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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풍 앞에 놓인 한국] 'MADE IN CHINA'가 넘친다

환경서 먹거리, 마약, 인력까지 중국 영향

‘중국산 범람’ 추석 차례상 앞에서 한번쯤 거론했을 화제다. 납꽃게와 납생선, 타르색소로 염색된 참깨 파동이 일면서 ‘대륙풍(大陸風)’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중국산 물건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황사현상에 빗댄 말이다. 대륙풍에는 매년 봄 한반도를 뒤덮는 수만톤의 중국발 황사에 못지 않는 경계심까지 내포하고 있다. 8월31일 한솔CSN 엠서베이팀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7%가 ‘중국산 농수산물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국산이라고 해도 믿지 않아요”

중국산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상인이나 업자에게 대륙풍이 단순한 우려 단계를 넘어선 것은 사실이다. 중국산 농수산물은 물론이고 이쑤시개와 완구 등 경공업제품까지 국산제품의 씨를 말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손님들이 ‘중국산 아니냐’는 질문부터 먼저 한다. 빛깔 좋은 일등품이 오히려 중국산으로 오해받는다. 국산이라고 말해도 잘 믿지 않는다.”(서울 경동시장 상인)

“가격경쟁이 안된다. 웬만한 디자인의 물건은 국산가격의 절반도 안된다. 중국 현지공장이 없는 국내 중소제조업체는 문을 닫은지 오래다.”(경기도 부천 모 완구업체 사장)

상인들의 아우성은 중국산 물품의 수입량을 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중국산 농수산물의 누적 수입액은 10억9,300만 달러. 작년 동기에 비해 68.6% 늘어난 것으로서 지난해 총수입액(11억9,350억 달러)에 육박한다. 국내시장 점유율도 욱일승천이다.

중국산 농산물의 시장 점유율은 평균 35~40%. 중국산 참깨는 국내 수요의 67%, 마늘은 35%를 넘어섰다. 조기와 낙지는 90% 이상이 중국산이다. 서울 경동 약령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한약재는 수백종이 넘는다. 전체적으로 국산은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중국산이다.

납꽃게와 납복어를 포함한 중국산 수산물 수입액은 올들어 7월까지 2억9,300만 달러. 여기다 세관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보따리상의 수입량을 더하면 액수는 더 커진다. 애완견까지 대륙풍에 가세했다.

중국산 애완견의 주종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페키니즈(Pekingese). 올해 1~7월 보따리상들이 인천항을 통해 들여온 페키니즈는 모두 879마리였다. 8월 이후로는 하루 40마리 이상으로 수가 더 늘어났다.


마약·총기류 밀수 등은 사회불안 요인

중국산 모조품과 마약, 불법 총기류의 밀수에 이야기가 미치면 대륙풍은 사회불안 요인으로까지 비쳐진다. 9월2일 인천항에서는 중국산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 1,700여개를 들여오던 한국인이 적발됐다.

경찰은 적발된 밀수단이 최근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를 매주 1,000여개씩 밀반입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에는 180억원대의 중국산 가스라이터와 수건 등을 북한산으로 위장수입한 국내 무역업체 대표들이 적발된 바 있다.

경찰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밀반입 도중 압수된 마약은 메스암페타민 4,612g, 생아편 650g, 헤로인 100g 등 모두 5,462g. 지난해에 압수된 이들 3가지 마약은 모두 11㎏이 넘었다.

이들 압수 마약은 50만명이 동시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압수되지 않고 유통된 마약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직폭력배까지 중국산 무기를 애용하는 판이다. 지난해 5월 검찰은 ‘이리 배차장파’의 행동대원으로부터 중국제 노링코 11연발 소총 1정과 실탄 5,000발을 압수했다.

사람도 대륙풍의 예외가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 7월31일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중국인은 모두 14만2,870명. 이중 합법체류자는 6만892명으로서 절반이 산업연수생이다. 나머지 3만명은 국제결혼 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사람과 상사 주재원, 유학생(어학연수자 포함), 교수, 중국어 강사 등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불법체류자

문제는 불법체류자. 7월31일 현재 불법체류 중국인은 8만1,978명에 달해 지난해 말에 비해 1만3,180명이 늘었다. 대부분 재중동포(조선족)다.

법무부는 불법체류자중 남자는 건축공사장 등 3D업종에, 여자는 식당과 다방 등 접객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재중동포를 고용하고 있는 한 요식업주는 “조선족을 쓰지 않으면 타산을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밀입국자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비자를 받아 와서 기한내에 귀국하지 않은 불법체류자와 달리 선박 등으로 무단 입국하는 밀입국자는 당국의 통계에 전혀 잡히지 않는다. 중국 밀입국자의 압도적 다수는 물론 재중동포다.

해양경찰청은 올들어 8월28일까지 밀입국 도중 체포된 중국인이 74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중 재중동포는 721명인 반면 한족은 28명에 불과했다. 399명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체포된 중국인이 급증한 점에 비춰 밀입국자의 수도 크게 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밀입국한 재중동포가 수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인의 밀입국 물결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으로의 밀입국 대기자가 20만명에 이른다는 정보도 있다. 이같은 동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노동자가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사실상 전무하다.

노동부 고용정책과 한 관계자의 이야기. “단순히 불법체류자의 규모만 따지면 고용과 임금 등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들이 대부분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밀입국자 상황을 도외시한 안일한 분석이란 반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인의 ‘대륙지향성‘탓 자성론도

그러면 먹거리에서 인력시장까지 밀어닥친 대륙풍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륙풍은 중국의 개방과 시장경제화, 한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발전의 격차 등 복합적 요소에 기인한다. 학계와 업계의 관계자들은 대륙풍을 ‘중국산이 한국을 점령한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감정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륙풍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된 데는 한국인의 책임이 더 클 수도 있다는 반성론을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무역기관의 관계자는 최근 한중간 민간교류는 ‘대륙풍’이라기 보다는 ‘대륙 지향풍(指向風)’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인구와 국토면적, 경제규모 차이에 따른 수용자의 체감 영향력이 문제지, 실제 교류는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상호교역액수 224억 달러 중 한국이 136억 달러를 수출해 48억달러 이상 흑자를 낸 사실을 보아도 이 말은 설득력이 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대륙지향풍은 중국의 시장잠재력과 발전에 편승한 한국인의 비대칭적인 중국 러시가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인적 교류를 보자. 올들어 7월까지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인은 59만3,505명인데 반해 중국인 입국자는 25만2,337명이었다. 상호 국적기 운항은 한국측이 KAL과 아시아나를 합쳐 주 81편(편도 기준)인데 비해 중국은 6개 항공사 37편에 그친다.

기업진출는 더욱 비대칭적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현지법인과 지사 등은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국에 지사나 사무소를 열고 있는 중국 기업은 지난해 말 고작 46개에 머물렀다.

대륙지향풍은 대중국 교류협회와 중국어 배우기 열기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외교부에 등록된 중국 관련 단체는 8개에 불과하지만 비등록단체를 합치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국내에서 중국어학과나 중국학과를 개설하고 있는 대학은 100여곳. 중국에서 언어연수중인 한국인도 엄청나다.

베이징 위이엔슈에위엔(北京語言學院)에만 한국인 1,500여명이 연수중이다. 반면에 한국어과를 개설하고 있는 중국내 대학은 35개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인 악덕상혼에 문제

불법체류, 밀입국 문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은 한국인의 극성과 악덕상혼을 탓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경동 약령시 관계자의 이야기. “중국산 한약재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하등품만 수입해온 일부 업자의 과거 행태 때문이다.

일본 등에서도 중국산 한약재를 수입하지만 돈보다 품질을 우선하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없다. 옛날에는 당재(唐材·중국산 약재)가 초재(草材·국산)보다 상등품으로 여겨져 값이 비쌌다. 국산만으로는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감초와 계피, 용안육을 비롯한 한약재의 30%는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한중간의 교역은 대부분 한국측 무역업자가 알선, 중계 등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납생선 문제와 관련해 우다웨이(吳大偉) 주한 중국대사가 일방적인 중국책임론에 대해 반감을 표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측 일부 인사도 우다 대사의 이야기를 ‘이유있는 항변’으로 공감하고 있다. 국내 조직책과 밀접히 연관돼 이뤄지는 마약밀수 등은 사실상 대륙풍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국실의 이송 부장은 “상품 수출입은 비교우위에 기초해 이뤄진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범람은 무역상 당연한 현상이며, 만약 이것 자체를 문제삼는다면 대중국 수출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중국산과 관련한 문제는 검역 등 통관상 안전절차와 철저한 원산지 표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륙풍과 대륙지향풍은 체감되는 현상이다. 상호관계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분명한 사실은 대륙풍까지 거론된 만큼 한국인이 중국을 재인식할 시점에 왔다는 것이다. 맹목적인 중국 열기와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코리안 드림’을 추구하는 재중동포의 한국행 열기와 다를 게 없을지도 모른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9/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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