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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30)] 니혼슈(日本酒)

청주는 오랫동안 그냥 술이라는 뜻의 `오사케'(お酒)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의 술을 대표해왔다. 각종 외국술이 전래되면서 쓰인 `니혼슈'(日本酒)라는 이름이 처음에는 탁주와 청주, 소주 등 모든 전통술을 가리키다가 지금은 청주를 가리키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주조법은 한반도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예로부터 술의 신에게 제사를 올린 신사로 유명한 교토의 마스노오다이샤(松尾大社)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하타(秦)씨를 주신으로 모시고 있다.

5세기 후반 현재의 이 지역에 살았던 일족에 양조 기술자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받아들인 양조기술을 갈고 닦아 오늘의 니혼슈에 이른 것은 놀랍고도 부럽다.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쌀술은 `니고리자케'(濁酒)였다. 우리의 막걸리에 해당하는 일본 고유어로는 `도부로쿠'라고 부른다. 발효한 `모로미'(원액)의 맑은 윗물을 뜨거나 비단체로 걸러 `스미사케'(淨酒·淸酒)를 얻는 방법이 8세기에 자리잡았고 10세기에는 궁중에 주조 전문 기관이 설치돼 철마다 각종 술을 만들었다.

10월에 햅쌀로 빚은 `시로키'(白酒)나, 여기에 약재를 섞어 변색시킨 `구로키'(黑酒) 등이 특히 유명했다. 12세기에는 모로미를 거르거나 그대로 둔 채 찐 쌀과 누룩을 넣어 재발효시켜 도수를 높이는 양조법이 정착했고 밀누룩 대신 쌀누룩을 사용하는 양조법도 굳어졌다.

15세기에 개발된 `모로하쿠즈쿠리'(諸白作り)는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누룩과 찐 쌀을 모두 백미로 한 데서 `모로하쿠'라는 이름이 나왔다. 대신 누룩만은 현미로 했던 당시까지의 술은 `가타하쿠'(片白)라고 불렸다.

그밖의 특징은 효모를 미리 배양하는 슈보(酒母) 기법, 발효중인 모로미에 찐 살과 누룩, 물을 더해 3차까지 발효시키는 법, 모로미를 술주머니에 넣어 짜는 법, 청주를 저온으로 가열ㆍ살균해 장기저장하는 법 등이었다. 스기(杉ㆍ삼나무)로 만든 거대한 통을 만들어 양조 규모를 크게 늘린 것도 이때였다.

에도(江戶)시대 후기에 도입된 도지(杜氏) 제도도 니혼슈 발전에 큰 몫을 했다. 뛰어난 양조 기술자를 도지로 지정, 대대로 술제조에 매달리게 했으며 지금도 24개의 도지 조합이 남아 전문 직능집단으로 니혼슈 제조에 애쓰고 있다.

현재 니혼슈는 코냑처럼 등급이 있어 일반주, 보통주와 고급주로 나뉜다. 고급주는 다시 `혼조조'(本釀造), `준마이'(純米), `긴조'(吟釀)의 순으로 등급이 높아진다. 차게 해서 마시는 레이슈(冷酒)로는 혼조조 이상의 고급품이 적합한 반면 따끈하게 데워 아쓰캉(熱爛)으로 마실 때는 보통주가 오히려 제맛이 난다.

중요한 기준은 현미를 얼마나 갈아내느냐 하는 정미도다. 가정에서 먹는 백미가 보통 8~10%를 갈아낸 쌀이지만 니혼슈에는 25% 이상을 깎은 쌀을 쓴다. 고급주는 30% 이상을 깎고 긴조는 40% 이상을 깎아내되 특유의 맛과 향기를 내야 한다.

쌀 표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지만 술향기와 맛을 흐리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양조 알콜의 혼합 여부로 준마이는 양조 알콜을 일절 섞지 않으며 30% 이상 갈아낸 쌀을 써야 한다. 혼조조에서 정미도 60% 이하의 쌀을 쓴 고급품은 `도쿠베쓰(特別) 혼조조', 준마이도 상품은 `도쿠베쓰(特別) 준마이'라고 한다.

그 위로 정미도에 따라 `준마이 긴조'(60% 이하), `준마이 다이긴조'(50% 이하)가 있다. 긴조 가운데 정미도 50% 이하의 쌀로 만든 다이긴조(大吟釀)는 최고급품이지만 맛을 위해 양조 알콜을 조금 섞는다.

한국에서는 흔히 고시노칸바이(越の寒梅)를 최고의 니혼슈로 치지만 이는 제조업체의 이름이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긴 하지만 고시노칸바이에서 나온 준마이 정도는 수많은 중급품의 하나일 뿐이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정종'이라는 명칭은 연유를 알기 어렵다. 일본의 `아지노모토'(味ノ素)나 한국의 `미원'이 한동안 조미료의 대명사로 쓰였지만 `마사무네'(正宗)는 유명한 도공(刀工)과 그가 만든 칼의 이름일뿐 니혼슈에는 그런 이름이 없다. `기쿠마사무네'(菊正宗)라는 상표의 니혼슈가 있긴 하지만 대표성이 높지도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입력시간 2000/10/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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