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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기업순례(23)] 3M

사원 창의성·현지문화 존중 ‘종합기술기업’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원이 저지르는 실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경영진이 권한을 내세워 사원에게 일하는 방식을 일일이 지시하는 실수보다는 심각하지 않다. 실수를 저질렀을 때 경영진이 이를 심하게 비판하는 것은 사원의 자발성을 죽이는 행위다. 우리가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국적기업 쓰리엠(3M)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킨 전CEO 윌리엄 맥나이트의 경영철학이다. 맥나이트는 1907년 사서로 입사해 1929년 사장, 1949년 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실수와 실패를 포용하는 맥나이트의 경영철학은 ‘사원의 창의를 바탕으로 한 기술개발’이란 3M의 독특한 혁신문화를 낳았다.

맥나이트의 철학은 현재 ‘15% 규칙’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 규칙은 기술연구원이 연구시간의 15%를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한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것.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창의력과 효율성이 가장 높다는 판단에서다.

15% 규칙이 탄생시킨 작품 중 하나는 ‘포스트 잇’. 책갈피 메모지 등으로 일반화해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포스트 잇은 본래 3M이 개발한 신제품 상표였다.


제품의 다양성과 기술력으로 승부

포스트 잇이 개발돼 제품화한 과정은 실패가 성공으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예다. 1970년 3M 중앙연구소 연구원인 스펜서 실버는 강력한 접착제를 연구하던 중 잘 붙기는 하지만 그대신 쉽게 떨어져버리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접착제 본래의 기능만 고려하면 이 발명품은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이 실패작은 실버의 동료이자 교회 성가대원인 아트 프라이에 의해 멋지게 재탄생했다. 찬송가 책갈피에 표시용으로 끼워둔 종이가 쉽게 빠지는데 불평하던 프라이는 실버가 발명한 접착제를 떠올리곤 연구실로 직행했다. 책에 자국을 남기지 않으면서 접착성이 있는 메모지는 이렇게 해서 나왔다.

테이프의 대명사가 된 ‘스카치 테이프’ 역시 3M의 고유 브랜드로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제품화했다. 이 테이프는 미국 소비자의 절약정신과 맞물려 재활용 문화를 낳는데도 큰몫을 했다.

스카치 테이프가 첫 선을 보인 것은 미국 경제에 대공황의 그림자가 엄습하던 1930년. 대공황을 극복하려는 미국인들이 망가진 물건을 수리하는데 사용하면서 스카치 테이프는 절약정신의 상징이 됐다.

스카치 테이프와 포스트 잇을 히트했다고 해서 3M의 사업영역이 생활용품이나 문구류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3M의 특징은 다양성과 기술력. 다양한 제품, 다양한 고객, 다양한 시장이 3M의 트레이드 마크다.

3M의 1999년 총매출은 156억5,900만 달러(17조2,250억원), 판매제품은 6만여종에 이른다. 산업용 제품(33억9,400만 달러), 수송·그래픽·안전부문(32억2,800만 달러), 의료제품(31억1,800만 달러), 소비자 및 오피스 부문(26억8,800만 달러), 전자·통신부문(20억1,400만 달러), 특수화학물질(11억6,600만 달러) 등이다.

3M은 ‘고객의 경쟁력을 위해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기술력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3M이 지난해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1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5년간 누적 연구개발비는 46억 달러. 보유특허만 517개에 이른다.


환경친화적 프로그램

3M은 2년 뒤 창사 100년을 맞는다. 1970년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3분의1이 13년만에 세계 무대에서 사라진 것을 감안하면 분명히 장수기업에 든다.

3M은 1902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자본금 5,000 달러의 ‘미네소타 채광·제조회사’(Minnesota Mining & Manufacturing)로 출발했다. 3M이란 이름도 이 회사의 머릿글자를 땄고, 본사도 아직 세인트폴에 있다.

1951년 처음 해외진출한 3M은 현재 60여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29개국에 연구소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해외 현지공장은 39곳. 본사를 포함한 종업원 총수는 7만5,639명에 이른다. 해외진출 중 획기적인 것은 1984년 설립된 중국3M. 개혁·개방 초기에 설립된 중국3M은 중국 현대사 최초의 100% 외국인 지분보유 회사로 기록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으로서 3M은 환경친화적 프로그램과 함께 현지화에서 특히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3M이 도입한 환경보호 프로그램은 1975년 시작된 3P(Pollution Prevention Pays·오염예방은 이익이 된다) 운동.

3P 프로그램은 생성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발생을 원천적으로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원인 기업이 오염물 발생 방지와 관리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기업철학에 근거한 것이다.

해외진출 대상인 개발도상국이 아직 환경에 눈을 뜨지 못했을 때 일찌감치 환경친화적 전략으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한 셈이다.

현지화 경영은 글로벌 경영과 동의어다. 3M의 현지화 경영은 각국의 자회사에 파견되는 본사 직원의 수를 최소화하는데 그 특징이 있다. 한국3M의 경우에도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모두 한국인이다.

이것은 해당 진출국가의 전통문화와 상거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는 3M의 글로벌 경영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물론 어느 국가의 사원이든 3M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1999년 3M의 총매출 중 52%가 해외법인에서 나온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지역사회발전에 부단한 노력

3M이 한국 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977년 한국에 진출한 3M은 지난해까지 1억1,799만 달러를 투자해 외국투자기업 중 12위에 랭크됐다. 지난해에는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해 대외경제협력 자문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3M이 고용하고 있는 한국인은 609명. 지난해 말 2,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중 수출액은 177억원이었다. 한국3M은 서울 본사와 부산, 대구지점 외에 수원과 나주의 생산공장, 평택 물류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수원공장에는 기술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국내생산 제품은 통신, 사무용 기기, 전기·전자·자동차 부품, 광택제를 비롯한 2,500여종.

한국3M의 현지화 전략은 ‘비전 2000’에서 잘 드러난다. ‘가장 혁신적이며 애호받는 기업’, ‘사원들이 자부심을 갖는 회사’, ‘모범적인 한국의 기업시민’이 3대 비전이다.

또하나 중요한 현지화 전략은 1992년부터 실시해온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 산업안전 전공자 등에 대한 장학금 수여, 나주 지역사회 발전 지원 등으로 지난해까지 2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3M은 미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 기업임을 강조한다.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내세우는 구호일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해당 진출국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고 환경을 중시하는 태도는 해외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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