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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00] WINNER & LOSER


잃어버린 정치·경제 365일
초롱이의 미소가 달랬다

새 천년의 설레임과 Y2K의 공포 속에 시작된 2000년. Y2K의 불안을 떨치고 일찌감치 '스타 탄생'을 예고한 사람은 골프계의 신동 타이거 우즈였다.

새해 벽두 하와이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따내 기분좋게 출발한 우즈는 승승장구하며 7월엔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등 밀레니엄 스타로 우뚝 섰다.

그는 경기마다 골프계의 주요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록을 세우며 금세기 최고의 골퍼로 한해를 보냈다. US오픈(6월) 브리티시오픈(7월) PGA 챔피언십을 거푸 차지하면서 한시즌 메이저 3연승이라는 47년만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러나 프로골프의 한계 때문인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0년 베스트(best) 체육분야에서는 3위에 그쳤다. 1위는 시드니 올림픽 남자 무타포어에서 첫 5연패를 이룬 영국의 조정선수 스티브 레드그레이브.


거센 정치개혁 요구, 386세대 화려한 등장

1999년을 뜨겁게 달궜던 옷로비 의혹사건은 새해 들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특히 4ㆍ13총선을 앞두고 47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총선시민연대는 김종필 전 총리를 포함해 현역 국회의원 66명이 포함된 공천반대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결국 86명의 전체 낙선운동 대상자 가운데 59명(68.6%)이 고배를 들었고, 그 자리를 '30대-80학번-60년대생'을 의미하는 386세대가 차지했다. 386세대 초선의원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이는 민주당의 김성호 의원. 기자 출신답게 그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북파(北派) 공작원'실상을 폭로해 잊혀진 북파공작원의 삶을 이슈화했다.

또 후방 대인지뢰 매설지역(39곳) 폭로, 국가보안법 폐지 등 민감한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 전대협의 상징인 임종석 의원이나 기존의 김민석 의원 등을 제치고 386세대의 리더로 자리를 굳혔다.

386세대의 화려한 등장으로 여의도엔 물갈이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권부는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부패 및 의혹사건으로 '실세 중의 실세'로 알려진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도 옷을 벗어야 했다.

제2의 옷로비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한빛은행 대출외압 의혹사건에 연루된 박 전 장관은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본다는 충복.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결코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김 대통령의 밀명을 받고 베이징에서 북한측과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대북특사로 활약했으나 도덕성에는 씻지못할 흠결을 남기고 퇴장했다.


도덕적 해이, 벤처게이트로 절정에

옷로비, 한빛은행 대출의혹사건으로 유행어 대열에 오른 모럴 헤저드는 소위 '벤처게이트'로 절정에 달했다.

인터넷ㆍ벤처혁명을 타고 머니게임을 벌인 일부 벤처인들은 탈법과 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다 철퇴를 맞았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은 사채업자인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 등과 함께 대신금고의 자금, 수천억원을 마치 자기돈 꺼내쓰듯 기업사냥에 나섰다가 코스닥의 폭락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진승현 MCI코리아 대표와 김석기 중앙종금대표도 같은 케이스.

사채자금으로 머니게임을 벌였던 벤처키드들과는 대조적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벤처인으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을 들 수 있다.

인터넷 벤처기업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이 사장은 인터넷 콘텐츠를 개발하다 무료 e-메일 한메일(hanmail)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이 사장은 사업영역을 해외로 넓히면서 세계적인 다보스 경제포럼으로부터 '미래의 세계 지도자 100인'에 뽑혔다.

또 안철수와 함께 여성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벤처인으로, 대학생들에겐 가장 선호하는 벤처CEO로 꼽혔다.

벤처 열풍에 밀려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시장에서 가라앉기 시작할 무렵, 한국 최고의 재벌인 현대그룹엔 왕자의 난이 벌어졌다. 가문의 장자인 정몽구(MK) 현대자동차회장을 제치고 그룹 후계자를 노리던 정몽헌(MH) 현대아산 회장은 패퇴했고, 자동차그룹은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갔다. MH를 더욱 코너로 몬 것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MH측은 무려 5차례의 자구안을 제출한 끝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MH의 현대그룹은 이제 끝났다"는 치욕스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의약분업 혼란 속 허준 신드롬

7월부터 시작된 의약분업은 전국을 의료대란으로 몰아넣으면서 6월 말에 끝난 MBC TV 드라마 '허준'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원한 명의, 허준역을 맡은 탤런트 전광렬은 의료파업시대에 바람직한 의료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그는 실감나는 연기로 허준의 시청률을 60%대로 끌어올렸고, 방영기간 내내 '허준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만년 조연이었던 전광렬은 이 드라마 한편으로 정상급 연기인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작가 최완규과 함께 방송계의 인기제조기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유일하게 '허준'의 인기를 뛰어넘은 것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적인 만남이었다.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김 대통령이 김정일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세계를 감동시켰고, 그 흥분은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주가폭락과 고유가로 야기된 경제위기 현상과 지역편중인사, 정동영 최고의원의 권노갑 최고의원 2선후퇴 발언과 같은 여당의 내분 등으로 김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을 절감해야 했다. 한번 돌아선 민심은 김 대통령을 '조기 레임덕'의 벼랑으로 몰고 있다.

김 대통령의 상대역인 김정일은 세계 언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포악한 성격, 독재자라는 김정일 캐릭터는 단숨에 괜찮은 지도자로 변했다.

그러나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뉴욕행 아메리칸 항공을 타려다 보안요원들로부터 수모를 당해 스타일을 완전히 구겼다.

명색이 일국의 국가원수인데도 양복 윗도리와 신발을 벗어야 했는데 북한측은 "보안요원이라는 것들이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면서 인체의 창피한 부분(국부)까지 샅샅이 조사했다"고 반발했다. 이 사건으로 김영남은 미국행을 취소, 미국 지도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시드니에서 열린 새 천년 첫 올림픽에는 사격분야에서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강초현. 스스로도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어요"라고 얼떨떨해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여자 공기소총 부문에서 은메달에 따는데 그쳤으나 인기는 금메달리스트보다 훨씬 앞섰다. 깜찍한 외모에 연예인 뺨치는 말솜씨를 갖춘 강초현이 마지막 결선 한발을 실수해 0.2점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뒤 다양한 얼굴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초롱이 신드롬'이었다.


강초현의 미소와 한국축구의 추락

강초현이 시드니의 '깜짝 새별'이라면 추락한 사람은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 감독. 차범근과 함께 한국이 낳은 걸출한 스타지만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본선 조별 리그에서 2승 1패로 8강진출에 실패한 뒤 사의를 표명하는 등 바닥으로 떨어졌다.

전국민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중흥을 일궈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올림픽이 끝나자 세계의 눈은 미국 대선으로 쏠렸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을 각각 공화, 민주당 대선주자로 확정한 대선레이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소게임이었다.

두 후보는 끝내 본게임에서까지 참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1달여간의 혼란은 연방대법원이 개입해서야 끝이 났다.

승리한 부시는 올해 최고의 인물로, 패퇴한 고어는 가장 운이 없는 인물로 운명이 갈라졌다. 미국을 대선 혼란으로 몰고 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의 나비형 투표용지는 타임이 선정한 2000년 디자인 분야 최악의 디자인으로 선정됐다.

부시의 승리로 미국에서 8년만에 정권이 교체됐는데 올해엔 지구촌에서 유난히 정권교체가 많았다. 3월에는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가 국민당 분열을 틈타 총통에 당선됐고 7월에는 멕시코 국민혁명당의 비센테 폭스 후보가 1971년 집권의 제도혁명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또 동유럽의 마지막 남은 철권통치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사실상 진 선거를 조작하려다 민중봉기에 밀려 축출됐다.

그는 보스니아 전쟁에서 인종청소를 한 혐의로 국제전범재판소에 설 위기에 서 있으나 "서방측은 돈으로 신정부를 매수, 유고 연방을 분해하려고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허망한 권력, 국내선 비디오 파문

밀로셰비치와 같은 신세로 전락한 사람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 그와 정권을 나눠온 블라디미로 몬데시노스 국가정보부장이 야당의원을 매수하려다 몰래카메라에 찍혀 몰락의 길로 떨어졌다.

국민의 사퇴요구에 근근히 버텨오던 그는 11월 외유중 일본에 망명했다. 페루의 첫 일본계 대통령으로 3선연임까지 이뤘으나 망명 후에는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책임한 발언을 연발, 페루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올해 연예계의 최대 화제는 국내에서는 백지영 비디오, 해외에서는 비틀즈 신화의 부활이다.

'선택', '새드 살사' 등을 히트시키며 가요계에 라틴음악 열풍을 몰고 왔던 백지영은 남자와의 정사신이 담긴 비디오 유출사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전국민의 관음증을 만족시켰던 '백지영 비디오'는 스타들의 문란한 성의식과 인터넷을 통한 사생활 침해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비틀즈 해체 30주년을 맞아 히트곡 27개 담은 '비틀즈1'은 미국과 영국에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연말 분위기를 비틀즈 신화로 채웠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12/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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