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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찬 소액주주, 나가가 거둔다?

6개은행 완전감자 피해 보상대책 논쟁 가열

주나라의 통제력이 약화한 중국 춘추 전국시대 초기 강국으로 떠오른 진(晋)나라가 생겨난 연유는 다음과 같다.

어린 나이에 임금 자리에 오른 주나라 제2대 성왕(成王)이 어느 날 자신의 동생인 숙우(叔虞)와 궁궐 뜰에서 놀고 있었다.

성왕은 장난삼아 오동나무 잎을 따서 옥규(玉珪ㆍ천자가 제후를 봉할 때 그 증거로서 주는 옥)의 모양으로 만들어 동생에게 주며 "이를 증거로 너를 제후에 봉하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대사관(大史官) 일(佚)이 성왕의 말을 듣고 "그러면 임명하실 날짜를 정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성왕이 "아니, 그건 장난으로 한 말이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일이 "천자에게는 농담이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바로 이 순간 역사 속으로 존재가 묻힐 뻔 했던 숙우가 진나라 제후로 봉해졌다.

주나라 성왕의 고사처럼 한 나라 최고 고위층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사례가 서기 2000년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12월19일 김대중 대통령이 정부의 6개 은행 완전감자 조치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감자조치를 발표, 소액 투자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있다.

보상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자 위엄이 추상같던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이 갑자기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례적으로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21일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또 소액 주주들에게는 합병은행에 주식에 대한 매수청약권을 부여키로 했다.


투자자 책임소재에 상반된 입장

하지만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의 세심한 말 한마디의 뒷면에는 적지 않은 논쟁이 숨겨져 있다. 한 가지는 대통령의 말대로 '정말로 소액 투자자들이 억울한가'와 또다른 것은 '대통령이 재경부와 금감원 등 정부 시스템이 움직여 결정한 일까지 직접 나서야 하느냐'인 것이다.

우선 증시에서는 6개 은행에 대한 완전 감자조치로 소액 투자자들이 총 1,3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입게 된 것을 둘러싸고 책임소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액 투자자들은 "정부, 은행의 말만 믿고 투자했다"며 일부에서는 소송까지 제기한 반면 일부 투자자들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부실은행의 감자 방침이 알려진 상황에서 무모하게 투자한 사람이 책임질 문제"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 책임론의 논리는 부실은행이 감자된다는 사실이 이미 수주일 전부터 증시에 알려진 사실인데 이제 와서 투자자들이 졸지에 감자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

사실 12월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주은행 등 일부 부실은행 주가의 급등에 대해 감자 가능성을 들어 주의를 당부했고, 인터넷 주식정보 사이트인 팍스넷 토론실에도 부실은행 감자의 불가피성과 그에 따른 투자위험을 경고하는 글이 올려졌다.

실제로 팍스넷에는 인터넷 ID가 '황소개구리'인 투자자가 한빛은행에 대해 "현재 상태로는 100원도 비쌉니다. 웬만하면 사는 게 아닙니다. 빨리 파세요"라고 주장했으며 또다른 투자자(ID: mizno1)는 평화은행(8대1), 광주은행(17대1) 등 주요 은행의 감자예상 비율까지 전망했다.

이에 따라 완전 감자 사실이 발표된 12월18일에는 "한탕을 노려, 없는 돈 다 털어서 한빛은행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됐다"는 한 투자자의 고백이 토론실에 게시되기도 했다.

A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빛은행의 경우 감자방침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12월4일에도 거래량이 3,713만주를 기록하고 6일에는 6,603만주에 달하는 등 한탕을 노린 데이트레이더의 작전이 기승을 부렸다"며 "일부 억울한 투자자가 있을 수 있지만 완전 감자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대부분 투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실은행 주가의 위험성을 알고도 투자한 사람이 갑자기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꼬았다.


해당은행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한편 상당수 소액 투자자들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실은행에 대한 감자는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 11월15일 6개 은행이 3분기 보고서에서 모두 순자산이 남아있다고 발표한 것을 사례로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최소한 부실은행의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인 것만이라도 공개했더라면 주식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인터넷 정보사이트 등을 통해 "부실 자료를 공표한 해당 은행과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동조세력을 모으고 있다.

소액 투자자의 책임소재 논란과 함께 대통령이 직접 소액주주에 대한 피해보상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정부가 소액주주에 대한 피해보상 대책으로 내놓은 신주 인수 청약권도 실효성있는 보상대책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의 소액주주 보상대책 지시가 나오자 한국i닷컴 등에는 "김대통령의 말이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김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대우자동차 매각 실패에 대한 관련자 문책 지시처럼 흐지부지하게 끝날 것이며, 최근 잇따른 고위 당국자의 또다른 식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주인수 청약권-실효성에 의문

정부가 한빛 등 6개 감자(減資) 은행 소액주주에게 배정키로 한 신주인수 청약권이란 해당 은행(또는 금융지주회사)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만일 주가가 그 가격에 못미칠 경우 권리를 포기하면 되기 때문에 금전적 손실은 없다. 그러나 소액주주에게 실효성있는 보상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는 신주인수권 배정을 6개 은행의 주식을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내년초 출범할 금융지주회사 주식을 대상으로 할지,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행사가격은 액면가(5,000원)로 정했다.

이는 액면가 이하로 할 경우 액면가와의 차액만큼 공적자금 손실이 발생할 뿐더러 국민세금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보상해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배정물량은 보유 주식수만큼 할지 아니면 그 이하 비율로 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또 신주배정을 받을 수 있는 투자자 자격을 1% 이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로 한정했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소액주주도 신주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1,000원에 한빛은행 주식(15일 종가 865원)을 샀던 투자자의 경우 우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주당 340원의 현금을 받게 된다.

이 투자자가 만일 한빛은행(또는 지주회사) 주식에 대해 신주인수권을 배정받고 이 주식의 가격이 5,700원에 달하면 신주인수권을 행사, 700원의 이득을 볼 수 있어 본전을 찾는 셈이다.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은행의 주식에 대해 신주인수권을 발행할 경우 이들 은행이 단지 클린화했다고 해서 5,000원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0/12/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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