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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 모터사이클 라이더

짜릿한 스릴에 몸을 실은 '속도의 해방자'

"한적한 국도를 질주할 때 몸에 부딪히는 신선한 공기의 감촉을 상상해보라. 골드윙 엔진의 묵직한 진동에 몸을 싣고 도심의 체증에서 해방돼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라.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이다."(전국 모터사이클 클럽 '모닝캄' 중앙본부 이창현 회장)

"마흔살이 넘었지만 R카를 타면 가슴이 탕탕 뛴다. 기름통 위에 배를 대고 엎드린 채 직선도로를 질주하거나 무릎을 거의 아스팔트에 붙이고 급커브를 돌면 짜릿한 스릴이 온몸을 전율시킨다. 안 타본 사람은 이 맛을 모른다."(서울 양천구 '청우모터스' 이승호 사장)

도로를 질주하는 모터사이클족(族)은 더이상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주말이면 대오를 지어 지방 국도를 달리는 라이더(Rider)들과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다.

새로운 레저 양식으로 속도와 스릴을 즐기는 오토바이 마니아들이 급증하고 있다. 상식 하나. 이들 마니아는 오토바이를 오토바이로 부르지 않는다. 일본말인 오토바이 대신 모터사이클, 모터바이크, 오토바이크, 바이크 등을 애용한다.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은 라이더.


동호회 30여개에 라이더만 60만명

월간 '오토바이크'의 장원 기자에 따르면 국내 모터사이클 동호회 수는 규모가 큰 것만 30개가 넘는다. 5대 PC통신과 인터넷상의 동호회 10여개, 오프로드 동호회 20여개 등이다.

모터사이클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당수 동호회에 여성 라이더들이 포함돼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모임인 '바이크 우먼즈' 회원도 30여명에 이른다.

모터사이클 인구는 얼마나 될까. 1997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등록된 오토바이 수는 250여만대. 등록의무가 없는 배기량 50cc 이하까지 합치면 300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마니아들이 타는 오토바이는 전체의 20% 수준.

어림잡아 60만명에 이르는 라이더가 존재하는 셈이다. 라이더의 연령층은 10대 후반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라이더가 크게 늘어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일 수입다변화 조치가 해제돼 일제 모터사이클의 수입이 쉬워지면서부터다. IMF위기 이후 신차 수입세가 주춤하면서 중고차의 수입이 늘고 있다.

마니아 라이더들은 스스로를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한다. 위험성도 위험성이지만 값 비싼 바이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가끔은 스스로도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포장도로와 급커브길을 질주하고, 산악을 누비는 스릴과 쾌감으로 보상은 충분하다.

아메리칸 스타일을 애용하는 박준희(41ㆍ자영업)씨는 "바이크는 마약과 같다"고 말했다.

"한번 스릴에 맛 들이면 불구가 되지 않는 이상 이 취미를 못버린다. 불구가 된 사람도 오토바이를 3바퀴로 개조해 타는 경우가 있다."


값비싼 취미 "바이크는 마약같은 것"

바이크는 값 비싼 취미다. 바이크 자체도 비싸려니와 부수적으로 따르는 장비와 기름값도 만만찮다. 사소한 사고만 나도 수리비가 간단히 몇백만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니아들이 즐기는 바이크는 아메리칸 스타일, 네이키드, 레이서 레플리카, 오프로드, 트라이얼 등 크게 5종류로 나뉜다.

아메리칸 스타일은 신사용으로 불린다. 높직한 핸들에 배기량 1,500cc 이상의 대형으로 골드윙, 할리, 로열스타, 마그나 등이 여기에 속한다.

포장도로에서 장거리 투어용으로 애용되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일반적 속도는 200km. 여기에 비해 일명 R카로 불리는 레이서 레플리카는 300km 이상의 고속 경주용이다. 높은 기동성 때문에 젊은이 사이에서는 속칭 '뿅카'로 불리며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외형을 갖고 있다.

네이키드는 커버를 비롯한 장식이 없어 실용성이 높은 바이커로 통한다. 속도는 200km 수준. 비포장 도로나 산악용인 오프로드와 바위ㆍ계단타기, 비약용인 트라이얼은 속도를 중시하지 않는다.

바이크 가격은 cc당 최소 1만원 이상이다. 마니아들이 애용하는 아메리칸 스타일과 R카의 대부분이 배기량 1,500cc를 넘는다. 여기에다 신발(40만~50만원), 헬멧(50만~60만원), 옷(100만~200만원), 장갑(20만~50만원) 등 장비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장식까지 덧붙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1,500cc 골드윙을 타는 모닝캄의 이창현 회장은 2,000만원이 넘은 바이크를 2,000만원 어치 이상의 각종 장식물로 치장했다. 그의 골드윙은 '달리는 돈뭉치'나 다름없다.

대형 바이크는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즐기기 어렵다. 최근에는 대여점이 다수 생겨났지만 여전히 부담은 크다. 청우모터스 이승호 사장에 따르면 1,500cc R카의 24시간 대여료는 10만~15만원, 골드윙은 20만~25만원 수준이다.

1,500cc 바이크의 연료소모량은 같은 배기량의 자동차와 비슷하다. R카는 속도감을 중시하는 20대, 아메리칸 스타일은 30대 이상이 선호한다.


속도경쟁은 금물, 프로시장 형성안돼

아메리칸 스타일 바이크를 타는 마니아들은 미국의 라이더 흉내를 내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양아치'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처럼 문신을 한 마니아는 거의 없다. 아메리칸 스타일은 일반 국도라면 어디에서든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에 반해 R카 마니아들은 차량통행이 비교적 적고 커브길이 많은 도로를 선호한다. 한계령, 미시령, 불영계곡 등 강원ㆍ경북의 산악지대 국도 및 동해안, 춘천, 양구 지역, 서울근교 유명산과 양평 등이 주요 무대.

모터사이클은 혼자서 타는 것 보다는 단체로 투어링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혼자서는 속도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지만 단체 투어링을 하면 리더가 선두에서 조절을 하기 때문. 아울러 단체 투어링에서 한대라도 사고가 나면 전체 일정은 엉망이 되기 때문에 서로 조심한다.

라이더 세계에서 경주는 금물로 돼있다. '일단 경쟁이 붙으면 10대 중 서너 대는 폐차가 된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이야기다. 사고는 대부분 교통규칙 위반과 과속 때문에 발생한다. 주말 단체 투어링을 나가면 보통 400~500km를 달린다.

라이더들은 봄ㆍ가을을 가장 좋아한다. 비가 잦아 노면이 미끄러운 여름과 눈이 오고 추운 겨울은 싫어한다. 특히 노면의 빙판과 모래는 바이크에 치명적이다.

하지만 겨울을 기피하지는 않는다. 일부 바이크에는 에어백은 물론이고 히터까지 있다. 핸들 손잡이와 상의 조끼에 몸을 녹여주는 열선을 장치한 극성파도 있다.

라이더의 희망은 외국처럼 고속도로를 오토바이에 개방하는 것. 라이더들은 경부고속도로가 개방되면 R카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운전면허가 있는 성인이면 누구든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 법규상 125cc 미만은 원동기 면허, 125cc 이상은 2종 소형면허를 소지하면 된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배기량에 따라 면허종류를 달리해 사고를 줄이고 있다.

10대와 20대 초반의 라이더 대부분이 우쭐한 기분에서 마이아의 세계로 빠져든다. 7년째 바이크를 타고 있는 김형철(27)씨는 "10대나 20대 라이더 중에는 '야타족'이 많다"고 말했다. 외제 바이크를 몰며 10대 여성에게 타라고 하면 대부분 뒷자리에 올라 탄다는 것.

국내에 프로 라이더는 없다. 선수급 실력자들은 많지만 오토바이 시장규모가 적어 스폰서 체제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경기대회는 있다. 한국 모터사이클연맹(KMF)과 모터사이클 한국연맹(MFK)이 각각 개최하는 온로드, 오프로드 경기가 그것이다. 작년에 출범한 KMF는 용인 '스피드웨이'와 강원도 문막의 '발보린 모터파크'에서 지금까지 12차례 대회를 개최했다.

올해부터는 산악ㆍ장애물 경주인 트라이얼도 시작했다. MFK는 1998년부터 장흥과 미사리 등에서 오프로드 경기를 열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11/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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