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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 新실세로 자리매김?

민주당 김중권 신임 대표가 예상대로 '간단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구랍 29일 'DJP 공조'문제와 관련,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를 방문했을 때 김 명예총재가 공조복원 방침을 밝혔다"며 "김 명예총재와 (공조복원을) 굳게 맹약했다"고 전격 공개했다.

김 대표가 언론과의 송년 인터뷰 형식을 통해 이렇게 말함으로써 민주당과 자민련간 공조복원은 기정사실화했다.

김 대표는 내친 김에 "4.13 총선후 민주당과 자민련간 공조가 흔들렸을 때 정국이 불안했던 사실에서 보듯 국회는 양당간 공조 없이는 안 된다"며 "자민련 김 명예총재로부터 공조회복을 확약 받았다"고 회동의 구체적 내용을 거침없이 털어 놓았다.

김 대표는 DJP 공조의 수위에 대해서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던 초기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개각 때 자민련 의원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개각의 폭과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 김대중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점을 서슴없이 밝히고 나선 것이다.


당 기강문제 제기하며 본격 입지다지기

김 대표는 'DJP 공조복원'을 터뜨리기 직전에는 은근히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김 대표는 "나의 정치적 소신은 내각제"라고 한 자락을 깔면서도 "내각제가 어려우면 대통령 중임제와 정ㆍ부통령제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그 파장이 충분히 예견되는 정치적 화두를 던졌다.

당연히 한나라당은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 대표는 "개헌은 현 대통령 임기 후에나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고 현재 국회 상황에선 개헌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치고 빠지기를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가 김 대표의 정치적 지위에 걸맞게 능란한 형태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세밑 정국을 시끄럽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굵직굵직한 이슈 이외에도 취임이후 거의 매일 같이 이런저런 말의 성찬을 쏟아 내며 자신의 말이 '정치의 중심' 또는 최소한 '민주당의 중심'이 되게 하려는 데 공을 들였다. 김 대표의 '말'은 당 기강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됐다.

"이런 자세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가" "눈이 반짝반짝 살아 있어야 한다" "당직에 (실무 능력이 뛰어난) 에이스를 배치해야 한다" "일을 주고 결과를 물어야 한다" "대표 비서실부터 전부 바꿔라" "시간이 많지 않다" 는 등의 말이 김 대표가 당을 변화시키겠다며 몰아친 언사들이다.

김 대표는 구 여권 출신인 자신에 대한 당내의 만만치 않은 거부감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겠다고 나섰다. 김 대표는 소위 '무임 승차론'에 대해 "내가 대표가 되니 당의 정체성 문제를 얘기하는 데 지금 민주- 반민주, 독재- 반독재 등의 그런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이어 "김 대통령이 국민회의 대선 후보로 나설 당시 선거에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던 때에 '정권 교체가 돼야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념에서 국민회의에 입당했다"면서 "당시 대선전략 자문회의 의장으로서 정권 교체에 일익을 담당했다"고 강조했다.


균형감각 보이며 실리정치 펼쳐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자신의 거침없는 행보가 대권 도전의 일환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는 균형감각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가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합당치 않고 대선 후보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나를 대선 예비주자에서 빼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말의 진실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김 대표가 사심을 버리고 당의 혁신에 전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말이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청와대 주례보고 때 대표 보고와 사무총장 등 당직자 보고 내용이 중복됐으나 앞으로는 일상적인 보고는 당 4역 등에게 맡기고 나는 정국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해 김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언행을 뜯어 보면 그 가능성과 한계가 동시에 읽혀 진다. 여권의 '준 실세'로서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국정을 다뤄 본 경험이 있는 김 대표가 확실히 당을 장악해 이끌고 가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부분은 분명히 가능성에 해당한다.

김 대통령이 유난히 김 대표를 신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의 바로 이런 처지가 한계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민주당 내에서 김 대표의 권위는 김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그 신임이 철회될 때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허물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 김원기 고문과 경합을 벌이다 예상을 뒤엎고 김 대표가 임명됐을 때 "김 대표는 김 대통령의 대리인일 뿐" "김 대통령의 직할 통치가 시작됐으며 이는 김 대통령 친정 체제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혹평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김 대표가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많다. 박상규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과 중ㆍ하위 당직 인선 과정에서 보여준 김 대표의 자세는 상당히 유연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인선 내용이 기존의 당내 실세인 한화갑 최고위원이나 이인제 최고위원의 입장을 상당히 배려한 것으로 보이는 데서도 이러한 점이 확인된다. 김 대표는 자신의 스타일을 내세우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몸에 밴 실리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즉 김 대표가 말은 크게 하면서도 당내의 분란을 촉발시킬 수 있는 '자기 몫' 확보에는 상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잠재력 풍부, 급부상 가능성도

그러나 여전히 김 대표는 기회를 노리는 '잠룡'일 수밖에 없다. 영남권 주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소가치가 인정되는 상황에서 김 대표가 대중적 정치력을 인정 받으면 대권 후보로서 급부상할 가능성은 오히려 충분하다고 봐야 한다.

부산ㆍ경남 주자인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이 자신의 상처를 감수하면서 김 대표에 대해 이빨을 드러낸 것도 정치 역학의 차원에서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김 대표가 실질적인 행보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 이인제 최고위원이 대반격의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도 김 대표의 이러한 잠재적 가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퇴진 후 사실상 동교동계의 대표성을 확보한 한화갑 최고위원의 선택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한 최고위원이 '킹 메이커'역할을 선택할 경우 그의 선택의 폭은 열려 있고 조급하게 서두를 이유도 별로 없다.

김 대통령은 한 최고위원에게 '김심'을 실어 조정 역할을 맡기려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상황을 종합하면 김 대표의 독주는 어차피 어려운 상황이다. 새해에 여권 내 차기 주자들 간에 어떤 경쟁과 제휴가 전개될 지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입력시간 2001/01/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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