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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 조현정 비트 컴퓨터 사장 (下)

병원과 의원을 상대로 한 비트컴퓨터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다.

의료정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올림픽 성화 봉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나아가 문화예술축전의 업무 자체를 전산화해 인력과 재원을 크게 줄였다.

특히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동원한 프로그램이 TV 화면에 나타나자 일반인은 마치 신천지를 발견한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담당자들도 컴퓨터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도 아시아의 언론들이 비트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인정하고 나섰다. 이듬해인 1989년 1월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조현정 사장을 큐닉스의 이범천 사장, 삼보컴퓨터의 김종길 사장과 함께 한국의 ‘떠오르는 별’ 3인으로 선정했다.


프로그램 개발에 '17년 외길'

의료 정보에만 한 우물을 판 조현정 사장. 한 분야에서 17년을 종사했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IT) 분야의 혁명적 변화로 지난 17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고 조사장은 회고했다. “되돌아보면 17년이지요. 그런데 엊그제 일 같아요. 청량리 맘모스 호텔에서 하얗게 밤을 새며 컴퓨터와 시름하던 일이며, 소프트웨어가 왜 중요한지 한마디라도 더 하기위해 의사들을 잡고 늘어지던 그 많은 날과, 돈이 모자라 발을 동동 굴렸던 추운 겨울날들. 86년 7월인가,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시도하면서 그제사 한시름 돌렸을 겁니다.

값이 너무 비싸 구입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병원측에 임대한 것인데 먼저 프로그램을 깔아준 뒤 매월 관리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받았죠. 그때는 거창하게 소프트웨어 매니지먼트비라고 불렀어요. 정기적으로 일정한 몫돈이 들어오니까 기분도 좋았어요.

하지만 돈을 받으려면 계속 새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비스해야 했어요. 또 의원, 개인병원, 중간급 병원, 대형병원 등 규모에 맞게 새 프로그램도 내놓아야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매월 임대비가 매출의 20%까지 올라가기도 했어요. 이제는 2%대로 떨어졌지만.”

새 프로그램 개발은 끝이 없었다. 첨단 장비가 들어오면 기존의 프로그램과 연계시키는 솔류션이 또 필요했다.

그래서 일반 진료에 활용되는 OCS, PACS, 3Dview 등이 나왔고, 약국과 임상병리 분야의 자동화를 위해서는 Interface, Robot, 멀티미디어 기술이 필요했다.

정형외과 및 치과의 임플란트 제작을 위한 CAD/CAM 기술도, 각종 임상자료 보관 및 교환을 위한 데이터 웨어하우징과 그룹웨어도 간단없이 개발해 의료분야에 투입했다. 1992년에는 소규모 의원을 상대로 한 닥터비트 프로그램을 개발, 고객을 집단으로 교육시켜 스스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사재 20억 출자해 학술장학재단 만들어

끊임없는 솔류션 개발 강행군 속에서 조사장이 터득한 것은 뭐든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는 사실.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로닉(GE)회장이 일찌감치 간파한 인생철학이지만 조사장에게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어려울 때 진정한 나눔의 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풍족하면 모르죠”라고 말하는 조사장에게는 공부보다 기술을 먼저 배워야 했던 불우한 시절이 있었다. 또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의료정보 분야에 단신으로 뛰어들어 헤쳐나가야 했던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나누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직장에서 사장과 직원이 나누는 게 있고 회사가 사회와 나누는 게 또 있죠. 제가 가장 마지막으로 생각해낸 게 컴퓨터 프로그램 교육센터를 세워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이미 10년전 이야깁니다.”

비트컴퓨터의 프로그램 교육센터는 좀 별나다. 120명이 정원인데 300명이 몰리더라도 일정한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면 20명도 뽑고, 40명도 뽑고, 그렇게 한다. 지금은 64명이 수업중이다.

6개월 코스에 최고의 시설, 최고의 강사진이지만 교육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단, 교육생이 교육중에 개발한 프로그램은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도록 소스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소스 등을 담은 비트프로젝트가 36호까지 나와 있다. 그가 사재 20억원을 출자해 학술장학재단을 만든 것도 또 하나의 나눔의 실천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큰 것을 보자는 것이다. 이 철학에 따라 비트검퓨터에는 10년 전부터 결재라는 게 없다. 구두로 보고하고 바로 결정하고 또 실행에 들어간다.

“왜 결재를 안하느냐고요? 글쎄요, 아마 돈 집행에 대해 일일이 결재하면 하루에 약 250만원, 1년에 약 5억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거 일일이 챙기는게 얼마나 힘들고 골치 아픈지 아세요. 그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곳에 사용하면 5억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지금 이 건물(비트 컴퓨터 사옥)을 지난해 3월에 구입했는데 이미 70억원 정도 올랐어요. 직원의 돈씀씀이에 신경쓰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호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 조사장도 이미 자본의 논리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은 부동산에 투자를 잘 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벤처의 정신은 어디에 갔을까. “직원의 창의력을 가장 중시하죠.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했느냐는 따위의 말은 비트컴퓨터의 사전에는 없습니다”라고 강조하는 조사장. 어쩐지 뒤끝이 공허하다.


벤처 인큐베이팅 등 사업영역 확장

비트컴퓨터는 1997년 코스닥 시장 상장을 계기로 본격적인 도약기에 들어섰다. 사업영역은 의료정보사업을 넘어 인터넷 관련 사업, 벤처 인큐베이팅 등으로 넓어졌다.

의료정보사업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작한 인터넷 관련사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명함서비스인 E-NC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올해 초에는 의료용품과 의약품 전자상거래(EC)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또 병원 호스팅 사업도 준비중이다.

비트컴퓨터가 야심차게 준비중인 사업 분야가 있다면 바로 벤처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왕십리 민자역사에 대규모 벤처타운을 조성하기 위한 협약을 철도청과 체결하고 5,500평 규모의 벤처타운 건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에는 포화상태란 없습니다. 항상 새로운 게 있고 개발하면 새로운 것이죠.” 조현정 사장의 야무진 꿈은 항상 새로운 것을 향해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지는데 있고 그런 노력이 세상을 바꿔가고 있다.


"외롭고 긴 벤처가시밭길 넘은 의리파"

조현정 사장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매사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학창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만큼 비즈니스 마인드도 있었고 똑똑한 친구였다.

그의 강점은 친구와의 의리다. 젊은 시절에는 친구와의 우정을 위해서 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천리길도 마다않고 찾아다녔다. 그래서 친구들보다 친구부모님들께 더 인기가 있었다.

“(조)현정이는 공부도 잘하지만 놀기도 잘하고,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항상 모든 일에 열성적이다”라는 칭찬을 받았다.

가끔은 너무 주관이 강하고 앞장서기를 좋아해 친구들끼리 부딪치기도 했다.그러나 개성이 강한 친구끼리는 흔한 일 아니냐? 뒤끝이 없다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대학다니면서 창업한 뒤 친구들과 다른 길을 길어가면서 많이 고통이 있었으리라 믿는다. 외롭고 긴 벤처기업의 어려움속에서도 젊음과 열정을 불태운 결과로 오늘날의 비트컴퓨터가 탄생했다. 그의 성격상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믿었지만 이렇게 큰 족적을 남기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배려해주고 도와준 덕이라고 여겨진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대표로, 사회의 공인으로 그 위치가 높아져 그런지 최근에는 얼굴보기도 힘들어졌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기금도 선뜻 내고, 교육사업에도 투자하는 등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 뿌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불만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옛날보다 더 짜졌다는 불만이 있으니까. 친구들이 투덜대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송성호 (주)하이테크벤처캐피탈 사장]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6/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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