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우주의 중심은 바로 당신"


기울어진 아이 / 프랑수아 스퀴텐 그림ㆍ베누아 페터즈 글/정장진 옮김

프랑스 만화 '기울어진 아이'는 인간의 존재, 우주 질서, 영적 예술세계의 한계 등과 같이 우리 주위에 있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근원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 수작이다.

언뜻 보면 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사춘기라는 신체적 변화를 하나의 거대한 우주 질서에의 동화과정으로 보고 진지하게 풀어간다.

부유한 가정의 딸 마리는 어느날 놀이기구를 타고 나오는 도중 갑자기 몸이 기울어진다. 그 후 몸이 기우는, 알 수 없는 현상 때문에 주변에서 따돌림을 받던 마리는 가정과 학교를 탈출, 거리를 헤매다 서커스단에 합류한다.

여기서 우연히 만난 잡지 편집장으로부터 자신을 고쳐줄 박사를 소개받고는 서커스단을 떠나 박사를 찾아나선다. 우주 행성을 연구하는 바펜도르프 박사는 마리의 몸이 기울어진 것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의 중력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마리와 함께 그 행성을 찾아 우주여행에 나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행성에 떨어진 마리는 페허 속에서 벽화를 그리다 이 세계로 들어오게 된 데종브르라는 화가를 만난다.

마리는 그와 성적 경험을 통해 드디어 세상과의 갈등에서 벗어난다. 마리는 데종브르와 함께 이곳에서 살기 원하지만 데종브르는 박사의 설득으로 다른 차원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아쉬움을 남긴 채 박사와 함께 지구로 돌아온 마리는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사회지도자가 돼 존경받는 몸이 된다.

그리고 20년 뒤 마리는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춘기 시절 깊은 심연 속에서 벌어졌던 바로 그 우주 여행의 기억 때문이라고 박사에게 고백한다.

이 작품을 처음 대하면 황당무개한 스토리 전개에 당황하게 된다. 사춘기 소녀 마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간중간에 작가의 분신인 데종브르라는 화가가 사진으로 삽입돼 또다른 이야기를 풀어간다.

결국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심연 속에서 단 한차례 만나 성적 결합을 이룬 뒤 각자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서로 그 추억속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깨닫는다. 이 만화는 작품의 연대나 장소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

작가는 오직 시공을 초월한 경험을 통해 우주의 중심은 오직 정신을 지배하는 자신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자신이 느끼는 곳이 바로 자신의 우주라는 사실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30 19:4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