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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여당 한계, 돌파구를 찾아라"

"DJ는 과연 시국과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정치불안 등으로 위기감이 깊어지면서 국정운영의 키를 쥔 김대중 대통령의 시국 진단과 처방에 온통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야당에선 "여권의 내부 의사소통 채널의 문제로 대통령의 귀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국회 운영위 답변에서 "현재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대통령도 잘 알고 계시다"며 야당 주장을 반박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시국의 절박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편"이라며 "12월2일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연말까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1일 수원에서 경기지역 인사들과 오찬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우리 경제가 나쁜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제위기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첫째 책임은 정부에게 있으며 공공부문 개혁을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미안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금 경제가 어렵지만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므로 너무 겁내지 말라"고 강조했다.


"국정운영 방향 재점검해야" 건의

2일 밤 청와대에서 3시간 가량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는 김 대통령의 시국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은 민심악화를 포함, 성역없이 100% 하고 싶은 얘기를 했으며 김 대통령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최고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현시국을 위기로 진단하고 당정 인사 개편, 당정 시스템 재편, 경제위기 극복 방안, 지역화합 문제, 소수 여당 구조 극복 방안 등 모든 현안에 대해 백가쟁명식 처방을 제시했다.

상당수 최고위원이 "여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급락하는 등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여권이 먼저 반성한 뒤 당정 체제를 쇄신하고 국정운영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근태ㆍ정대철 최고위원 등은 대대적 당정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일부 최고위원은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정치인이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회의에서 말을 아꼈던 한화갑ㆍ이인제 최고위원 등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후문이다.

또 지역감정 문제와 관련 "지역편중 인사를 시정해 동서화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최고위원은 또 "위기의 주요 원인이 소수 여당의 한계에 있으므로 근본적인 구도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정계개편론을 제기했다.

서영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민심이 좋지 않고, 당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얘기들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의 말을 경청한 뒤 "잘 들었다. 유익했다. 깊이 생각하겠다"며 "정기국회를 마무리 한 뒤 국가가 나아가야 할 장ㆍ단기 방향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최고위원은 "김 대통령이 최고위원의 의견을 상당부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연말께 당 지도부의 대폭 개편을 포함한 큰 틀의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말께 당 지도부 등 대폭 개편" 시사

이에 따라 청와대측은 국정쇄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주당 내부 및 각계로부터 의견을 듣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밤 청와대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렸을 때 정장선ㆍ정범구ㆍ김태홍ㆍ전용학ㆍ김성호 의원 등 민주당 초선의원 7명은 경기 평택에서 별도 모임을 갖고 시국수습 방안을 논의, 청와대에 의견을 전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권이 먼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 초선의원은 "대대적 당정개편 필요성이 거론됐다"며 "대표 교체 문제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있었으나 대부분 당3역 개편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12월3일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당정 개편 시기와 관련,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참여한 뒤 귀국해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며 "이달 중순 또는 늦으면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진행되는 국정 현안 등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개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큰 폭의 개각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 연말 연초를 기해 당정개편을 포함한 국정 쇄신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 개편 문제와 관련, 당 3역은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견해다.

그동안 국회 회기 중에는 '적전분열'이라는 논리로 당직개편을 미뤄왔으나 정기국회가 끝난 뒤에는 새로운 당 진용을 내세워 심기일전을 모색하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 교체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서영훈 대표 유임론도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교체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표를 바꿀 경우 실세형, 관리형, 대권주자형 인사들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관리형으로는 김원기 고문, 장을병 최고위원, 이홍구 전 총리, 조세형 상임고문 등이 거명된다. 또 실세형으로는 한화갑ㆍ권노갑 최고위원 등이 있으며 실세형과 관리형의 혼합 성격으로는 김중권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대권주자를 띄워 정면승부를 할 경우에는 이인제 최고위원을 검토할 수 있으나 김 대통령이 임기를 2년 이상 남겨 놓은 상태에서 권력누수를 가져올 수 있는 카드를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 사실상 당무에 대한 자문기구로 전락한 최고위원회의의 위상을 강화하는 조치도 내놓을 것 같다. 당내 일각에서는 최고위원을 당3역이나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키는 방안도 거론된다. 김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내년 초까지는 소폭이든 대폭이든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각은 정계개편 추진 문제와 겹쳐 있어 단행되더라도 그 시기는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령 자민련과의 공조를 강화할 경우 자민련 인사의 입각 카드가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소수여당한계, 돌파구 뭔가?

김 대통령은 또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동서화합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이 크다고 판단, 이들을 달래기 위해 속도조절 방안도 검토할 개연성이 있다.

'검찰의 공정성 확립'의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한 나름의 방안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수뇌부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장을 봉쇄한 게 민주당 지지도 급락의 주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이 주장하는 검찰총장 해임 카드를 수용하기 보다는 우회적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대통령 구상의 핵심은 소수 여당의 한계를 벗어나는 문제다. 여권 관계자들은 "국회에서 여당이 힘에 밀리고 정치가 삐걱거리는 과정에서 반여(反與)정서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다수세력 구축을 위한 정계개편을 신중히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선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 및 비(非)한나라당 연대 강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 카드에만 의존할 경우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민주개혁 연대론'이나 '3김씨 연대론'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원도 있다.

재야 출신 민주당 중진은 "민주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 세력 및 한나라당의 일부 개혁세력 등과 손잡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JP(김종필 명예총재)와 YS(김영삼 전대통령)가 먼저 연대한 뒤 민주당 세력과 선택적으로 공조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사람이 당 주변에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경제ㆍ민생 문제에 국한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연합을 시도하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전면적으로 협력하는 거국내각론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새로운 구상에 돌입했다. 연말 연초에 윤곽을 드러낼 DJ구상이 주목된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입력시간 2000/12/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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