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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 조세형 '일본 원정절도' 미스터리

대도 조세형 '일본 원정절도' 미스터리

대도(大盜) 조세형(63)씨의 일본 '원정절도'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시대의 대도에서 장기 복역수로, 다시 목회자와 범죄전문가로 변신을 거듭했던 그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일까.

조씨가 머나먼 이국 땅에까지 가서 '좀도둑'행각을 벌인 데 대해 의문이 꼬리를 물면서 잠재된 도벽(盜癖)의 부활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의적(義賊)활동'재개설과 일본 폭력조직 연계설, 무혐의 결백설 등 갖가지 해석과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 범행과 일본 행적

조씨가 일본 도쿄에 간 것은 지난해 11월17일. 그는 "간증활동과 일본 노숙자 교화사업을 위해 일본에 다녀오겠다"고 출국한 뒤 소식이 끊겼다.

조씨는 일주일후인 24일 오후 도쿄시내 고급 주택가인 시부야(涉谷)의 빈 주택과 아파트 3곳에 잇따라 침입, 물건을 훔치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쫓겨 격투 끝에 검거됐다. 조씨는 경찰관에게 칼을 휘두르다 오른쪽 어깨와 턱에 총상을 입고 병원치료까지 받았다.

조씨는 현재 도쿄 시부야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수감돼 있으며 2000년 12월 15일 공무집행방해와 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는 검거 직후 "나는 제주출신 44년생 고양빈으로 11월23일 여권없이 밀입국했다"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겨오다 인터폴 지문조회 결과 신분이 드러났다.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물건을 훔치려 들어갔으며 단독범행"이라고 밝혔으나 범행동기나 추가범행에 대해서는 일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조씨는 1999년 이후 간증활동을 명목으로 일본에 10여차례나 드나들었던 것으로 밝혀져 상습적으로 원정절도 행각을 벌여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일본에서 조씨의 행적은 현재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일본 교회의 초청으로 간증활동을 했다는 것 외에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조씨는 왜 '개과천선(改過遷善)한 대도'라는 사회적 명성을 버리고 '도둑의 길'로 다시 들어선 것일까.


◆ 의적활동 재개설

일부에서는 그의 절도행각이 도벽의 재발로 인한 단순범행이 아니라 국제적 의적활동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선교활동과 노숙자 구호사업이라는 '자기 환상'에 빠진 조씨가 자금확보를 위해 '활동'을 재개했다는 것.

조씨는 지난해 11월 일본으로 가기전, 주변사람들에게 "일본 노숙자에 대한 교화활동을 하겠다"는 뜻을 비쳤고, 국내에서도 선교활동과 전과자를 위한 재활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조씨는 또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특강에서도 "82년 검거 직전 훔친 돈 수십억원으로 브라질 금광 개발사업에 투자해 소년원생들을 위한 재활사업을 벌일 생각이었다. 갑자기 검거되는 바람에 사업이 무산된 게 무척 안타깝다"고 말하는 등 독자적인 사회사업 의지를 적극 표명했었다.

그러나 조씨가 1999년 4월 설립한 '늘빛선교회'는 최근 들어 전과자 등의 참여가 크게 늘면서 월 운영비가 1,000만원에 달하는 등 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출국 직전 후원인인 최중락전 총경에게 "청송교도소 출신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자금난이 심해져 선교회 활동을 중단해야겠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으며, 실제로 12월 임대료 연체로 사무실이 폐쇄됐다.

재미있는 것은 조씨가 범행 대상으로 선택한 일본 도쿄 시부야가 백화점과 상가, 고급주택가가 밀집한 대표적인 부촌(富村)이라는 점. 따라서 조씨가 국내에서처럼 일본 부유층을 털면서 필요한 사업자금을 마련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출소 이후 그의 간증활동 행적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포장됐으며 동기가 의심스러운 일종의 쇼가 아니냐"는 반론이 만만찮은 데다 "도벽을 의적행위로 보는 것은 비상적인 개인 미화(美化)"라는 목소리가 높다.


◆ 폭력조직 연계설과 무혐의설

조씨가 일본의 폭력조직과 연계해 조직적인 절도행각을 벌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씨는 청송교도소 수감시절부터 유흥업계에 종사하는 일본인 친구들과 교류를 했으며 출소 이후 일본을 드나들며 이들과 접촉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씨가 이들에게 모종의 동업 제의를 받았으며 이번 사건도 이와 연루된 범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폭력조직 연계 배경에 대해서는 조씨가 개인적으로 주변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족과 주변인물들에 따르면 조씨는 일본에서도 숙박비를 아끼려고 대중목욕탕에서 잠을 자는 등 상당히 궁핍하게 생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와 함께 일본에 갔다 범행 당일인 지난해 11월24일 혼자 귀국한 고아원 친구이자 운전사인 남모(58)씨는 조씨의 부인 이영순(41)씨에게 일본에서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잦은 외국행과 선교회 운영비 등으로 인해 궁핍한 지경에 몰리면서 모종의 범죄 제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남씨는 "조씨가 일본 친구를 만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데다 항상 단독으로 범행했던 조씨의 습관상 연계설은 근거가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씨의 절도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기소시 조씨의 혐의에 절도 부분이 삭제된 데다 절도피해 액수도 너무 적다는 것.

조씨가 주거침입한 것은 맞지만 절도의도가 아닌 선교 등 다른 목적이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일본 경찰은 구속당시 조씨가 "손목시계 4개와 휴대용 라디오, 옷가지 등 13만엔어치의 물건을 훔쳤다"고 발표했다 기소시에는 절도혐의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1월 7일 "절도혐의가 제외된 것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본 경찰이 추가범행 사실을 밝혀낸 뒤 한꺼번에 기소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본인도 물건을 훔치러 들어간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조만간 절도혐의가 입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끊기 힘든 도벽 심리

이 같은 분분한 해석에도 불구하고 범죄 전문가들은 대체로 "범죄억제요인이 약해지는 외국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오랜 기간 잠재돼 있던 도벽이 되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에스원 범죄예방연구소에 근무하며 한달에 200여만원의 적지않은 월급을 받았고, 각종 강연이나 간증활동으로 최대 1,000여만원에 달하는 부수입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아내가 자동차 액세서리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48평짜리 대형빌라에 사는 등 생활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경제적 요인 보다는 오랜 도벽이나 심리적 요인이 범행의 원인일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는 사회적 지위와 체면, 유명세 등으로 인해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받았지만 외국에서는 '자기 억제'와 외부 감시가 약화, 충분히 '야누스'적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대학 표창원(범죄심리학) 교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박이나 주식투자를 하다 궁지에 몰렸거나, 선교회 운영 및 전과자들에 대한 후원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한탕의 유혹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20년간 끊었던 손버릇이 어떻게 되살아나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측은 "마약과 강간, 절도는 '죽을 때까지도 고치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끈질기고 재범률도 높다"며 "자신의 실력에 대해 예술적 자부심까지 가진 조씨는 이를 시험해 보고 싶은 유혹에도 시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종합하면 끈질기게 이어져온 도벽 심리와 외국이라는 특수환경, 선교회의 운영난이라는 3가지 요인이 맞물려 조씨를 다시 도둑의 길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조씨의 '본업 재개'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일본경찰의 조사와 우리 당국의 본인 접촉이 이뤄진 후에야 정확히 밝혀질 전망이다.


◆ 대도의 4가지 거짓말과 향후 처벌

조씨는 이번 범행을 통해 4가지 거짓말을 했다. 먼저 스스로 자랑스럽게 주장해온 '절도 5원칙'중 2가지를 깼다. 하나는 '절대 외국인의 집을 털지 않는다. 외국인을 털면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 때문이다'이고 둘째는 '절대 칼이나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

그러나 일본인의 집을 털고 일본 경찰에게 칼을 휘두름으로써 자신의 약속을 깼으며 국가적 망신까지 시킨 셈이다. 조씨는 또 출소당시 "천만금의 보석이 눈앞에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질기디 질긴 도벽의 유혹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조씨는 검거 직후 자신을 '고양빈'이라고 밝혔는데 고양빈은 출소후 금식기도원에서 만나 알게 된 여수의 '조폭'두목 출신으로 알려졌다. 고씨의 동생은 "형님은 출소후 신앙생활을 하며 성실히 살고 있다"며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함께 지낸 친구를 팔아먹다니 너무나 파렴치하다"고 성토했다.

조씨는 앞으로 일본에서 재판을 받은 뒤 일본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 형량은 여죄에 따라 다르지만 3~5년 정도가 될 전망. 복역후에는 강제추방되며 귀국후 다시 국내법에 따라 '내국인의 국외범죄'에 대한 재판을 통해 재처벌을 받게 된다. 도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조씨는 늘그막에 얻은 아내와 11개월된 아들을 남겨둔 채 여생의 상당부분을 감옥에서 지내는 신세가 됐다.

배성규 사회부기자 vega@hk.co.kr

입력시간 2001/01/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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