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대] "어쩔수 없이 타지만, 낙제점이야"

서울 시민들은 지하철에 대해 몇 점을 줄까. 그리고 가장 불만스러운 점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해 시민들은 지하철에 대해 42.78점이라는 실망스런 낙제점을 주었다. 그리고 환승시의 소요시간과 거리, 열차내 혼잡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교통운동이 지난해 8월 한달여간 서울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하철 이용자 만족도 설문조사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의 지하철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2.78점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성별ㆍ연령별로 나눠 운행 간격, 청소상태, 소음 및 공기오염, 안내방송, 요금 수준 등 10개 주요 항목에 대해 평가했는데 '환승시 소요시간이 길고 이동 거리가 멀다'는 것이 만족도 26.93점으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번째 불만 사항으로는 '열차내 혼잡도가 심하다'는 의견으로 27.53점의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음으로 시민들이 꼽은 불만 사항으로는 '소음 및 공기 오염이 심각하다'(30.21점), '이동 편의시설이 부족하다'(36.98점), '안내 표지판이 불편하다'(42.11점) 등이었다.


정확한 운행시간에 긍정적 평가

반면 지하철이 다른 운송 수단보다는 비교적 운행 시간을 잘 지킨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지하철의 운행소요 시간이 비교적 잘 지켜진다'는 항목은 만족도 53.42점으로 10개 항목 중 유일하게 50점을 넘었다.

'안내 방송이 잘되나' 하는 질문에 49.85점, '운행 간격이 적절한가' 하는 물음에는 48.36점으로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지하철 운영에 가장 불만이 많고 50대, 60대 고령층으로 갈수록 지하철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서울 지하철의 공기 오염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999년부터 지하철 전 노선을 대상으로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이상화탄소, 포름알데히드, 납 등 7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각 항목별 측정치가 법률이 정하는 지하 공기질 기준 이하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시간 노출될 경우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질병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 오염도는 대개 노후 차량과 역사들이 많은 1,2호선이 상태가 가장 나빴다. 1호선의 경우 아황산가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3항목에서 수치가 가장 높았다. 2호선은 일산화탄소와 포름알데이드, 7호선은 이산화질소와 납 성분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


소음도 1·6호선이 제일 심해

소음도 조사에서는 1호선과 6호선이 나쁜 평점을 받았다. 플랫폼에서 측정한 소음도의 경우 1호선이 81.12㏈(A)로 가장 높았다.

지하철 차량 내부에서 측정한 것으로는 6호선이 76.99㏈(A)로 제일 소음도가 심했다. 일반적으로 70㏈(A)이 넘으면 정신 집중력이 떨어지고 청력 손실 초기 증상이 시작되며, 80㏈(A)이 넘을 경우 혈관 수축 반응과 수면량 증가 등의 작용이 인체에 나타난다.

각 노선별 운행 소요시간에서는 4호선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호선의 경우 창동역에서 충무로역 구간이 24분이면 운행 할 수 있는데도 평균 33분42초나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행 간격도 4호선 창동역의 경우 기준 시간이 2분30초인데 이번 조사에서는 무려 5분여가 늦은 8분02초만에 열차가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규칙적인 운행 연착과 긴 운행 간격은 열차집중제어장치(CTC) 자동열차정지장치(ATS) 자동열차제어장치(ATC)등 첨단 열차 제어 시스템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지하철의 경우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에 쌓여 있어 신규 시설 도입이 힘들어 우리 시민들은 상당 기간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1/16 18:4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