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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 북한산 새 사랑 20년

정봉용(60)씨는 조류계에서는 '북한산 새할아버지'로 통한다. 북한산 산새에 관한한 정씨를 따라올 사람은 누구도 없다. 정씨는 20년간 새가 좋아 북한산을 누빈 덕에 이곳 새를 마치 손금 보듯 꿰차고 있다.

최근 정씨는 새로운 별명 하나를 얻었다. '북한산 까막딱따구리'. 정씨는 올 4월 각고의 노력 끝에 북한산에서는 30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았던 천연기념물 242호인 까막딱따구리를 발견, 근접촬영에 성공했다.

그간 북한산의 새들을 사진에 담아온 정씨가 이것을 발견한 때는 4월18일. 그 후 정씨는 6월17일 이 까막딱따구리가 새끼 3마리를 낳고 날아갈 때까지 무려 2개월 동안 둥지 주변에 텐트를 치며 촬영을 시도했다. 식사는 아내가 이틀에 한번씩 가져다 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했을 정도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정씨의 새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해에는 67일간 조롱이를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조롱이 새끼를 보호하려고 둥지 주변에 인분을 뿌려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새를 보호하기 위해 등산객들과 여러 차례 실랑이를 벌인 적이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한번은 어린 새를 촬영하려다 어미새에게 공격을 당하다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혀를 다쳐 보름간 식사를 못한 적도 있다. 지난해 봄에는 만경대에서 까마귀를 찍다 허리를 다쳐서 5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그래서 주변에서 '새에 미친 사람'이라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그냥 새가 좋아서 찾아다닙니다. 사실 새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새들이 자기 새끼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내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사실 저는 새들의 10분의1 만큼도 자식에게 못했습니다."

정씨가 가장 아쉬운 것은 사람들로 인해 북한산의 새들이 자꾸 줄어드는 것이다. 5~6년전만 해도 북한산에는 38종의 새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환경이 나빠져 15종 정도 밖에 없다.

"3~8월은 새들이 새끼를 치는 기간에는 담배 냄새나, 사람의 소음에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기간만이라도 자제해야 합니다. 그것이 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최소한의 질서입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한 새와 함께 하는 것이 소원"이라는 정씨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북한산을 향해 올라갈 채비를 차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12/2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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