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우리 영화의 미래를 여는 '축제 한마당'

젊은 영화인이 마련한 제1회 한국영화축제가 10월24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극장 3개관과 남산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다.

한국영화축제는 그동안 스크린 쿼터제 사수 등 한국영화 육성과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젊은 영화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

정지영 감독이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강우석 변영주 등 감독과 강제규 신철 이은 유인택 차승재 등 제작자, 영화평론가 양윤모 원용진 등이 조직위원진과 집행위원진에 참여했다. 배우로는 안성기 명계남 강수연 문성근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영화의 살 길은 관객에게 달려 있다고 보고 매년 정례화할 한국영화축제를 영화인만의 잔치가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이 한국영화를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으로 준비했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한국영화축제는 영화인과 관객이 서로 소통하고 서로 비판하고 서로 격려하는, 그리하여 우리 영화의 내일을 함께 설계하는 자리”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국영화축제는 기존의 영화제나 시상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획들로 꾸며졌다.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 9월24일부터 1년간 제작된 영화 중 36편의 극영화(표 참조) 외에 독립영화 부문을 별도로 상영하는 것.

올해는 `나는 집으로 간다', `자화상 2000', `피스톨' 등 단편영화 14편과 히로시마 신인작가상 수상작인 `존재'를 비롯, `사선에서', `아빠하고 나하고' 등 애니메이션 9편, `인간의 시간', `또하나의 세상' 등 다큐멘터리 5편, 모두 28편이 소개된다.

극장에서는 놓치고 아직 비디오로는 출시되지 않은 작품이나 일반 극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립영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셈이다.

수상내역도 여느 영화제와는 다르다. 심사위원이 아닌, 행사에 참여한 관객이 직접 투표해 작품상, 감독상, 남녀연기상을 선정하고 이와는 별로도 영화인도 네 부문 외에 각본상과 촬영상. 조명상, 편집상, 음악상, 미술상 등을 직접 투표로 뽑는다.

영화를 보는 사람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내리는 평가를 모두 비교해보겠다는 것이다. 단, 독립영화 부문은 영화선정위원회에서 우수작품을 추천, 심사위원회에서 부문별로 작품상을 시상한다.

이밖에 매 작품이 상영되고 난 뒤에는 관객이 감독 및 출연 배우들과 직접 대화를 해 서로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게 했고 주한 외국인과 청각장애인 관객을 위해 몇몇 작품에는 영문자막과 한글 자막을 넣었다.

이벤트도 있다. 평소 자주 극장을 찾을 수 없는 40세 이상 관객을 위해 1편에 한해 무료 입장권을 배부하고, 투표에 참여한 관객을 대상으로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를 추첨한다. 또 지난해 9월24일부터 1년 동안 본 한국영화 입장권 3매를 가져오면 샐??영작 중 한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측은 “내년부터는 점차 지방도시에서도 행사를 가져 부산 국제영화제에 버금가는 전국적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화문의 (02)542-4162.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www.kofis.org)


상영일정

▲25일=해변으로 가다/동감/종합병원/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주유소 습격사건/킬리만자로/오!수정/박하사탕/아나키스트/가위/반칙왕/정

▲26일=비밀/주노명 베이커리/구멍/벌이 날다/실제상황/침향/춘향뎐/해피 엔드/송어/인터뷰/비천무/미인

▲27일=하피/진실게임/그림일기/학교전설/찍히면 죽는다/섬/성춘향뎐/플란다스의 개/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텔미 썸딩/행복한 장의사/시월애


[연극]



ㆍ매직 타임

무대 뒤 배우들의 모습을 그린 재미난 작품. 성황리에 진행되었던 연극 햄릿의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배우들이 분장실에 모인다.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 신문의 비평기사를 읽고 기뻐하는 사람, 동료에게 청혼하는 사람 등 각자가 맡은 배역만큼 다양한 사연이 펼쳐진다. 제임스 셔먼 원작을 탤런트 겸 연극배우 박강정이 연출했다. 10월25일부터 12월3일까지 아룽구지 소극장. (02)538-3200.

ㆍ킬러

부조리극을 써온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의 작품. 폐쇄된 공간에서 지령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대조적인 성격의 두 청부살인업자 벤과 거스가 긴장된 상황에서 벌이는 사건을 통해 관객에게 의외의 웃음을 선사한다. 김관 연출, 조영규, 김명원 출연. 11월12일까지 유시어터. (02)3444-0651.

ㆍ불꽃의 여자 나혜석

여성연극에 주력해온 극단 산울림이 봉건적 인습에 도전했던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의 삶을 무대에 올린다. 외교관 김우영과의 결혼, 파리에서 만난 천도교 지도자 최린과의 연애, 이혼 등 고단했던 그의 일생이 여권(女權)이라는 관점에서 그려진다. 채윤일 연출, 박호영, 안석환, 전국환 출연. 10월17일부터 산울림 소극장 (02)344-5915.


[음악회]



ㆍ현순이 바이올린 독주회

미국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와 코네티컷 대학에서 수학하고 현재 광주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현순이의 바이올린 독주회. 베토벤, 로자, 사라사테, 스트라우스의 곡을 연주한다. 반주 오순영. 10월29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 (02)583-6295

ㆍ서울 챔버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젊은 연주자들이 모인 실내악단 서울 챔버오케스트라가 인디애나 음대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배익환과 함께 모짜르트의 곡들을 연주한다. 바이올린 콘체르토 3번, 교향곡 40번 등. 10월21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 문의전화 (02)548-4480


[영화]



ㆍ28일 동안

산드라 블록은 예쁘지는 않지만 편안함과 분방함으로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여배우다. 코미디물에서 특히 좋은 평을 받아온 그는 이번에도 사고뭉치이지만 밉지 않은 신문사 칼럼니스트를 연기한다. 제목처럼 28일 동안 그에게 일어나는 여러 일이 영화의 줄거리. 신인 여감독 베티 토마스가 `에린 브로코비치'의 각색자 수재너 그랜트와 호흡을 맞췄다. 21일 개봉.

ㆍ글루미 선데이

일명 `자살자의 찬가'로 불리는 `글루미 선데이'. 빌리 할리데이의 습기어린 목소리로도 널리 알려진 노래에 얽힌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30년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 여자와 세 남자 사이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헌신과, 갈망, 육감이라는 사랑의 요소가 미스터리 형식을 빌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독일 감독 롤프 슈벨이 신인 여배우 ?에리카 마로잔와 조아킴 크롤, 스테파노 디오니시, 벤 베커 등과 만들었다. 21일 개봉.

ㆍ열정의 제국

`감각의 제국'으로 유명한 일본 감독 오시마 나기사의 1978년도 작품. 전작과 마찬가지로 1896년 실제로 있었던 인력거꾼 기사부로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기사부로의 젊은 아내는 마을 청년과 맹목적 사랑에 빠져 남편을 목졸라 죽인 후 우물에 버린다.

3년의 세월이 흘러 마을에는 기사부로의 유령이 나타나는데…. 일본 최고의 치정극이라는 평과 함께 이국적 에로티시즘으로 깐느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뻔한 스토리와 이미 익숙해진 일본색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 21일 개봉.


[무용]



ㆍ스위스 링가 무용단

인천 세계 춤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공연. 현대적 감각으로 바꾸어 놓은 빠른 바흐 음악과 자극적인 테크노 음악, 디제이, 현란한 조명 등으로 관객의 눈길을 끄는 이색적 무대다. 우크라이나 민속춤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트레팍'과 `콘체르토' 등이 소개된다. 10월19, 20일. 인천대공원 메인 무대. (032)432-2083.


[공연]



ㆍ만나며 나누며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10월20일 대학로와 명동, 홍익대 앞에서 다양한 거리공연이 벌어진다. 대학로에서는 오후 7시부터 사물놀이, 뮤지컬 렌트, 난타, 이선희, 윤도현, 이박사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이 벌어지고 명동에서는 오후 4시부터 마당극과 마임이, 홍대 앞에서는 오후 6시부터 젊은 밴?드들이 콘서트와 퍼포먼스를 벌인다. 자세한 문의는 (02)760-4641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18 18:49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