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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리더십] 성공한 대통령의 길은 험난

5년 임기 중 2년을 남긴 김대중 대통령의 정국운영 설계도는 무엇일까.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세부 계획은 몰라도 해방이후 첫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한 구상들로 꽉 차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과 피살, 구속에 이어 가까이는 '나라를 망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 역대 대통령과 다른 말 그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주변여건은 김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설계도 대로 정국을 시공하는 일이 엄청난 난(難)공사임을 확인시킨다.

경제위기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싸늘해진 민심을 굳이 재론하지 않더라도, 원내 제2당에서 오는 정치불안,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차기구도에서 오는 당내분란, 명분만 앞세운 어설픈 개혁정책의 혼선, 여론을 잡지 못한 남북교류. . 집권 초에서 나오는 '힘'까지 달리는 상황이라 김 대통령으로서는 1997년 대선에서보다 더 치밀한 계획과 실천이 요구되는 때다.


정계개편 염두에 둔 포석

김 대통령은 2000년 말 민주당의 새 대표에 자신의 비서실장이던 김중권 최고위원을 발탁했다. 김 대표는 집권 초 2년 가까이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 당시 권노갑 전 최고위원 등 동교동계와 정면으로 맞섰던 이른바 여권내 '신주류'다.

원외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를 발탁한 데는 영남출신이라는 지역적 배려도 작용했지만 이유는 딴데 있다. 당을 확고한 친정체제로 끌고 가되 동교동이 아닌 집권경험이 있는 인사에게 맡겨 일사분란하게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통령을 잘 아는 민주당의 한 중진도 "동교동 가신들이 야당시절 '김심(金心)'을 잘 읽는 최측근 이었다면 지금의 '김심'을 가장 잘 읽는 인사는 다름아닌 김 대표"라며 "친정체제는 분명한데 김심을 읽고 스스로 움직이는 김 대표에게 맡기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주요 당직자 인선과정에서 최고위원들의 현장 건의를 받아들여 정책위의장을 강현욱 의원에서 남궁석 의원으로 바꾸는 등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 스스로도 "지금까지 여당은 야당식 여당으로 운영됐다"며 "내가 된 이상 여당다운 여당으로 바뀔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 대통령이 구 여권 출신을 앞세운 '김중권 대표-박상규 사무총장' 카드를 택한 것은 단순히 친정체제 구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자민련과의 공조체제 복원 등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다.

현재 원내 의석분포만 따진다면 273석 중 한나라당이 과반수에 불과 4석 모자라는 133석인 반면 민주당은 이보다 훨씬 적은 119석이다.

그나마 17석인 자민련은 16대 총선을 계기로 느슨해져 확실한 여당 표로 계산할 수도 없다. 지난해 말 검찰수뇌부 탄핵안 파동 때만 해도 강창희 부총재 등 강경파의 반발로 자민련의 도움을 얻는데 실패했다.

국회법 날치기 파동에 이어 검찰수뇌부 탄핵소추결의를 막기 위한 여당의 국회의장 공관저지로 여론의 몰매를 맞은 여당은 안정의석의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계개편을 해서라도 원내과반수정당을 만들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연말 합당설이 설익은 채 불거진 뒤 주춤하긴 했지만 김 대통령 주변에서는 "후반기 집권을 안정적으로 하기위해서라도 여권을 원내과반수 정당으로 만드는 정계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구상을 숨기지 않는다.

여당의 한 고위인사는 "4~5월이면 어떤 식이든 정치판이 요동칠 것"이라며 "김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구상의 일차적 성패도 정계개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자민련과 합당이 어렵다면 최소한 집권 초와 같은 완벽한 DJP공조 복원은 최소한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선 조치로 자민련 김종필(JP) 명예총재와 관계개선이 필요함을 절감한 김 대통령은 JP와 가까운 두 사람을 당대표와 총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후계구도 가능한 늦출 듯

일부에서는 "레임덕 방지를 위해 오히려 후계구도를 조기에 가시화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건의한다. 하지만 측근들 다수는 물론 김 대통령 본인도 부정적이다.

오히려 김 대통령은 후계구도는 2002년 초 전당대회까지 가능한 한 미룰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이 지역정서를 앞세워 끊임없는 'DJ흔들기'를 할 텐데, 연내 차기 대권후보를 가시화하면 관료들조차 말을 안 듣는 급격한 레임덕 현상이 온다"고 단언했다.

당 기반이 약한 김 대표가 단명하리라는 평가와 반대로 내년 전당대회까지 가는 장기체제가 되리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연내 DJP공조하 정계개편이 이뤄진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그러나 김 대통령은 차기 구도를 늦추면 늦출수록 차기주자들간의 경쟁으로 당이 끊임없이 요동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얼마 전 김 대표 지명에 대해 유력한 차기 주자중 한 명이 노무현 해양수산 장관이 "기회주의자는 포섭대상이지 지도자로 모실 수 없다"고 정면 반발한 것도 한 예다.


경제위기 극복, 남북화해에 총력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한 DJ의 집권후반기 구상의 성패는 다시 찾아온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다. 정계개편에 부심하는 것도 정치혼란이 경제난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정권재창출이란 목표 역시 출발점은 경제문제의 해결에 있다.

김 대통령은 공공부문, 재벌, 노사,금융 등 4대 부문의 개혁을 새해 1/4분기 중 끝낸다고 말하지만 가능성 보다는 '의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당장의 구조조정에 노동계가 협조는 커녕 파업 등으로 정면반발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2001년 하반기부터 경제가 본격 회복해 집권후반기의 어려움을 상쇄시켜줄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당장 절대적 변수인 세계경제동향이 심상찮다.

김 대통령이 정치안정과 남북문제에 한층 매달릴 것이라는 예상도 당장 새해 경제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우회적 노력이다.

남북문제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6ㆍ15 남북선언의 열정이 식은 데다 김 대통령의 집권기반을 흔들기 위한 야당의 공세 또한 상당부분 여기에 집중된 탓이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북ㆍ미 외교정상화 등 충격요법으로 여론타개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충격요법의 극적 효과를 아는 야당 또한 여기에 총력대응 할 게 뻔하다.

이동국 정치부 기자 east@hk.co.kr

입력시간 2000/12/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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