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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방지 법체계 근본적 정비 필요

화재…유독가스·연기가 치명적

지난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2,370명. 545명이 죽고 1,825명이 부상했다.

씨랜드 화재(사망 23명, 부상 5명)와 인천 호프집 화재(사망 56명, 부상 81명) 때문에 인명피해가 유달리 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행정자치부 소방국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이래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500명 밑으로 내려간 적은 한해도 없었다.

올해도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들어 10월까지 발생한 화재는 모두 2만8,490건. 이로 인해 417명이 죽고 1,447명이 부상했다. 재산피해는 1,243억원에 달했다.

화재 발생장소는 주택ㆍ아파트(7,902건), 차량(4,806건), 공장ㆍ작업장(3,304건), 음식점(1,625건), 점포(1,416건) 등의 순이었다. 화재 원인은 전기(8,287건), 담뱃불(3,516건), 방화(2,122건), 불티(1,759건), 불장난(1,410건), 가스(1,358건) 등의 순이었다.


인화성 내장제 사용 엄걱해 규제해야

최근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특징은 질식에 의한 사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불에 직접 노출돼 생기는 화상에 의한 사망 보다 질식사가 많다는 것은 인화성 내장재 사용의 대중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스티로폼과 카펫 등의 장식재는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와 연기를 생성해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다.

지난 10월18일 여종업원 등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도 성남시 유흥주점 '아마존'의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의 벽과 천장 내장재였던 섬유강화 플라스틱은 순식간에 타오르면서 심한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유독가스와 연기는 시계를 제한하고 탈출능력을 마비시킨다. 서울 종로소방서의 김형윤 119구조대장은 "내장재가 타면서 내는 유독성 연기 속에서 탈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기에 노출되면 불과 수십초만에 호흡곤란과 질식, 쇼크에 빠지게 된다는 것. 유독성이 아니라 하더라도 연기 속에서는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때문에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밤에는 살던 집에서도 출구를 못찾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유형이 이같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체계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 높다.

지난해 인천 호프집 화재 이후 소방규제가 일부 개선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윤명오 교수(방재공학센터 소장)는 화재시 내장재로 인한 피해확대를 막기 위해 4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건축 내장재는 허가단계가 아니라 사후 관리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내장재는 건축 허가단계에서는 문제가 없더라도 세입자가 마음대로 뜯어 고칠 수 있기 때문에 감시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임의개조가 가능한 내장재는 건축법규가 아닌 소방법규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내장재의 일부 방염처리만 소방법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건축법규에서 다루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화재에 관한 사항에서는 건축법과 소방법을 통합해 운용하고 있다.

둘째, 인테리어 내장재 설계사 자격제도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안전한 재료를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인테리어 설계사가 아무 재료나 사용하는 반면에 미국에서는 법에 규정된 재료를 쓰고 있다.

셋째, 후처리 방염제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인화성 벽지 위에 바르는 방염제는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내구성에 한계가 있다. 방염제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장재 생산공정에서부터 방염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배연장치 설치 꼭 필요

넷째, 배연장치에 대한 관리를 일원화해야 한다. 내장재 뿐 아니라 가구와 옷 등에서도 유독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배연장치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배연 기기는 소방법으로, 배연 창(窓)은 건축법으로 다루기 때문에 혼선이 빚어지고 관리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윤 교수는 "이들 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실시해오고 있는 상식적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화재요인에 대한 지속적 관리를 위해서는 소방법을 강화하고, 아울러 낙후된 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화재와 관련한 규제가 많고 규제범위도 명확ㆍ강력하다. 아울러 신기술이 나오면 이를 법체계에 반영하는데 매우 신속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적고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처벌중심의 관리 방식에 안주하고 있다는 것이 윤 교수의 분석이다.


롯데리아 '손님을 지켜라'

대형참사를 빚은 화재현장의 공통점 중 하나는 종업원이 먼저 도망가버렸다는 것.

건물 내부 사정에 밝은 종업원의 유도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손님들은 우왕좌왕하다 참변을 당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롯데리아가 실시중인 '손님 우선'의 소방교육은 기억해 둘 만하다.

롯데리아가 직원을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실시한 것은 1998년부터. 매년 한차례씩 모든 점포의 근무자 1,700명을 지점별로 해당지역 소방서에 보내 위탁교육하고 있다. 점포 아르바이트생 1만1,500명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소방교육을 실시한다.

위탁교육 시간은 매년 2시간. 이론교육 1시간과 실습 1시간이다. 소방 및 가스 안전교육, 소화기 사용법 실습, 화재시 대피훈련, 주방내 안전사고 관리, 응급처지 요령 등이 교육내용이다. 점포 내부의 손님을 질서정연하게 탈출시키는 것도 필수다.

올해 롯데리아 서울지점 직원 350여명은 3차로 나뉘어 서울 종로소방서에서 교육을 받았다.

종로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소방교육을 실시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롯데리아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화재발생시 종업원의 침착한 대응과 손님에 대한 안전유도는 대형참사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11/2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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