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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대관령 옛길

영동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이전의 이야기다. 열차를 타지 않고 강릉에 가려면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탔다. 망우리 고개를 넘은 버스는 금곡-청평-설악(가평군)-홍천-횡성을 거쳐 대관령 입구인 횡계에 이른다.

청평 이후부터는 비포장. 노면이 엉망이어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엉덩이에 불이 났다. 난방이 거의 안됐던 것은 물론 어설픈 창문을 뚫고 송곳같이 찬 바람이 들어왔다. 얼대로 언 승객들은 대관령 정상 부근에 있는 막국수집에 들렀다.

고춧가루 한 공기를 따로 사 국수에 비벼 먹었다. 그래야 얼어죽지 않고 대관령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대관령길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숲을 망가뜨리지 않고 그 아래로 나 있었다. 울창한 소나무 때문에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길을 중장비로 넓히고 나무를 베어 지금의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현재 대관령 구간은 터널과 교량을 이용한 직선화ㆍ확장공사가 한창이다. 2002년이 완공목표. 지금의 고속도로는 옛길이 된다. 기자가 기억하는 대관령 길의 모습은 이렇게 세 가지이다. 불과 30년 사이의 변화이다.

대관령에는 '원조 옛길'이 있다. 수백, 아니 수천년동안 우리 조상이 넘어다니던 길이다.

후삼국의 궁예가 명주성(강릉)을 자기 영토로 만들 때 이 길로 군사를 몰았고, 이율곡의 손을 잡고 고향 강릉을 떠나던 신사임당이 이 길을 넘었다. 지금은 약 5㎞ 구간만 남아 있다. 강릉 시민이 사랑하는 등산로이자 인기 있는 겨울 트레킹 코스로 변했다.

대관령 휴게소에서 강릉 쪽으로 약 500m 내려가면 '대관령 옛길, 반정(半程)'이라고 쓰여진 비석이 있다. 옛길로 들어가는 곳이다. 반정이란 횡계와 강릉 파발역의 중간지점이란 의미이다.

비석에서 어흘리 대관령박물관까지가 메인 트레킹 코스이다. 내려가는데 1시간 30분, 오르는데 2시간이 소요된다. 편도는 물론 왕복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정체 탈출 트레킹'도 가능하다. 연휴나 명절 귀성길 때 대관령은 그야말로 주차장. 고개 아래에 이르는데 2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하산 트레킹을 시도해 볼만 하다. 고개 아래 대관령 박물관에서 다시 만나면 된다. 먼저 도착하는 사람은 박물관 답사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길은 서너명이 이야기하며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폭이다. 가파른 부분은 꼭대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원래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이었는데 조선 중종 때 고형산이란 사람이 넓혔다. 중간 지점에 옛 사람들이 땀을 식히고 목을 축였던 주막터가 있다.

이 곳부터 어흘리까지는 냇물이 함께 한다. 맑은 물은 곳곳에 작은 폭포와 웅덩이를 만들며 강릉으로 내려간다. 눈이 내리면 두 가지 재미가 보태진다.

눈꽃과 엉덩이 썰매이다. 아름다움과 즐거움. 여행의 궁극적인 두 목적을 쉽게 이룰 수 있다.

사설박물관인 대관령 박물관(033-641-9801)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영동의 유물을 모아놓은 곳이다. 박물관 안의 유물은 물론 바깥도 볼만하다. 특히 수십 개의 장승이 눈을 부라리며 서 있다. 아이들의 눈도 반짝반짝 빛난다.

권오현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0/11/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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