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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황혼…갈곳이 없다] '젊은'노인들은 일하고 싶다

고령화시대…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관심 필요

“젊은 사람도 할 일이 없는데 어디서 일을 구하누. 그저 밥이나 얻어먹다가 시간되면 죽는 거지.”

우리나라도 본격적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7월1일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인구의 7%에 달하는 337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이러한 노인 인구는 더욱 늘어나 2022년이 되면 전체의 14.3%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인구의 10분의1에 가까운 이들의 생활은 빈곤, 소외, 무료함 등으로 고되기만 하다. 대부분 노인은 외로움과 황혼의 쓸쓸함을 떨치기 위해 일을 갖고 싶어하지만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노인 2,3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인 중 29% 만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빈곤·무료함에 시달리는 노인들

2년 전 직장을 그만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김진수(64)씨. 김씨는 보통 아침 9시쯤이면 잠실 롯데월드나 탑골공원으로 출근한다. 나이가 들수록 무료해지고 친구가 그리워 사람 만나기 위해 거의 매일 이곳에 들른다.

딱히 할 일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가면 자신과 비슷한 노인을 만날 수 있어 마음만은 편하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번듯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막상 은퇴하자 어느 누구도 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4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이처럼 무료한 나날이 계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퇴직하고 한동안은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즐거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탈락된 것 같아 외롭다.”

김씨는 주변의 노인 중 90% 정도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고 전한다.

“나는 그나마 모아둔 돈이 조금 있어 힘들어도 버틸 수 있지만 주위에 많은 노인은 용돈마저 없어 일자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노인을 원하는 직장은 거의 없고 어쩌다 구해도 늙은이로서는 하기 힘든 막일에 돈도 쥐꼬리만큼 밖에 주지 않아 은퇴하고 일하기가 만만치 않다.”

서울 고령자취업 알선센터의 한데레사 씨는 “하루 평균 노인 20~30 명이 일자리를 문의하지만 이들이 사무직이나 기술직을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노인 취업의 어려움을 전했다.

고령자 취업센터에 들어오는 일자리는 아파트 경비, 건물 청소, 주차관리 등 단순 노무직이 대부분이고 보수도 월 5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더욱이 구인자들이 대개 60세 이상은 꺼리기 때문에 나이가 든 노인은 단순 노무직도 얻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노인은 가방에 작은 물건을 넣어 가지고 다니며 행상하거나 길거리에 앉아서 이쑤시개, 옷걸이 등을 팔기도 한다. 하루종일 일해야 월 30~40만원 정도가 고작이지만 돈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그나마도 감지덕지다.


경로당에 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공동작업장도 노인에게 반응이 좋다. 옷의 실밥을 뜯거나 사무용품 포장 등 1건당 1~2원 하는 값싸고 단조로운 일이 대부분이지만 많은 할머니들이 작업장을 찾는다.

서울 서대문 종합사회복지관의 정미령 재가복지과장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해봐야 한 달에 10만원도 못버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외롭거나 돈이 필요한 할머니들이 매우 좋아하신다”며 노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게다가 노인들은 남아도는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아 노년생활이 더욱 힘들다. 며느리나 자식들 눈치가 보여 집에 앉아 있을 수 없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동네마다 경로당이 있지만 너무 답답하고 무료해 그곳에 가면 더 외롭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 잠실에 사는 배길수(79)씨는 집에 자식이 여럿이고 손자도 많지만 같이 있으면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한다.

“있어봐야 도움되는 것도 없고 그래서 아침 일찍 나와버린다. 내 처지를 내가 잘 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라 이제는 편히 죽기만을 바랄 뿐”이라는 배씨의 말에는 노년의 쓸쓸함이 배어난다.

또 경기 성남시 오세영(76)씨는 “경로당에 가봐야 매일 나오는 늙은이만 모여 내기 고스톱이나 장기 두는 게 전부다. 새로운 게 전혀 없고 꽉 막힌 방도 싫다. 경로당 하나만 달랑 지어놓으면 되는줄 아는데 노인들이 무슨 재미로 가느냐.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노인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며 경로시설 개선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이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경로당 대신 잠실 롯데월드 광장이나 탑골공원 같은 곳을 더 선호한다. 그곳에 가면 새 친구도 사귀고 근처 무료 급식소에서 점심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없고 편히 쉴 곳도 없는 노인은 가정과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자신의 처지에 깊은 허탈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무의탁 노인, 사회적 관심 기울여야

하지만 공원이나 무료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남는 시간을 해결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무의탁 노인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처지다. 극심한 빈곤과 질병, 그리고 돌봐줄 가족 하나 없는 외로움에 고통받고 있는 무의탁 노인의 수는 27만명이나 된다. 하지만 이들을 돌봐줄 시설이나 인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허리를 다쳐 지체장애 5급을 받은 영등포구 문래동 이순이(80)씨는 아무도 보살펴줄 사람이 없어 월 6만원 하는 다가구주택 다락방에서 혼자 산다. 이씨의 방은 창문과 화장실도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정부 보조가 나오긴 하지만 그걸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 제대로 설 수도 없는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껌을 판다.

이들에게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노인복지회 측에 따르면 연고가 없는 무의탁 노인은 보통 노인보다 취업하기가 훨씬 어려워 대부분이 박스를 줍거나 껌을 파는 등의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한국노인복지회 조현세 사무국장은 “300만 노인 대부분이 무위과 소외감으로 고통받고 있고 27만명의 무의탁 노인은 식사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10만명도 안되는 결식아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면서 노인문제는 등한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며 노인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baram@hk.co.kr

입력시간 2000/09/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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