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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19)] 마쓰리(祭)

불볕 무더위에도 아랑곳 없이 일본 곳곳에서 ‘마쓰리’(祭)가 펼쳐지고 있다. 신사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마쓰리는 물론, 이를 본딴 각종 여름맞이 행사, 백화점이나 전문상가의 기획 판매전도 마쓰리란 이름을 내걸고 열리고 있다.

우리말로 ‘축제’로 옮길 수 있는 마쓰리의 동사 원형 ‘마쓰루’(祭る)는 ‘제사를 올리다’ 또는 ‘혼령을 모시다’라는 뜻이다. 자연·무속 신앙의 제의를 나타내는 말로 제단 위에 희생물을 올린 모습을 그린 본딴 한자의 ‘제’(祭)를 빌어 표기했다.

그 어원은 ‘다테마쓰루’(奉る·獻る;바치다)의 동의어였던 ‘마쓰루’(奉る;떠받들다, 바치다)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중에 정치적 복종 관계를 나타내는 ‘마쓰라후’(服ふ;따르다, 복종하다)라는 파생어를 낳았다.

천황의 정치행위를 ‘마쓰리고토’(政)라고 부른 것도 이 마쓰라후와 관계가 있으나 ‘제사지내는 일’을 뜻하는 ‘마쓰리고토’(祭事)와 같은 말이다. 천황이 부족연합의 수장인 동시에 최고위 제사장이었던 제정일치 사회의 옛 모습을 더듬게 하는 말이다.

‘마쓰’(待つ;기다리다)라는 말도 발음이 비슷한 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기다려 기쁘게 맞는다’는 뜻에서 일맥상통, 같은 어원이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다만 마쓰루와 달리 마쓰는 첫 음절에 강세가 온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떨어진다.

마쓰리는 이처럼 신에게 희생물을 바치고 제사를 올리는 집단제의에서 비롯한 축제다. 영어의 ‘페스티벌’(Festival) 등 축제를 가리키는 서양어는 모두 ‘신성한 향연’을 뜻하는 라틴어의 ‘페스툼’(Festum)에서 왔다.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신성한 세계는 특정한 날짜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세속과의 통로를 연다. 이런 신성한 세계와의 접촉 기회를 통해 참가자들은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을 경험하는 동시에 세속의 때를 씻는 것이 집단의례인 축제의 보편적 성격이다.

따라서 축제는 신성한 세계와의 통로를 열거나 신성한 존재를 받들어 모시는 종교적 행위와 그 결과로서의 환희를 표현하는 집단적 놀이가 병행하는 구조를 띤다. 일본의 마쓰리도 이런 축제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일본의 마쓰리에서 가장 자주 모셔지는 신성한 존재는 마을이나 씨족의 신 ‘우지가미’(氏神)다. 우지가미에게 풍요와 행복을 비는 행위가 마쓰리의 본모습이었다. 대표적인 마쓰리의 시기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나 한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다.

전자에서는 ‘쇼가쓰(正月) 마쓰리’가, 후자에서는 ‘오봉(お盆) 마쓰리’가 대표적이다. 쇼가쓰 마쓰리는 지상의 초목이 마르고 태양빛도 약해져 가는 가운데 스스로의 영혼의 쇠약을 우려, 영혼의 소생을 비는 의례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파종기를 앞두고 만물의 소생을 빌었던 농경 의례와도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오봉 마쓰리는 풍요로운 수확을 감사드리는 농경 의례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농경사회의 여름 제사가 불교의 우란분절(盂蘭盆節)과 결합, 음력 7월15일을 전후해 열리다가 음력이 쓰이지 않게 되면서 양력 7월15일 전후로 바뀌었다.

또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동시에 수확을 감사드리는 이란의 제사 ‘우르반’과의 연관성도 유력하다. 우르반은 중국에 전해진 후 밭농사 지대의 수확제인 중원(中元)과 결합했으며 나중에 불교도가 참회의 날인 백중과 중복시켜 일본에 전했다. 수확제의 성격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설이다.

마쓰리는 우선 물과 꽃으로 신성한 영혼을 영접, 정성스레 차린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성한 영혼은 신사를 축소한 가마 모양의 ‘미코시’(神輿)나 수레 위에 실은 ‘다시’(山車)로 옮겨 모셔진다.

이를 떠메거나 떠밀고 동네를 돌면서 “왓쇼이, 왓쇼이”를 외친다. ‘왓쇼이’가 한국어의 ‘왔소’에서 왔다는 것은 통설이 된지 오래다. 미코시나 다시의 운반은 남성의 특권이었으나 2차대전 후 여성도 참여할 수 있게 됐으며 아예 젊은 여성만 참가하는 마쓰리도 생겼다.

구경꾼도 이내 먹고 마시고, 춤추고, 외치는 집단 유희에 말려 들며 광란에 가까운 집단도취와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거대한 통나무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는 마쓰리 등에서는 자주 사상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오늘날 전통적 마쓰리든, 현대판 축제이든 한결같이 집단적 카타르시스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런 마쓰리가 집단에서의 고립을 가장 두려워 하는 일본인의 집단의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먼 옛날 우리 공동체의 축제 모습을 짐작해볼 수도 있지만 종교적 열광을 닮은 집단의식의 잠재적 폭발 가능성을 생각하면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0/08/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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