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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의 계산된 '좌충우돌'

'반 DJ, 비昌' 전술로 영향력 확대 노려

요즘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최근 컴백한 가수 서태지? 아니면 LA 다저스의 박찬호? 모두 아니다. 놀랍게도 주인공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각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마다 김 전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행보를 놓고 물고 물리는 찬반 양론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한 인터넷 방송은 김 전 대통령의 고려대 강의무산 사건을 생중계, 인기 사이트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실정치무대 복귀... 절반의 성공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10월 한달 동안 아셈, 국정감사 등 굵직한 정치 현안 속에서도 꾸준하게 신문지면의 한 구석을 차지해왔다. 고려대 강의무산 사건, 퇴임 후 첫 오찬기자 간담회, 차기대선 관련 발언 등….

심지어 김 전 대통령을 담당하고 있는 기자들은 “웬만한 정당 하나 맡은 것이나 다름없이 바쁘다”는 농담 섞인 푸념을 하곤 한다. 기자들의 항의 아닌 항의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조차 “`YS는 못말려' 아닙니까”라며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담당기자가 바빠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위상이 그만큼 부각됐음을 의미한다.

각 신문의 독자투고란에는 심심치 않게 “전직 대통령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돌출발언이나 돌출행동을 해온 김 전 대통령을 더이상 기사화하지 말라”는 의견이 쏟아진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독설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파급력을 불러오는 한 언론으로선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의 언급. “6개월 전만 해도 김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많은 사람이 독설이나 행보에 고개를 젓거나 코미디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차기 대선에 일정한 영향을 발휘할 것이라는 사실도 무심결에 받아들이고 있다.” 즉, YS는 어느덧 자연스럽게 현실 정치무대에 들어섰고, 그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때를 노리는 고도의 정치적 행보

“(김대중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다. 노벨상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 독재자에게 노벨상이라니 어불성설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등에 대해 사죄하지 않을 경우 서울 방문은 어림도 없다.”, “(이회창 총재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나는 다섯 가지나 줬는데 능력이 없다. 인간이 아니다.”

일견 악의에 찬 비난과 독설로만 보이는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을 꼼꼼이 뜯어보면 그가 유지하고 있는 일관된 스탠스가 드러난다. 다름아닌 `반DJ, 반김정일, 비(非)이회창' 노선이다. 그리고 그것은 차기 대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는 그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노선이기도 하다.

우선 `반DJ, 비이회창'노선은 영남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김 전 대통령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로 어느 때보다 반DJ 정서로 똘똘 뭉친 영남지역 유권자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영남권의 `대표주자'로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부동의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비토를 놓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초까지 직·간접적으로 이 총재를 향해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총재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영남권을 지지기반으로 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숙명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50년 간 이어져온 뿌리깊은 분단정서를 단숨에 뒤흔들고,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큼 나름대로 공을 인정받고 있는 대북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대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도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다.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숨죽이고 있지만 사회 곳곳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온 극우 보수세력을 겨냥한, 계산된 손짓인 것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보수세력이지만 급변하는 대북관계 속에서 제대로 스탠스를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YS가 선점하고 있다”면서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대북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할 때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그 때를 노리고 YS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놓은 셈이다.


`신 4김연대' 구체화 될까?

김 전 대통령이 `반DJ, 비이회창'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그의 정치적 미래는 결국 이들과의 관계에 달려있으며 삼각구도가 풀려나가는 것에서 성공여부를 점칠 수 있다.

일단 겉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나 이회창 총재 모두 철저하게 대응을 회피하는 무시전략을 취하고 있다. 괜히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커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거꾸로 자금이나 조직이 취약한 김 전 대통령으로선 다소 희화화하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끊임없이 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유일한 외연확대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볼 경우 두 사람의 대응은 분명하게 다르다. 김 대통령은 다소 너그러운 반면, 이 총재는 신경이 잔뜩 곤두선 것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YS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가 미치는 결과가 두 사람에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DJ로서는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당장 자신을 향한 위협이라기보다는 이 총재를 위협해 장기적으로는 취약한 지역인 영남권의 분할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소 느긋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남북관계의 후퇴 등 예기치 못한 국면이 전개돼 레임덕이 가속화할 경우 `YS와의 연대'는 한 나라당을 위협하는 또하나의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 성사 여부를 떠나 일단 가슴 한 구석에 숨겨둘 만한 카드인 셈이다.

한나라당 총재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김영삼 정부 당시 대선자금 수사 이야기가 흘러나오다가 갑자기 수그러든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이 최근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만났을 때 김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민국당 김 대표 등이 참여하는 `신4김연대' 방안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이 `내가 미는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이 미는 후보와)같으면 어떡하나'라고 농담을 던졌다”면서 “실제로 가시화할 경우 YS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YS는 또하나의 커다란 산을 오르고 있는 셈이다. 김 대통령과 이 총재를 공격하며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판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박천호 정치부 기자 toto@hk.co.kr

입력시간 2000/10/2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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