓨터와 면도날을 결합시켜라

21세기 미군 청사진 ‘조인트 비전 2020’발표

21세기 미군은 ‘슈퍼 컴퓨터’와 ‘면도날’을 결합시킨 ‘테크노(techno)군’을 지향하고 있다. 압도적 정보수집 및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목표를 정밀공격하는 것이다.

21세기 미군의 발전방향을 제시한 미 합참의 보고서 ‘JOINT VISION 2020’이 5월30일 발표됐다. A4용지 45쪽 분량에 모두 5개 장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1996년 발표된 ‘JOINT VISION 2010’을 보다 성숙시킨 것이다.

JV 2010이 걸프전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면 JV 2020은 여기에 최근 코소보 전쟁을 비롯한 1990년대 후반의 양상을 보탰다.

JV 2020의 목적은 앞으로 20년뒤(2020년)의 전쟁 환경을 전망하고 여기에 맞춰 미 군사력을 재정립하는데 있다. 내용상으로는 국제관계와 같은 정치적 문제는 제쳐놓고 순수하게 군사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5월26일 워싱턴포스트가 사전보도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아시아 중시’, ‘중국 가상적’ 등의 명시적 내용은 없다.


불확실성의 미래전쟁에 대비한 전략

미 합참이 전망하는 2020년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보고서의 한 대목. “우리는 현재 압도적 재래식 군사력과 효과적인 핵 억지력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우호적 군사균형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강력한 미국 군사력에 대응해 (적은)점차 비대칭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특정 분야의 전력 증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비대칭적 방법이란 적이 미국의 압도적인 재래식 군사력에 정면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인 방법을 채택한다는 것.

합참은 따라서 미래의 전쟁환경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정규전보다는 정규전과 비정규전이 혼합되거나 비정규전이 압도적인 양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

보고서는 미군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2020년의 전쟁 환경을 3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 미국이 앞으로도 세계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다양한 지역행위자들과 관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교통, 통신,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미국의 이해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는 것.

이에 따라 미군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모든 영역의 작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다국적군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같은 맥락에서 강조하고 있다.

둘째, 잠재적 적대세력은 앞으로 전세계의 공업·상업기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미군과 비등한 수준의 기술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업용 위성과 디지털 통신,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적대세력이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전력을 갖게 된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미군이 2020년에도 산업시대의 무기로 싸우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단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적대세력이 미군의 전력 발전에 계속 적응해나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적대세력이 미군의 주력을 회피하면서 약점을 이용해 미군 전력을 효과적으로 지연, 억제시키고 대응하는 방법을 개발할 것이란 이야기다.

합참은 “적대세력이 비대칭적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은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직면할 최대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사이버 전쟁을 포함한 비대칭적 공격은 물질적, 심리적으로 미국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미군이 우주, 바다, 육지, 공중, 정보 등 모든 영역에서 우위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주둔군과 신속하게 전세계적으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적자원과 조직 주요성 강조

보고서는 무엇보다 인적 자원과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0년의 주요 과제로 제시한 ‘정보 우위’와 ‘혁신’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과 유기적 조직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JV 2020은 지적, 기술적 혁신을 이루고 이용할 수 있는 만능형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역과 예비군에 대한 처우개선, 교육기회 확대 등을 역설했다.

조직혁신에도 우수인력 확보에 못지 않은 무게를 두었다. 정보 우위가 실전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결정력 우위’가 필수적이다. 결정력 우위란 적보다 빠른 판단과 명령을 내림으로써 전장에서 우세를 점하게 하는 것.

합참은 정보 우위가 자동적으로 결정력 우위를 보장하지는 않으며 효율적 조직체계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고서는 통제가 과도하게 집중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중·하급 지휘관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기보다는 시스템이 승패 좌우

보고서는 2020년 전쟁은 무기보다는 시스템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JV 2010에서 제시한 군사기술 혁신을 조직혁신과 컨셉의 혁신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말한다.

합참은 슈퍼 컴퓨터와 면도날을 결합시킨 형태로 미군을 구상하고 있다. 유기적 조직체계로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함으로써 작전이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수행되도록 한다는 이야기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미래 전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방위 공격력과 전방위 방어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합참은 “전방위 공격과 방어를 위해서는 정보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보고서는 본토와 해외주둔 미군이 다양한 사이버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정보전도 통상적 개념과 달리 물리적 파괴와 심리전, 컴퓨터망 방어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전의 요체는 미국 정책입안자들을 보호하고 분쟁시 적의 정보작전에 타격을 주는 것. 보고서는 사이버 공격에 맞서 미국의 정보체계를 방어하는 동시에 적대세력의 컴퓨터망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2020년까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6/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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