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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숙제에 짓눌린 송구영신

[경제전망대] 숙제에 짓눌린 송구영신

'뉴밀레니엄 환희의 찬가는 장송곡으로, 증시 대박의 꿈은 대쪽박으로.'

새천년을 여는 첫해, 디지털경제로의 용트림을 잔뜩 기대했던 경진년은 어느덧 숱한 미완의 과제와 상처, 아픔만 남긴 채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뱀의 지혜를 빌려 묵은 때를 대청소해주고, 썩은 환부도 도려내주길 기대하는 2001년(신사년) 첫날이 다가왔다.

송구영신의 시기를 맞은 우리의 자화상은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다.

금융 및 기업 등 4대 부문 구조조정, 반토막 이상 난 주가, 대우자동차 및 한보철강 등 부실기업 매각,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 등 우리 경제를 짓누른 현안이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해결된 것이 없이 새해로 미뤄졌다.


개혁 제자리걸음, 대외신인도 추락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공공 및 노사개혁은 게걸음하거나 오히려 원점으로 복귀하면서 대외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 기업개혁의 최대과제였던 대우차 매각문제는 정부와 채권단이 김칫국부터 마셨다.

대우차를 인수해갈 줄 알았던 미 포드사가 갑자기 '식언'(인수 포기)을 하자 정부와 채권단은 방향감각을 상실, 비틀거리고 있다. 어렵사리 다시 일어서려던 한국 경제도 '강력한 어퍼커트'를 맞고 다운당한 후 카운트 10이내에 힘겹게 일어서려 하고 있다.

재벌간 빅딜도 반도체를 제외하곤 사실상 실패한 개혁으로 비판받고 있다. 유화, 철도차량, 항공기 등의 통합법인 출범이 노사갈등, 채권단의 비협조 등으로 제대로 출범하지 못하거나 일감부족으로 과잉설비 퇴출 등 통합의 효과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한 언론이 "한국이 구조조정 모범국가에서 낙제생으로 탈락할 위기에 직면했다"고 꼬집었을까.

한국 경제는 연말을 맞아 연이은 정책실기(失機)와 구조조정 지연, 급격한 경기위축, 벤처 붕괴, 주가 대폭락, 미국의 경착륙 가능성, 국제유가 급등 등의 내우외환의 폭격을 맞아 환란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의 거울'이라는 증시는 처참하게 망가져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우리 증시는 올해에는 정반대로 하락률 1위의 불명예를 뒤짚어썼다.

1996년 7월 1일 지수 100으로 출발했던 코스닥은 연말에 50대로 폭삭 가라앉아 연중 최고치(3월10일의 292포인트)와 대비하면 80% 이상 하락했다. 거래소(KOSPI)도 500 포인트대로 떨어져 지난 1월3일 대망의 1,059포인트로 시작했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으로 폭삭 가라앉았다.

2001년 전망도 기대할 게 없다. 증권사들은 새해 상반기까지 현재와 같은 약세가 이어진 후 후반기에나 점전적인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450~750포인트에서 움직이고, 코스닥은 2000년 연말에 비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종목별 주가차별화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합병진통, 노사 정면충돌로 치달아

새해을 앞둔 이번 연말에도 우리 경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아 고단한 송구영신의 시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현안은 금융노조의 파업에 이은 금융대란 가능성. 은행간 합병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둘러싸고 노사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은행측은 파업중단과 업무복귀를 촉구하고,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해산 등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합병을 백지화하라며 강경투쟁 노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구랍 28일 금융총파업까지 선언, 갈길 바쁜 은행합병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야간 정쟁으로 오랜 진통을 겪던 새해 예산안이 12월26일 겨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여야는 24일 새벽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101조300억원에서 8,000억원을 삭감했지만 치밀한 심사는 뒷전에 둔 채 정치적 담합으로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들은 구랍 26일 형형색색의 색종이를 위로 뿌려 올해 악몽을 잊고 뱀의 해인 새해 증시상승을 기원하는 납회식을 가졌다. 내년 우리 경제의 기상도를 보면 숱한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IMF환란 직후의 초심으로 돌아가 희망을 담보로 한 고통분담의 '색종이'를 뿌리면 악재를 호재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의춘 경제부 차장 eclee@hk.co.kr

입력시간 2000/12/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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