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북미관계, 새로운 장이 열렸다

세상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고 했던가. 꼭 50년 전 한국전쟁에서 미국의 심장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북한 인민군의 실질적인 최고책임자인 조명록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10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역사적인 미국방문을 시작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이지만 현역 인민군 차수에다 북미 관계개선에 관한 전권을 위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는 관심은 대단하다.

그의 방미에는 미국과의 핵 협상을 주도했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등 10여명의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있다. 북한의 권력서열 제2위의 실세답게 수행원 구성도 화려하다. 그를 맞는 워싱턴의 분위기도 기대에 차있는 듯하다.

세계 외교를 주무르는 여걸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그의 카운터파트로 나서고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의회도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양국간 관계개선을 위한 큰 그림이 곧 그려질 것 같은 분위기다.

정지작업은 이미 끝났다. 조명록 부위원장의 방미를 앞두고 뉴욕에서 열린 북미회담에서는 '국제테러에 관한 미-북한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반테러입장의 공식천명과 테러관련 국제협약 가입, 일본 적군파 보호조치 철회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는데 북한이 사실상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다음 수순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및 포괄적 경제제재완화조치다. 그리고 미국산 의약품과 생필품등이 북한 땅을 밟게 된다.

또한 북한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 가입한다. 북한이 오랜 고립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적으로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조명록의 방미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이런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첫 발걸음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10/1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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