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심장이 튼튼해야…

'조금만 과로하면 안면이 창백해지고 무기력해지며 심계항진의 증상과 함께 잠을 못 이루게 되고 설령 잠이 들었다 해도 꿈에 시달리면서 잘 놀라며 기억력이 떨어진다. 또 갈증이 심해지고 식욕부진을 느끼며 피로감과 함께 가슴이 답답해진다.'

최근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기업의 구조조정 등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꽁꽁 얼어붙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딱히 어떤 원인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대개는 심장기능에 이상이 초래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심장은 혈액은 물론 산소를 포함한 각종 영양물질을 전신의 모든 조직과 장기에 공급해주는 막중한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장기 중의 하나다. 그래서 일찍이 한의학에서는 심장이 오장육부를 관장하며 생명의 유지에 직결되는 인체의 모든 장기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장기로 파악하고 있다.

한의학서 '소문'에 따르면 "심(心)은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고 하는데 신명이 여기서 생긴다. 심이 제 작용을 못하면 심장, 폐, 간, 비장, 신장, 담, 위장, 대장, 소장, 방광, 삼초, 포 등 12기관이 위태롭게 되고 돌아가는 길이 막혀서 잘 통하지 못하면 형체가 몹시 상하게 된다"고 적고 있다. 이는 곧 심장이 단순히 육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육체와 정신을 주관하는 장기로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장의 기능이 왕성할 경우에는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건강에 이상을 야기하게 된다.

심장기능이 허약해지면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며 마음이 편치 않게 되면서 각종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은 크게 심기허(心氣虛)와 심혈허(心血虛), 심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심기허는 말 그대로 심장의 기, 즉 기능이 약해진 경우를 이르는 것으로 주된 증상으로는 안면창백, 가슴 두근거림, 가슴 답답, 피로, 무기력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심혈허는 심장의 혈액이 부족한 상태를 이르는 말로 가슴 두근거림과 불면증, 건망증, 심신불안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또 심계는 심장 박동이 심해 불안을 느끼는 증상으로 놀람과 공포, 번뇌와 분노 등에 의한 경계(驚悸)와 경계의 증상을 수반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해하는 정충의 병증이 있다.

이들 증상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더욱 심화되는 특성을 보이며 남에 비해 유독 신경이 날카롭거나 예민한 사람에서 다발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심장이 정신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심기허와 심혈허, 심계 등 심장기능이 떨어져 야기되는 각종 제증상의 한방치료는 주로 약물요법이 이용된다.

우선 심기허의 증상에는 황기와 인삼, 감초 등으로 구성된 보원탕을 처방하는데 피로를 풀어주고 원기를 돋우어주는 익기작용이 뛰어나고 땀이 흐르는 것을 막아주며 체내의 열에너지를 강화시켜주어 증상의 개선에 효과가 있다.

또 심혈허의 경우에는 보혈작용과 피를 만드는 조혈작용이 뛰어난 사물탕 또는 당귀보혈탕 등을 처방한다. 이외에 천왕보심단이나 귀비탕, 청심온담탕 등의 약물을 복용해도 심장 기능 저하와 관련된 제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

한편 심장기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약물복용과 함께 평소 생활 속에서 섭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소식을 하고 특히 저녁식사의 경우 가볍게 소량을 먹는 것이 좋다.

또 스트레스를 가능한 받지 않도록 편한 마음을 갖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심장은 정신세계가 생겨나는 원천으로 고민이나 생각이 많아질 경우 그 기능이 저하되기 쉽기 때문이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12/19 21:3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