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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살아날 수 있을까?

현대건설, 살아날 수 있을까?

유동성 위기, 4차례 자구계획 실효성에 의문

현대건설이 4차례에 걸쳐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이 의문을 뒤집으면 현대건설이 채권단의 출자나 정부의 지원 없이, 자구계획을 통해 살아날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다름없다.

현대건설을 두고 경제분야에서 꽤나 알려진 학자나 정치인들까지 `죽여라, 살려라' 한마디씩 거들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우선 현대건설은 무려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다. 현대건설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5조가 넘는 부채규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나고 해외수주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만 극복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현대건설이 자구노력과 함께 영업을 잘하더라도 연 5,0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부담하면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5조원 넘는 부채, 이자만 연 5,000억원

특히 현대건설은 자산을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지만 유가증권 매각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자구계획의 이행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한 두달 사이에 유가증권 가치가 반토막이 나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을 이행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채권단이 시장 논리대로 무작정 퇴출시킬 수도 없다. 현대건설은 해외수주의 절반 이상을 따내고 있고,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장도 매우 크다.

현대건설을 퇴출시키려면 정부와 채권단, 한국의 경제상황, 모두 엄청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모두가 `현대건설 딜레마'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4차에 걸쳐 제출한 자구계획의 골격은 5조5,00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올해 말까지 1조5,000억원 가량을 줄여 4조원대로 낮춘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문제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구계획에 대해 현대건설이 어떤 방식으로 이행 또는 실현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중 절반 정도는 이미 이행됐다.

현대건설의 자구계획 발표는 5월31일, 7월11일, 8월13일에 이어 가장 최근에는 10월 18일에 나왔다. 이중 중요한 것은 8월과 10월 자구계획안이다.

10월 자구계획안은 8월 자구계획안의 핵심인 1조5,000억원의 자구계획 가운데 5,000억원 정도의 차질이 예상되자 보완책으로 현대건설측이 내놓은 것이다.

해외 교환사채(EB)발행이 실패로 돌아가고 매각을 약속했던 유가증권이 증시 폭락으로 값이 턱없이 하락하자 10월초부터 정부와 채권단에서 출자전환 얘기가 흘러나왔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은 경영권 박탈이나 축소 등을 상정한 것. 출자전환을 받을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 현대건설측은 서둘러 추가 자구계획을 내놨고 이를 채권단도 황급히 수용했다.


정부 출자전환 시도에 서둘러 추가안 내놔

4차 자구계획이 이전보다 진전된 내용은 ▶현대건설 보유 현대중공업 주식(1,000억원)과 비상장사인 현대정유 지분(560억원), 현대아산 지분(450억원)을 매각하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 3%를 현대건설 외자유치에 담보로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며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현대건설의 회사채(1,700억원)를 출자 전환한다는 것 등이다.

채권단은 이와 함께 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전환사채를 매입해주기를 기대했던 현대건설의 형제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즉각 거부하면서 일단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주식과 현대정유주식은 자구계획 발표 이틀 뒤인 10월20일 현대중공업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에게 장중 매각돼 1,569억원의 현금이 현대건설로 유입됐다.

현대건설은 23일에도 추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본사 이사이상 임원 139명중 29.5%인 41명(부사장 6명, 전무 12명 , 상무 10명, 이사 13명 )과 이사대우급 116명중 18.9%인 22명 등 이사대우 이상 인원 255명중 63명(24.7%)을 감축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자구계획안 중 비상장주식인 현대아산 주식 매각과 관련한 움직임은 아직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상태이며 정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담보제공이나 정 전명예회장의 회사채 출자 전환, 전환사채 발행 등의 문제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별 진전이 없다.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이 채권단의 `봉합'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자구계획의 내용도 불완전한데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물론 정부조차 쫓기는 듯이 서둘러 4차 자구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채권단에서 `전환사채 발행'과 같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항들을 발표문에 끼워 넣어 현대건설측의 불만을 사기도 하고 현대건설 역시 올해 내로 진척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이라크 미수채권 회수' 와 같은 항목을 끼워넣기도 했다.


봉합 수준에 그친 불완전한 계획안

현대건설이 퇴출될 경우 외환은행도 무사하지 못하다. 따라서 외환은행도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도 해외수주의 50%이상을 점하고있는 현대건설을 퇴출시킬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설경기가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표적 건설업체가 퇴출될 경우 나머지 건설업체들은 도미노 부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리 건설업체의 몰락 뿐 아니라 국가 신인도 추락 등의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현대건설도 실기를 한 것은 마찬가지다. 1차 자구계획을 제출했던 5월 31일 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3차계획이 나온 8월13일 이후에라도 유가증권 매각 등을 서둘렀다면 추가자구안의 발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당시에도 현대건설이 보유한 유가증권 가격이 5월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으나 4차안이 발표된 10월에 비해서는 2배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증시의 반등을 기대했으나 점점 수렁으로 들어가자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팔았어야 했다”라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팔자니 너무 싸고 안 팔면 불신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이다

조재우 경제부기자 josus62@hk.co.kr

입력시간 2000/10/3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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