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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노벨상 시상식 참가 논란, 잦은 외유에 곱지않은 여론

김대중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이 만나면 여론이 곱지 않다?

청와대는 12월10일로 예정된 새 천년 첫 노벨평화상 시상을 앞두고 김 대통령의 시상식 참가에 대한 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데 무척이나 못마땅한 듯한 표정이다.

노벨상 수상은 김 대통령 개인은 물론 온 겨레의 영광인데 노벨평화상 발표(10월13일) 직전까지 "이번에는 꼭 받아야 한다", "돈으로 평화상을 사려고 한다"는 다툼이 계속되더니 이번에는 "시상식에 참여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월2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김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 최단시간에 최소 규모로 노르웨이에 다녀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대의견이 적지 않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지구촌 최고의 명예인 노벨평화상은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김 대통령이 수상하는 게 당연하다.

대통령이 잠시 나라를 비운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결딴이 날 정도로 위기가 바로 눈 앞에 닥친 것도 아니고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내정을 이유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경제 어려운데 나라 비우는건 문제"

그런데 왜 김 대통령이 상을 받으러 노르웨이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무성한 것일까. 또 그것을 야당의 정치공세만으로 돌릴 수 없을 만큼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을까.

시중에는 "김 대통령이 말년에 권력운(대통령)은 좋은데 명예운(노벨상)은 그렇게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루머도 나돌고, "바로 이런 게 소수정권의 설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여권의 전방위 고위공직자 사정과 느닷없는 시중 유언비어의 척결 지시와 맞물려 메이저 언론의 '김대중 때리기'가 임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수근거림도 없지 않다.

김 대통령의 시상식 참가를 둘러싼 논쟁의 큰 줄기는 11월29일 국회 운영위에서 여야 의원간에 벌어진 공방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윤경식 의원(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은 시중의 여론을 소개하며 "경제 위기가 절박한 상황인데 대통령이 또다시 나라를 비우는 것은 문제"라며 시상식 불참을 촉구했고, 임종석 의원(민주당) 등 여당 의원은 "시상식 참석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외국에 국내 혼란이나 대통령의 건강이상으로 비쳐질 테니까 오히려 참석하는 것이 국가 신인도 향상과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국민감정으로만 보면 김 대통령이 화려한 '바깥나들이'보다는 어려운 '집안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한광옥 비서실장이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서도 국내 문제를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피부에 와닿는 '제2의 경제위기론'으로 뿌리부터 뒤틀리는 국민의 불안을 씻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하반기 들어 대통령의 외유가 너무 겹쳤고 정상회담이 갖는 상징성을 강조하다 보니 국민감정이 오히려 나빠진 점도 없지 않다.

대통령은 6ㆍ15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는 유럽순방(3월2~11일)을 다녀왔고, 평양행 이후에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9월5~10일)에 참석했으며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한일 정상회담(9월22~24일)을 가졌다.

또 아시아ㆍ태평양협력체(APEC) 정상회담(11월13- 16일)에서 돌아온 지 1주일만에 다시 '아세안+3' 회의(1월23~29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떠났다.

그리고 또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청와대를 비워야 하니 "대통령의 리더십이 더없이 중요한 지금, 국민은 대통령의 잦은 외국 출장에 크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자민련의 변웅전 대변인, 11월27일), "눈 앞에 닥친 양대 노총 파업, 당장 파업에 들어가는 한전, 농민들의 부채 탕감 요구.. 지금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대통령과 모든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고 24시간을 뛰어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당장 연말이 되면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어 난리가 날 판이다. 이런 문제를 뒤로 하고 해외에서 외국 대통령 만나는 것이 더 급하단 말인지 묻고 싶다"(A신문 독자투고)는 등의 소리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DJ "나도 마음 편치않다"

그런 정황은 김 대통령 스스로가 '아세안+3'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면서 "국민이 걱정이 많은 이때에 출발하게 돼 마음이 편치 않다"고 토로한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또 "일반 사람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읽은 기사라고는 '남북대화를 지지하고.'이거나 '양국간 협력을 증진키로 하고.'가 고작이었다"(A신문 독자투고) 등에서 보듯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셈정상회의(10월20~21일)을 비롯해 잇단 정상회담 후에 나온 발표문에 대한 피로감이 개혁 및 구조조정 피로감에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의 노르웨이 방문 자격도 시비거리가 된다. 노벨상위원회는 노벨상의 숭고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 국빈급 수상자도 개인적으로 방문하도록 요청하고 있어 김 대통령도 '대통령 김대중'이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 김대중'이라는 개인 자격으로 노르웨이를 방문한다.

때문에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회담 참석도 아닌데 이렇게 어려운 때 150만~170만 달러에 이르는 대통령 특별기 전세료 등 많은 비용을 써가면서 굳이 가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가더라도 정부 예산이 아닌 다른 재원(財源)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방문자격 출국시기 시비거리

김 대통령 개인에게는 불운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출국 시기가 가장 큰 문제인 듯하다.

나라 안살림은 지금 한광옥 비서실장이 인정한 대로 "과대포장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현시국이 '위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히 어려운 입장"이다.

대우사태와 현대그룹 문제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젊은 벤처인의 잇단 탈법행위에 환율상승-주가하락, 제2차 기업퇴출에 따른 실업문제, 미진한 구조조정, 공기업 파업, 농가시위 등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잠복해 있고 예산안 처리 파행, 검찰수뇌부 탄핵안 처리에 따른 후유증, 대북 저자세에 따른 국민감정 등 스스로 되돌아보아도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모범생에서 (경제)성적이 나빠 퇴학당할 위기"(로스앤젤레스 타임스, 11월26일자)에 처해 있다.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에는 국민 개개인의 사정이 너무 절박한 것이다.

그래서 "서울 아셈 정상회담때 영국의 토니 불레어 총리 등 몇몇 정상이 국내사정을 이유로 체류일정을 단축했으나 결코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는 한 신문 사설의 지적대로 청와대는 곱지않는 여론에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2/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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