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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건설한 탁월한 국가 경영자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 (앨런 액슬로드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최근 인터넷 닷컴(.com)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한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고경영자(CEO)의 자질과 능력을 꼽는다. CEO의 현명한 상황판단과 신중한 의사 결정, 그리고 인격적 성숙도가 그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패튼 리더십'과 같은 경영ㆍ비즈니스 분야와 군사ㆍ역사 인물에 관한 전기를 주로 써온 앨런 액슬로드가 펴낸 `위대한 CEO 엘리자베스 1세'는 현대인에게 매우 호감이 가는 서적이다.

이 책은 500여년전 파산 직전에 있던 영국을 세계 최대의 제국으로 탈바꿈시킨 엘리자베스 1세의 리더십을 소개하고 있다. 엘레자베스 여왕은 영국의 기틀을 잡은 여왕에 그치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지난 100년간의 통치자 중 최고의 지도자로 꼽은 난세의 히로인이다. 그는 유연하고 합리적이면서도 때론 마키아벨리 같은 추진력과 뚝심으로 위기의 영국을 구해낸 탁월한 지도자다.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는 말이 있듯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였던 엘리자베스 1세가 치세하기 직전의 영국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유럽 문명의 변방에 있었던 영국은 중세 내내 대륙의 정치ㆍ종교적 질서재편에 따라 몸살을 앓아야 하는 전형적 후진국이었다.

남으로는 대륙의 프랑스, 북으로는 스코틀랜드의 침탈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은 국력을 키워 프랑스에 도전하기도 하지만(백년전쟁) 결국 실패하고 오히려 장미전쟁이라는 내전에 빠지게 된다.

헨리 8세가 종교개혁을 실시하지만 다소 기형적으로 이뤄져 그가 죽자마자 그의 외아들(에드워드 6세)과 큰 딸(메리 1세)의 재임 시절에 영국은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따라서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하던 때는 국내적으로 신교에서 구교로 되돌아온 것에 대한 종교적 위기가 고조되고 강력한 의회로 인해 왕권이 심각히 불안정하던 상태였다.

여기에 경제적으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형국이었다. 국제적으로도 프랑스와 스코틀랜드가 여전히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를 `부도 직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영국을 구해낸, 중세 최고의 CEO가 바로 엘리자베스 1세다. 그는 1978년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파산 직전에 가 있던 크라이슬러를 구한 아이아코카 보다 더 뛰어난 지도력으로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마치 `준비된 여왕'처럼 즉위하자 마자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종교문제에서 일관된 원칙을 추진해나가고 의회와 타협하여 왕권을 안정시켰으며 화폐개혁으로 인플레를 잡았다.

신교 국가 네덜란드를 지원하여 스페인을 자극하는가 싶더니 해적 선장 드레이크를 중용해 마침내 최대 해양강국 스페인의 무릎을 꿇도록 만들었다. 세익스피어와 스펜서로 대표되는 `영국 르네상스'의 도래는 부록에 그칠 정도 였다.

역사가들은 만약 엘리자베스 1세가 헨리 8세처럼 강력한 군주였다면 아마도 의회와 정면대결을 벌이다 결국은 주저앉았을 것이고 그와 함께 나라도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한다.또한 언니인 메리 1세 같은 보수적 군주였다면 거세게 일어나는 신교운동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동시대 프랑스의 앙리 4세 같은 진보적 낭만주의자였다면 국력의 구심점이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스페인의 펠리페 2세처럼 야심에 찬 독선적 군주였다면 대륙 국가들의 집중포화를 맞아 영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는 원칙과 도덕을 중시하는 계몽적 군주인 동시에 고도의 타협과 수술에도 능한 마키아벨리형 군주 같은 양면을 모두 갖춘 불세출의 지도자였다.

이 책은 엘리자베스의 탁월한 지도력이 그의 탄생과 성장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냉혹한 아버지 헨리 8세와 완고한 의회에 사생아로 낙인 찍힌 소녀.

그의 존재로부터 위협을 느껴온 배다른 언니 메리 1세에 의해 반역의 혐의를 쓰고 어린 시절 대부분을 죄수처럼 보내야 했던 운명. 그렇기에 엘리자베스 1세에게 있어 삶은 곧 위기 극복의 과정이었다고 이 책은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엘리자베스 1세의 사상과 처세, 지도력 등을 조목조목 분류ㆍ분석해놓고 있다. 그러나 글 전체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마치 흔한 처세술을 보여주는 책을 읽는 듯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0/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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