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세계경제] 유럽, 곳에 따라 구름…총론은 쾌청

유럽연합(EU)은 올해 국제유가 앙등, 유로약세 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난 11년 사이 최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밝히고 2001년과 2002년에도 3%대의 건실한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EU는 지난 11월2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00년 3.4%의 높은 성장을 한 회원국들이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3.1%, 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3.4%는 지난 1989년 이후 최고치로서 EU 15개국의 튼튼한 경제기초와 역외 수요증가에 따른 수출증대가 그 원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같은 예상은 EU가 2000년 3.4%의 성장을 이룩한 뒤 2001, 2002년에 각각 3%, 2.7%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유로화 약세, 인플레 유발 우려

EU는 이같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2000년 일자리가 260만개 늘어나 고용증가율이 1.6%에 달한 데 이어 소비는 2001-2002년 연간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유가상승과 유로가치 하락으로 인해 2001, 200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올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사항으로 지적됐다. 다시 말해 2001년 유럽경제는 '전반적으로 쾌청, 부분적으로 흐림'의 기상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름 낀 전망의 근거를 차지하고 있는 유로 문제는 EU가 풀어야할 고난도 방정식이다. 지난 1999년 1월 출범 당시에 비해 30% 가량 가치가 하락한 유로는 유로권에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플레는 유럽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최대요인이라는 점에서 유로 가치 회복은 유럽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출범 당시 1.17달러의 강세를 보이던 유로가 2000년 1월 1달러 이하로 떨어진 뒤 최근 0.82달러 선을 위협받을 정도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전후 최대의 호황을 구가한 미국 경제가 자리잡고 있다.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호황에 따라 초강세를 보인 달러화의 매력에 끌려 수익성 높은 대미 투자를 선호, 연간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유로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에는 1,623억 유로, 2000년 들어 9월까지 891억 유로가 해외직접 투자자금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유로 약세의 또하나의 원인으로는 EU 회원국간의 결속력 결여가 꼽히고 있다. 회원국15개국 중 11개국만이 유로를 사용 하고 있어 유럽 내에서도 통화에 대한 비전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유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영국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 등 4 개국이지만 유럽 최대의 금융시장 런던이 아웃사이더로 있어 유로의 대외적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 회원국 지도자들 간 불협화음도 유로 신뢰성 실추의 한 배경이다.

뵘 두이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ECB)총재의 유로 하락을 막기 위한 공조 필요성 배제 발언 등 정책 당국자의 잦은 실언과 프랑스와 독일의 이자율 및 경제정책에 대한 의견 대립도 유로 중심의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의 경제 전문가들은 유로 약세(환율상승)가 유럽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경기 회복세를 부추기는 일시적 이점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금이탈을 초래해 유럽 증시를 침체시키고 외환시장을 동요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경제 경착륙 조짐이 호재로

미국 일본을 비롯한 경제대국 사이에서 유로를 떠받치기 위한 국제적 공조부양책이 논의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유로 약세, 달러 강세로 대유럽 수출이 극도로 부진해진 미국 기업들의 반발도 유로 상승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질레트, IBM 등 유럽 진출 미국 기업들이 유로 하락으로 3분기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세계 양대 통화축이 될 유로가 지나치게 하락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며 유로의 적정 환율 회복에 미국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이 건실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인위적인 부양책이 없더라도 유로 가치가 조만간 적정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유로화가 오름세 기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는 미국의 2000년 3.4분기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발표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여왔다. 미국의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4%로 지난 2ㆍ4분기의 5.6%, 1ㆍ4분기의 4.8%에 비해 크게 감소, 전후 최대의 호황을 보여온 미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OECD도 지난달 발표한 2001년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2000년 5.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을 고비로 금융긴축 및 자산효과 감소, 유가상승에 따라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3.5%, 3.3%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특히 미국 경제를 둘러싼 해외여건의 불균형이 달러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해 인플레 압력을 고조시키고 외환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유럽 경제전문가들은 "2000년 미국의 GDP 성장률은 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질 것"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경제성장 격차가 본격적으로 좁혀지면 유럽 자본의 대미 유출 현상이 눈에 띄게 둔화돼 유로가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감소

유로 약세 이외에도 단일통화 정책 집행의 어려움과 금융긴축,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계소비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유럽 경제가 안고 있는 약점이다.

2000년 유로권의 물가상승률은 2.2%에 이르고 내년에는 더 올라가 2.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는 적정 물가상승률을 2%로 잡고 있어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현재 4.75%인 기준금리를 2001년에 0.5% 포인트 정도 추가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ECB와 유로권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임금인상이 다시 인플레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발생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창민 파리 특파원

입력시간 2000/12/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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