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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우울한 증시, 800선 무너지나

[경제전망대] 우울한 증시, 800선 무너지나

은행 총파업에 따른 사상 초유의 금융대란 우려가 찻잔 속의 태풍, 또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멋적게 끝났다. 당연히 굿 뉴스들이 이어질 줄 알았으나 오히려 국내외 연구기관과 국제금융기구는 우리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보며 잇단 경고메시지를 발동했다.

자금시장 경색, 주식시장 혼미, 금융시장 불안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고 허겁지겁하는 관료 대신 이들이 ‘워치독’(watchdog·파수꾼)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하반기 ‘경기 급속하락’경고

우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이미 경기정점을 지났을 수도 있다”며 “과감한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있는 시간은 앞으로 6개월~1년 정도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없이 유동성만 풀어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데만 치중할 경우 하반기부터 경기가 급속히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데이비드 코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도 지난 주말 한국 정부와의 정책협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앞으로 1년간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맞춰 미국계 금융그룹 모건스탠리는 지난 주말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하향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초 “한국은 현재 개혁을 멈추거나 돌아서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줄타기 곡예를 하고 있다”며 “이제 절반 밖에 완성하지 못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다시 혼란과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가 중대기로에 섰다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정치상황마저 뒤죽박죽으로 전개돼 지난주 시장은 내내 거친 숨만 몰아쉴 뿐 갖가지 벽 앞에서 번번히 좌절감을 맛봤다.

뉴욕 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3개월만에 4,200선을 돌파하고 다우존스 지수도 6일 연속 상승, 11,000대에 육박했지만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맥을 못췄다. 외국인 매수세마저 극히 약해져 800선의 붕괴를 점치는 의견도 적지않다.

은행파업 철회에도 불구, 은행·증권주가 하락하는 ‘심술 주가’를 보면서 투자자들은 “기다리는 주가는 오지 않는다”는 격언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제헌절 연휴기간 내내 배신감을 씹었을 법하다.

신규자금의 증시유입 움직임이 아직 없고 외국인과 기관의 투자패턴도 모두 투기적으로 흐르고 있다. 순환매 장세의 마지막 단계인 우선주 바람도 심상찮다. 시장이 비과세펀드 등 ‘젊은 피’를 수혈받아 체력을 강화하고 전반적 경제환경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개인의 체력양성에 땀을 쏟는 것도 방법이다.

18일부터 국회 예결위가 열려 2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 심의에 들어간다. 곁들여 재경위는 비과세 신탁상품 신설 및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관계법령을 심의하게 되나 여야 모두 ‘저격수’만 양산하며 정치싸움에만 정신이 팔려있어 무엇 하나 제대로 될 것 같지 않다.


심상찮은 동남아발 ‘2차 외환위기’

당장 눈 앞에 펼쳐질 금주의 최대 관심사는 현대의 계열분리 문제다.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주말 정몽준 의원을 통해 “정주영씨가 현대자동차 지분 9.1%를 그대로 보유해도 좋지만 의결권만은 3%로 제한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안을 전달했다.

공을 넘겨받은 현대는 정부가 공개적으로 타협안을 내놓은 배경에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판단, 목하 고민중이다.

즉 정부안을 현대가 끝내 거부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고있는 현대건설의 처리를 심각하게 재고하겠다는 채찍이 이 메시지안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측은 현재 일단 보통주를 3%만 남기고 나머지는 우선주로 전환하는 방식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공정위의 요구를 수용하되 향후 2~3년동안 순차적으로 보통주를 우선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결국은 왕회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널뛰듯 해 무역수지 목표를 지켜나가기가 무척 힘들고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발 2차 외환위기’ 양상이 심상찮다.

이럴 수록 정부는 막연한 장밋빛 청사진에 기대지말고 가장 현실적 정책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상처뿐인 중국과의 마늘전쟁에서 보듯 지구상 어디에도 시혜적 경제는 없다. 경제관료들이 뜨거운 가슴을 가지되 항상 차가운 이성을 다잡고 나가야하는 이유다.

이유식 경제부 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0/07/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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