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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안기부자금 불똥, 어디까지

신년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1996년 총선 당시 안기부의 선거자금 지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영수회담이 결렬됐고 여야간 난타와 '3김(金)1이(李)'간의 물고물리는 정쟁으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진행상황은 즉각적으로 여의도 정가에 충격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이자 선대본부장이었던 한나라당 강삼재 부총재의 소환조사가 1차 관건이다.

강 부총재는 물론 "야당분열을 노린 정치공작 분쇄를 위해 검찰소환에 불응키로 했다"며 출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1월6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기부로부터 당이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선거자금 문제로 안기부 간부와 접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기부 자금이 강 부총재를 통해서 신한국당 후보들에게 분배됐을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강 부총재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 검찰은 강 부총재가 자진출두하지 않을 경우 강제조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9일 임시국회가 끝나자마자 10일부터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해놓고 있어 강 부총재에 대한 조사가 쉽지는 않을 전망. 이에 따라 여야간에 방탄국회 공방이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YS 차남 김현철씨 조사여부 관심

검찰은 1995년 지방선거 때 217억원의 안기부 자금이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에 유입된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인데 그 가능 여부도 역시 미지수.

당시 최대 접전지였던 경기도지사 선거의 여당 후보는 현재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이어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이 최고위원이 난처해질 수도 있다.

현재 의원신분인 이들 인사의 소환이 쉽지 않지만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권영해 전 안기부장 등에 대한 조사는 검찰의 시간표대로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이들이 쉽게 입을 열지는 않겠지만 이들의 검찰소환 자체만으로 여의도 정가는 시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총선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에 대한 조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등을 둘러싸고 진행되고있는 '3김 1이'간의 복잡한 싸움은 2002년 대선구도와 무관할 수가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초 경부고속철도 커미션 수사과정에서 안기부 선거자금이 돌출됐다는 보고를 받고 달갑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여권에 대한 수사가 부를 정치보복 등의 논란을 부담스러워 했던 탓이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증거가 드러난 이상 국가예산을 여당의 선거자금으로 전용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서는 눈 감을 수 없다며 법대로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안기부 자금 수사는 필연적으로 YS와의 긴장을 야기시키고 이는 여권에서 거론돼온 '민주대연합' 카드를 영영 못쓰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안기부 독직사건에 대한 조사는 DJ 퇴임 후 그에 대한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정원 등 권력기관 운용에 DJ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부담도 있다.


정치권, 득실계산으로 분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도 양면이 있다. 1996년 총선 당시 신한국당의 중앙선대위 의장이었던 그로서는 일단 정치적ㆍ도덕적으로 책임이 돌아간다. 현재 자신의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구여권 출신 인사들이 타격을 입을 경우 전력손실로 이어진다.

그러나 당시에 선대위의 '얼굴마담'으로 총선자금을 관리하는 계선상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화살을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그동안 소원했던 YS와 '적의 적은 동지'라는 속언대로 연대를 꾀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또 여권이 2002년 대선에서 국정원 조직이나 자금을 동원해 여당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거의 봉쇄된다는 점도 이 총재를 즐겁게 하는 대목이다. 그가 이번 주부터 지방순회 투쟁에 나서면서도 원내외 병행투쟁 쪽으로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가장 갑갑하게 된 사람은 YS다.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안기부의 불법 선거자금 지원에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남 현철씨가 사건에 깊숙히 개입됐다는 의혹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 검찰이 정치적으로 YS문제를 비켜갈 개연성이 적지 않다.

JP는 이 사건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지만 이 격랑을 정치적 입지강화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월8일 DJP회동을 통해 두 사람의 공조를 완전 복원한 뒤 그동안 물밑 접촉을 벌여왔던 YS와도 회동, 모종의 정치적 과실 도모에 나설 개연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01/0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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