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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교제와 휴대폰이 만났다

원조교제에 악용되는 무선인터넷

무선 인터넷, 청소년 탈선도구로 전락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휴대폰 문자 서비스가 원조교제의 수단으로 악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초경찰서는 휴대폰을 통해 원조교제를 한 인천 K대 구모(19)양과 서모(24)씨를 원조교제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양은 수업시간에 011 n-top 게시판에 ‘전 인천 여 19 원조교제 구함’이라는 메시지를 올려 공개적으로 원조교제 대상을 구했다.

그러나 구양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경찰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한 원조교제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통화방법이 간단하고 가격이 싸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011, 016 등 대부분의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몇번의 휴대폰 버튼조작으로 인터넷 문자 게시판에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

무선인터넷은 이용요금도 일반 통화료에 비해 20~60% 저렴하다. 더욱이 문자메시지는 한 건에 고작 30원인데다 018 M.com의 경우에는 문자메시지 400개까지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직접 통화하는 것보다 비용부담이 적어 휴대폰 문팅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단속 또한 어렵다. 청소년들이 휴대폰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전화번호를 올리고 상대는 그 번호를 통해 은밀하게 접촉하기 때문에 원조교제 증거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원조교제는 주로 전화방이나 PC방 등 특정장소를 근거로 이뤄져 추적이 그만큼 쉬웠다.

그러나 휴대폰을 통한 원조교제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자유로운 청소년들의 휴대폰을 일일이 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풍문여고 김다영(16)양은 “몇몇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휴대폰으로 인터넷 채팅에 몰두하곤 한다”며 “인터넷 사용료만 2만원이 넘게 나오는 학생도 있고 더러는 원조교제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이에 무선 인터넷이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것은 올 2월께 011이 n-top을 출시하면서부터.

지난해 9월 016이 퍼스넷이라는 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011이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하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계는 무선 인터넷을 앞으로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핵폭탄’으로 여기고 있다.

016홍보팀 박홍희(28) 대리는 “청소년들은 문자 서비스와 인터넷 성능을 휴대폰 구매의 결정기준으로 삼는다”며 “어떤 품질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 치열한 서비스 경쟁

016의 경우 유료 무선데이타 통신 이용자만 하루 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K n-top도 현재 가입자수가 200만명 정도.

SK측은 올 연말까지 700만명 이상이 가입할 것으로 보고 매출액도 1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다. 016은 이보다는 적지만 5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갖고 있으며 가입자 대부분은 청소년이다. 업계는 연말까지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이란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휴대폰으로도 인터넷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 이 기술은 인터넷의 쌍방향성에 휴대폰의 이동성을 가미해 인터넷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이해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콘텐츠들이 제공되며 청소년들은 채팅과 특이한 문자 제공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모고교 2학년 김아연(17)양이 이야기. "문팅으로 한달에 보통 문자 메시지르 ㄹ200회 안팎으로 보내고 무선 인터넷에 들어가 게임도 많이 한다. 많이 보내는 애들은 400회도 넘는다. 친구들도 직접 통화대신 문자를 많이 보낸다."

무선인터넷과 문자 서비스는 길게 글쓰기를 싫어하는 신세대들의 취향과 저렴한 통화료가 맞아떨어져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다.

안양 K여고 문모(26) 교사는 휴대폰이 학생들의 원조교제를 조장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몇몇 학생은 원조교제로 용돈과 휴대폰 요금을 충당하는 눈치다. 가끔 수업시간에 남자들과 채팅을 하는 여학생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평범한 이성친구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게시판에 원조교제 내용이 대부분

실제로 각 이동통신업체의 무선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난 서울 여 연락 바람’ ‘원조할 여자 구함’ ‘원조여자 문자줄래 용돈줄께요’ 등 원조교제를 원한다는 내용의 짧은 게시물이 대부분이다.

특히 n-top이나 퍼스넷처럼 가입자가 많은 곳은 원조교제를 원한다는 여자회원의 글이 올라오면 순식간에 5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지난달 휴대폰을 통해 원조교제가 이뤄진다는 기사가 일간지에 보도되자 011은 무선 인터넷 게시판에 오르는 음란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삭제하고 3번 이상 음란한 문자를 보내는 고객에게는 서비스 불가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많다. 이 조치 이후 청소년들이 ‘친구를 구합니다’ ‘문자친구’처럼 제목만 바꿔 달아 원조교제인 줄 뻔히 알고도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

경찰 관계자는 “업계가 어떤 노력을 해도 잠시 반짝일 뿐이며 회사에 손해될 일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초경찰서 정상배(48)소년계장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인해 원조교제가 더욱 쉬워짐에 따라 앞으로 이런 유형의 범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속적인 단속을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조 교제를 하다 붙잡힌 구양은 경찰진술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문팅을 통한 원조교제는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나도 친구한테 들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문팅', 교실파괴 한 몫

무선 인터넷은 ‘교실파괴’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수업시간까지 무선인터넷을 하는 학생들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

친구들과 단순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종전의 행태와는 달리 수업시간에도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을 한다. 중앙대 인문학부 신입생 허모(19)양은 “재미없는 수업을 듣느니 채팅하거나 인터넷 게시판 검색하는 게 더 재미있다. 특히 대형 강의실 수업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딴 짓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대학생보다 고교생 사이에서 더욱 인기다. 문 교사는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꺼놓으라고 지시하지만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문팅하는 것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수업진행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선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청소년들을 타락시키고 교실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gihui@hk.co.kr

입력시간 2000/06/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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