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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향계] "양보는 없다" 꼬이는 국회

[정치 풍향계] "양보는 없다" 꼬이는 국회

7월17일로 제헌절 52주년을 맞은 국회의 꼴이 말이 아니다. 임시국회 회기중에 나머지 의사일정도 합의하지 못한 채 파행상태에서 기념식을 치렀다. 여야간 대립이 너무 커 조만간 정상을 되찾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이에 따라 2조4,000억원의 추경예산안 처리가 차질을 빚게 됐고 경제·교육부총리 승격, 여성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금융계 파업의 쟁점이었던 금융지주회사법의 처리 역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영수회담 합의사항인 약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서는 여야가 긍정적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여·야

국회를 파행으로 이끈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나라당이 요구한 4·13 총선 부정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이다.

한나라당은 “4·13 총선에서 여당에 의해 광범위한 탈법선거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당선자에 대해서만 편파적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국조권을 발동해 부정선거 실상 및 검찰의 편파 수사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주장을 지난주 4일에 걸친 대정부 질문에서 집요하게 제기했고 이에 대해 여당이 신상발언 등을 통해 강력히 반발, 국회파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국조권 발동 요구에 그치지 않고 특별검사 임명에 의한 부정선거 수사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여당 입장에서 보면 “4·13 총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금권·관권 개입이 적었던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경유착에 의해 막대한 자금이 여당후보 진영으로 흘러들어가 엄청난 금권선거가 자행됐고 통·반장을 비롯해서 각급 행정기관 검·경, 정보기관 등에 의한 총체적 관권선거가 이뤄졌으며 이회창 총재가 여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참여했던 15대 총선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다.

민주당측은 “적어도 이번 총선에서는 그와 같은 의미의 금권·관권 선거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한나라당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 소집 명분 축적용으로 부정선거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7월14일 국회 파행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던 민주당 정대철 의원의 본회의 신상발언도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선수들끼리는 다 아는 문제를 갖고 알만한 이회창 총재가 왜 그러느냐”는 것이 “이회창 총재, 정신차리쇼”라고 했던 정의원 발언의 행간이다.


남북문제, 이회창총재의 딜레마

국회를 꼬이게 하는 또하나의 요인은 남북 정상회담후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에 의한 정국주도권 독점에 대한 한나라당의 견제다.

한나라당이 남북 정상회담 성과와 후속조치 방향에 대해서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북 문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차이의 탓도 있지만 남북문제라는 불랙홀에 의해 국내정치가 사실상 소멸되고 야당의 입지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이회창 총재의 대권구상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남북문제는 이회창 총재의 대권가도에 큰 딜레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물꼬가 트인 남북화해 기류를 방관하면 보수세력에 기반을 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극도로 제한된다.

그래서 일단은 남북문제의 DJ독주에 대해 강력히 제동을 거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고 나섰다. 이번 국회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 등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결국 이 연설은 북한을 자극, “이회창 놈”이라는 비난을 불렀다.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이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삼아 ‘청와대 친북세력’ 발언을 해 국회를 한바탕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총재의 ‘DJ의 남북문제 독주’ 견제는 부메랑이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형성된 남북화해의 도도한 물결을 거스르기 쉽지 않고 잘못 풀리면 반통일세력, 반화해세력으로 몰릴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북한은 차기정권의 대북정책이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 총재는 “장기집권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DJ의 정국주도권 독점과 이 총재의 대권전략이 맞부딛치는 한 국회 정상화를 비롯한 국내정치의 순항은 힘들어 보인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7/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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