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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꽃 찾아 떠나는 한가위 여로

봄에는 꽃, 가을에는 낙엽이 산천을 물들인다. 그래서 봄 꽃은 대접을 받지만 가을 꽃은 스산함을 알리는 코스모스 정도만 기억될 뿐이다. 사실 가을 꽃은 많지도 않다. 그러나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모처럼 맞는 한가위 연휴, 꽃을 찾아 떠나는 나들이는 어떨까. 귀성길이나 귀경길에 둘러봄직도 하다.


구룡덕봉 야생화군락지

강원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은 첩첩산중이다. 1,000㎙가 넘는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고 골짜기 또한 깊다. “그늘 졌네, 그늘 졌네, 해가 져서 그늘 졌나, 산이 높아 그늘 졌지….” 작자 미상의 이 지방 민요는 깊고 높은 지형을 잘 말해준다.

정감록에 “난리가 나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곳”이라고 명시된 3둔 4가리가 이 곳에 있다. 땅을 갈아 엎어 붉게 드러난 밭이랑도, 회색빛 전신주도, 거대한 송전탑도 이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보이는 것은 온통 푸르름, 그 사이 사이 철 이른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교통이 불편해 여행객도 뜸한 이 곳은 그래서 우리 야생화의 천국이기도 하다.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상남·기린면의 경계를 이루는 구룡덕봉(1,388m)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야생화 군락지로 꼽힌다.

망초, 개망초, 꿀풀, 노루오줌, 까치수염 등 야생화들이 섬세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반짝거린다. 4륜 구동차에 노련한 운전솜씨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들다. 아예 차를 놓고 트레킹으로 일정을 잡는다면 다리 운동도 겸할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는 구룡령으로 넘어가는 홍천군 내면 광원리. 광원교를 건너면 바로 비포장 도로다. 옥수수밭을 지나 약 4㎞를 진행하면 고갯마루.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직진하면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조경동(일명 아침가리골)이고 왼쪽의 심하게 비틀며 오르는 도로가 구룡덕봉에 닿는 길이다.

이 삼거리에서부터 구룡덕봉 정상까지 이르는 약 3㎞ 주변이 야생화 천지이다. 구룡덕봉에 오르면 사위가 시원하게 보인다. 모두가 봉우리이다.

광원리에서 아침에 출발한다면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다. 험한 길이기 때문에 장비를 단단히 챙겨야 한다. 특히 돌길이 많아 등산화가 필수이다. 쓰레기를 담아 올 빈 봉투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몰지각한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들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무안 회산연꽃방죽

거대한 연꽃의 바다가 있다. 10만여 평의 호수가 온통 연잎과 꽃으로 덮였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의 회산연꽃방죽은 동양에서 가장 너른 백련 서식지이다. 9월 말까지 하얀 연꽃이 핀다. 9월 1일부터 3일까지 연꽃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가을이 익어갈수록 연꽃밭은 더욱 장관이 된다. 주변 무안 들녘이 노란색으로 익어가면서 짙푸른 연바다가 또렷하게 색깔을 빛낼 것이기 때문이다.

회산방죽은 1930년대 무안 주민들이 만들었다.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서였다. 마을 사람이 인근 저수지에서 백련 12주를 옮겨다 심고 꿈을 꾸었는데 심상치 않았다. 하얀 학들이 저수지에 가득 앉았고 그 모습이 마치 백련이 만발한 것 같았다.

꿈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백련을 가꿨다. 그 결과 불과 60년 남짓한 세월에 동양 최대의 백련서식지가 된 것이다.

백련의 원산지는 이집트와 인도. 7월말부터 9월말까지 꽃 대궁이 잎사귀를 헤치고 나와 꽃을 피운다. 벚꽃이나 목련처럼 한꺼번에 와르르 피었다 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하나씩 꾸준히 핀다. 무리 지어 피는 황홀함은 없다.

그러나 꽃 한 송이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큰 것은 지름이 20㎝. 거의 사람 얼굴을 대하는 기분이다.

무안군은 올해 방죽의 귀퉁이를 이용해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을 만들어 놓았다. 700여 평의 뻘에 30여 종의 희귀 수생식물을 심었다. 홍련, 가시연, 왜개연, 수련, 물양귀비, 물달개비, 부레옥잠…. 지금 홍련, 수련, 물양귀비, 부레옥잠이 꽃을 피웠다.

회산연꽃방죽은 휴식처로도 그만이다. 방죽을 일주하는 산책로와 연꽃밭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연꽃의 의미와 용도 등을 설명하는 팻말, 연꽃과 관련한 시비(詩碑)를 세웠다. 포장은 하지 않았지만 비가 와도 진창에 빠지지 않도록 단단한 흙으로 다져 놓았다.

연꽃은 부처의 꽃. 진창에 뿌리를 담그면서도 순결하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묵상에 잠기는 것도 계절의 변화를 맞는 좋은 방법일 듯하다.


봉평 메밀꽃밭

언제부터인가 봉평(강원 평창군)은 가을의 화두가 됐다. 하얀 메밀꽃밭 때문이다. 메밀꽃은 이미 만개할대로 만개했고 성미가 급한 놈은 벌써 지기 시작했다. 9월말이면 메밀꽃이 모두 떨어지는게 정상이지만 관광객을 위해 시차를 두고 파종을 했다. 10월까지도 메밀꽃 벌판을 구경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가장 넓은 메밀밭은 봉평중학교 옆의 효석문화마을 부근이다. 가산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이 성서방네 처녀를 만나 하룻밤을 보냈던 물레방앗간이 옛모습대로 복원됐고 가산의 문학비가 옆에 서 있다.

메밀밭은 물레방앗간에서 길 건너편으로 끝 간 데 없는 펼쳐져 있다.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 하얀 바다에 허리까지 몸을 담근다.

메밀밭을 돌아 약 1.5㎞의 시골길을 지나면 이효석의 생가가 나온다. 유명인의 생가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평범한 농촌가옥이다. 처마 밑에 ‘가산 이효석의 생가’라고 커다랗게 문패를 써 붙여 놓았다. 집주인은 홍종률씨. 고조부가 이효석의 부친에게 샀다고 한다.

봉평에는 또 다른 꽃밭이 있다. 1995년에 문을 연 허브나라농장이다. 흥정천의 상류인 흥정계곡을 끼고 울긋불긋 꽃대궐이 만들어져 있다.

페퍼민트, 라벤다, 로즈마리 등 100여 종의 허브식물이 자라고 있다. 하얀 메밀꽃이 단조롭다면 허브나라농장을 한 번 들러봄직하다. 모든 색깔의 꽃이 갖춰져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0/09/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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