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돋보기] 스타크노믹스 등

◐ 삿뽀로 여인숙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등으로 우리 문단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하성란의 두번째 장편소설. 저자 특유의 상징과 은유를 통해 ‘인간의 운명은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한다. 또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세밀한 묘사로 20대 젊은이들이 겪는 삶에 대한 고민과 방황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삿뽀로 여인숙’은 쌍둥이 남동생 선명이 교통사고로 죽은 뒤 주인공 진명이 동생이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선명의 죽음 이후 귓가에 맴도는 ‘고스케’라는 낯선 이름과 동생이 선물한 에밀레종에 이끌려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삿뽀로 여인숙까지 다다르는 진명.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으나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을 확인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운명이라는 커다란 그물에 대해 생각게 한다. 건조하지만 명료한 문장과 숨가쁘게 이어지는 사건의 반전으로 어려운 주제를 재미있는 한편의 미스터리 영화로 바꿔놓았다. 이룸, 7,500원.

◐ 스타크 노믹스

지난 2년간 전국을 휩쓸었던 스타크래프트 열풍. 10대에서 30대까지 몽땅 게임 속으로 빨려들었고 스타크래프트 신드롬이 경제, 문화 등 사회 곳곳을 강타했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도래, 가치관의 변화, 디지털 시대 등을 논할 때, 스타크래프트는 필수적 소재가 됐다.

경제적으로 1조1,389억의 산업 확대를 가져왔으며 인터넷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는 새 시대에 적응하는 산업, 새로운 비즈니스 유형, 디지털 세상에 적합한 인재 등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단순히 인기있는 게임의 장기집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상황과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역설한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디지털 시대, N세대, 문화 산업, 뉴 비즈니스 등을 분석하고 이들을 지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공전략을 제시한다. 소프트뱅크 미디어 1만2,000원.

◐ 번역과 일본의 근대

번역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번역은 일본의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렇다면 근대 일본인은 무엇을 번역했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일본 메이지 시대는 번역의 홍수를 이룬 시대였다. 메이지 초기 서양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번역 밖에 없다는 번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수많은 번역서들이 양산됐다. 불과 6~7년 사이에 수만 권이 번역되어 나왔고 분야도 다양해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번역이 이루어졌다.

그런 만큼 일본의 근대화는 번역이라는 작업을 떠나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 마루야마 마사오와 가토 슈이치가 문답식으로 일본 번역의 역사와 그에 따른 문화의 변천을 다뤘다. 번역이라는 과정을 통해 일본이 어떻게 서구의 문화를 수용하고 자기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갔는지 살핀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살핌과 더불어 일본의 영향이 컸던 동아시아의 근대까지 재조명한다. 이산, 1만원.

◐ 슬픈궁예

삼국사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록에서 악인으로 평가되고 지금까지도 애꾸눈의 험상궂은 폭압적 황제로 기억되는 궁예. 삼국사기는 궁예가 부인을 쇠몽둥이로 마구 때렸다고 기술하는가 하면 고려사에서는 수많은 부녀자들을 학살했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후삼국 시대의 호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궁예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미치광이 취급받던 그가 젊었을 때는 도량이 큰 장수였다는 사실이 새로이 밝혀지고 지략과 전술에 뛰어났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저자는 궁예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이재범 경기대 교수. 이 교수는 “학계나 일반인 사이에서 각인된 궁예의 이미지는 역사의 승자인 왕건에 의해 왜곡된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궁예는 폭정으로 쫓겨난 폭군이 아니라 천명을 알고 자결한 의군이며 왕건이야말로 치밀한 역모로 왕에 올랐다”며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한다. 천년을 음지에서 지내온 궁에의 슬픔을 달랜다. 푸른역사, 8,000원.

◐ 마음 속의 그림책

그림으로 알아보는 아이의 심리. 문제아의 내면을 미술 심리치료 방법으로 진단하고 치료코자 의도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학생들은 물고기, 나무, 동그라미 등의 그림으로 자신의 어두운 성격과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표현한다. 교사나 학부모가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참고서이자 문제아로 내몰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던지는 호소문이기도 하다. 상처받은 아이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이들을 치료해온 한 여교사의 생생한 상담기록. 미래 M&B, 8,000원.

◐ 동행

인간과 개의 우정을 모티브로 삼은 소설. 주인공 윌리와 그의 애견 미스터 본지가 볼티모어와 메릴랜드의 광대한 신세계 모험을 떠나는 로드무비같은 소설이다. 그들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며 길을 떠난다. 저자 폴 오스터는 윌리와 미스터 본즈의 눈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며 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과 개의 차이는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긴박한 스토리 전개와 박진감 넘치는 상황묘사가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열린책들, 8,500원.

◐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친북학자라는 붉은색 낙인 때문에 34년 동안이나 남쪽 땅을 밟지 못하고 독일에 머물고 있는 철학자 송두율 교수. 남북화해 무드가 최고조에 이른 요즘도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그가 지구화 시대에 왜 남북통일이 필요한지 역설한다. 모두들 세계화라고 떠들지만 아직도 세계 생산과 소비의 85%가 민족국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저자의 지적은 우리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제시한다. 한겨레신문사, 8,500원.

◐ 주식프로가 알려주는 실전투자 101가지 이야기 ‘주식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101가지 이야기’에 이은 101가지 시리즈 2탄. 초보 딱지는 뗐지만 아직은 어설픈 중급자를 위한 책이다. 초보 수준을 막 벗어난 투자자가 실전 투자에서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101가지 의문사항을 7개 테마로 묶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 해답을 제시해 주는 형식으로 돼있다. 주식의 대세를 읽는 방법, 급등주와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투자전략 등 생생한 실전 노하우가 들어있다. 국일증권경제 연구소, 1만2,000원.

◐ 디지털 2000

IT혁명과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미국 상무부의 전략 보고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와 IT 산업이 어떻게 미국 경제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지 분석한다.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의 기초에는 IT산업이 있음을 밝히고 디지털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한다. 디지털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는 책.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경제에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한다. 바다출판사, 7,000원.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9/05 20:01


송기희 주간한국부 bara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