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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론'은 이인제의 행복론?

'IJ 대권프로젝트' 가동, 지지세력 확보에 박차

"11월 이후 IJ (이인제 최고위원 영문 이니셜)가 달라졌다"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국민회의(민주당 전신)에 합류한지 2년여 되지만 요즘처럼 강한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다. 지난 8월말 최고위원 경선을 거친 뒤 2달여동안 숨고르기를 하던 '이인제 캠프'가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나섰다.

우선 작심하고 '불행론'을 제기한 것은 'IJ 대권 프로젝트'가 본격 시동됐음을 보여준다.

그는 11월 9일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안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청와대와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이 위원은 또 12일 대동산악회 회원 1,000여명과 함께 경북 청송에 있는 주왕산에 오르는 등 영남권 공략에 정성을 쏟고 있다. 대동산악회는 이 위원을 지지하는 대구ㆍ경북 지역 인사들의 모임.

지난 대선 때 이인제 후보를 지지했던 '개미군단' 중심으로 구성된 '21세기 산악회'의 TK 지부인 셈이다.


전국순회 돌입, 참모진들도 움직임 바빠져

이인제 위원은 11월 들어 불과 보름여 사이에 목포대, 한남대(대전), 동아대(부산), 충북대 등 5곳에서 특강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입을 열었다. 이 위원 강연 메시지의 골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공격과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 계승, 지속적 경제개혁의 추진 등이다.

이 위원은 또 민주당 의원ㆍ원외 지구당위원장ㆍ대의원들과의 피부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종종 민주당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때 일부 언론의 '비토' 분위기를 의식, 언론인들과의 접촉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주한 외교사절들도 종종 만나는 등 해외 인맥 강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 위원의 참모진들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위원의 측근인 박범진 전의원, 김충근 전국민신당 대변인 등은 최근 서울 마포에 30평 규모의 오피스텔을 임대해 입주했다. 이인제 캠프는 대선 정책 등을 준비하기 위해 내년 초쯤 보좌 인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요즘의 움직임 중 깊은 관찰이 필요한 대목은 '불행론'이다. 11월 9일 밤,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민주당 개혁성향 인사들의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가 주최한 '국민정치학교'에서 이 위원은 무려 2시간여 동안 특강을 했다.

이 위원은 20여분간의 기조 강연에선 주로 이회창 총재 비난과 김대통령의 대북정책 계승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질문ㆍ답변시간에서는 수강생들은 이 위원에게 대선 후보가 될 경우와 안 될 경우의 처신에 대해 주로 질문했다. 한 수강생이 "경선에서 불만족스런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이위원은 "이런 질문에 대비해 모범답안을 갖고 다닌다"면서 준비된 답변을 했다.

이 위원은 "만일 제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후보가 되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지만 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후보가 되지 못한다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답변을 했다.

이 위원은 "과거에는 정당이 후보를 만들면 국민이 지지를 유도해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국민이 지지해야만 후보를 만들 수 있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불행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불행'의 의미에 대해 "대만ㆍ 멕시코의 사례처럼 정권을 잡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하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해석하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후보 따내기 위한 강수" 해석

현재 민주당 대권 예비주자 중 여론 지지도가 가장 높은 인사는 이 위원이므로 불행론은 '이인제 위원이 대선후보가 되는 것이 순리'라는 논리로 비쳐졌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 위원이 대안부재론, 대세론으로 밀고 나가 후보를 따내기 위해 강수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를 했던 이 위원으로선 최대 계보인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을 향해 '딴 생각을 하지 말아야 당의 미래를 위해 좋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DJ에 대한 압박이란 해석까지 나왔다.

이 위원의 불행론 제기에 대해 김근태 최고위원이 "국민과 당원들에 대한 협박이고 정당정치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기자들에게 "불행을 언급했더니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는 불행보다는 행복의 메시지를 주로 전해야겠다"고 농담을 했다. 이 위원은 이어 "김대통령도 최근 국민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국민 지지를 받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 위원의 불행론 제기는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기 위한 '터 다지기'로 보인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와 관련, 이 위원에게는 상당한 가능성과 함께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위원의 최고 자산은 무엇보다 높은 국민 지지도이다.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5~20%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그의 경쟁자인 고건 서울시장,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과 한화갑ㆍ 김중권 최고위원 등의 국민 지지도가 한 자리 수에 머무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그는 당내 최대 계보인 동교동계 소속은 아니지만 당내에 나름의 독자 세력을 갖고 있다.

그는 민주당 의원 119명중 15명 가량을 계보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충청권의 홍재형 송영진 문석호 전용학 송석찬 의원, 경기ㆍ강원권의 이용삼 원유철 이희규 유재규 정장선 의원 등은 그와 가까운 인사들.

그는 최고위원 경선 때 2위를 기록, 당내에 착근하는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1997년 신한국당 경선 과정에서 높은 여론 지지도를 보였던 박찬종 전의원이 현역 의원 1명만을 계보원으로 확보하고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선 출마 경험과 뛰어난 언변도 장점이다. 지난 대선때 3위를 했지만 군소정당 후보로서 500만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근 대선에서는 직전 대선에서 2~3위를 기록한 후보들간에 경쟁이 벌어졌다는 점은 이위원측을 고무시킨다.


'김심' '영남권 비토론'이 최대 변수

그러나 장애물도 적지 않다. 우선 '영남권 비토론'이 이 위원을 괴롭히고 있다. 이 위원은 지난 대선때 영남권에서 30%가량의 지지를 얻었으나 대선 이후 그에 대한 영남권의 분위기가 쌀쌀해진 것은 사실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위원은 영남의 비토 분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후보가 되기 어렵다"며 영남 후보론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이 위원은 기득권층이나 여론 주도층에서 지지도가 낮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그는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영남권을 자주 찾고 있으며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당내에서 최대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최고위원 경선때 이 위원은 동교동계 맏형인 권노갑 최고위원의 간접 지원을 받았으나 1위 자리를 경쟁자인 한화갑 최고위원에게 내주었다. 선출직 최고위원 상당수가 그를 견제하고 있다.

따라서 경선 과정에서 주된 변수는 동교동계의 오너인 김대통령의 의중이 될 것 같다. 대통령은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국민과 당원의 지지'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어 김심(김대통령 의중)의 향배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김광덕 정치부기자 kdkim@hk.co.kr

입력시간 2000/11/2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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