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푸틴이 알아야 할 일

러시아 대통령으로 평양을 찾는 브라미르 푸틴은 시시콜콜할지 몰라도 세 가지 일은 알고 북한에 가야 한다. 일본에서 자칭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는 재일동포 군사외교 전문가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의 의견을 먼저 알아야 한다.

지난 5월25일에 그의 두번째 책인 ‘김정일의 통일전략’을 서울에서 낸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새로운 단군’이라면서 앞으로 5년후 그가 한반도 통일후의 시조(始祖)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그가 주간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평양 방문에서 북한에 대해 미사일 개발 계획의 중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는가 라는 질문에 엉뚱한 답을 했다.

“북한은 주권국가다. 우리는 러시아나 미국의 요구를 들을 이유가 없다. 나라 사이가 밀접하면 어려운 문제도 다룰 수 있다. 러시아가 빈 손으로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미사일 동결 요청과 더불어 다른 부문에서 원조의 손을 내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난하고 약해 남을 도울 처지가 아니다. 그럼 왜 오는 것일까. 푸틴은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을 두려워한다. 그는 아마 김정일에게 미국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지, 그 방법을 자문받으려 할 것이다.”

김명철 소장의 해괴하고 황당무계한 이런 주장의 근거는 그의 첫번째 책 ‘김정일, 조선 통일의 날’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김정일의 통일전략’의 일본어 제목은 ‘한국 붕괴, 김정일의 군사전략’이다.

그는 북한은 1995년에 3단계 탄도 미사일, 그리고 약간의 핵무기를 가지고 미국 본토를 향한 전략을 갖고 있다고 미국 주적론을 펴온 군사 전문가다. 이런 엉뚱함을 근거해 그는 푸틴의 방북을 대미 강경책을 찾기 위한 것으로 희미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런 황당무계에 비해 워싱턴타임스의 군사 전문기자 빌 거츠의 기사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는 6월30일자 신문의 ‘러시아가 북한에게 미사일 기술을 팔았다’는 컬럼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미사일의 주요 부품을 팔았다고 폭로했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미사일 부품회사가 북한에 알루미늄 합금, 미사일 유도 레이저, 전자 부품 등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거츠는 이런 정보는 미 정보기관의 전자 도청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를 수입한 북한 업체는 ‘창관신용’이란 회사로 이는 지난 6월 경제체제가 해제된 회사의 목록에서 이 회사가 빠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는 것.

미국의 관리들은 러시아가 미사일과 핵확산 방지를 주장하고 전역 미사일 방어체계를 반대하면서 미사일 부품을 수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런 모순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생산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세번째로 푸틴 대통령이 들어야 할 목소리가 ‘6·25 전쟁’에 참가한 옛 소련 참전용사의 것이다. 소련의 군사고문과 고사포병, 공군 전투조종사가 참전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들은 ‘숨겨진 병사’, ‘비밀 병사’로 감춰져 있다.

그러나 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미국의 공군 참전용사는 지난 1월 이들 전투기 MIG-15 조종사를 개인적으로 초청해 우의를 다졌다. 50주년인 6월25일에 워싱턴과 서울에서 기념식이 요란해도 모스크바는 침묵했다. 미군은 한국전쟁에 4만2,000여명이 참전했다.

그중 공군은 135명이 공중전에서 전사했다. 전투 조종사 참가인원은 2,500여명, 170대의 B-29기, 335대의 F-86기가 격추됐다.

러시아 군사역사 연구소의 발러리 야르멘코는 밝히고 있다. “물론 소련파견은 불법이었다. 중국 기지를 사용한 것은 중국의 동의를 얻었다. 많은 참전용사들은 우리 이웃을 도운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또 많은 이들이 숱한 원조와 인적 희생에도 남북한간에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것을 보면 왜 싸웠는지 모르겠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참전용사들은 북한이 그들을 죽기 전에 초청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의 소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용배 세종대 겸임교수>

입력시간 2000/07/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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