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의 세계] '바리스타' 정진호씨

"커피의 맛을 과학입니다"

'커피볶는집 크레마치노'의 정진호 사장은 커피 전문가로 불린다. 마니아들은 그를 국내 4대 '바리스타'중 한사람으로 평가한다. 바리스타는 생두를 볶고 갈아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다.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아니라 커피 마니아들의 일반적 평가가 필요하다.

정씨는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취향, 즉 개성을 도저히 맞춰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커피를 맛(taste)과 향(aroma)에서 오는 풍미(flavor)를 즐기는 식품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인스턴트 커피는 맛은 갖고 있지만 향은 없다는 점에서 풍미에 도달하기 어렵다.

아울러 그는 커피를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 주관적 개성과 객관적 과학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그는 커피 맛이 마시는 사람의 개성에 달렸긴 하지만 생두의 맛과 향을 가장 순수하게 커피에 담아내는 것은 또다른 차원이라고 말한다.

개성을 찾을 수 있는 바탕, 다시 말해 커피의 순수성을 전달하는 것이 곧 과학이자 바리스타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생두의 품질과 볶는 방법, 분쇄방법(입자의 크기), 물의 온도, 추출하는 방법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각 과정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거나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하는 공정 방법이 있다. 옳은 방법을 사용했느냐 여부에 따라 커피의 질은 차이가 난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끓여낸 에스프레소 커피 위에 떠있는 크레마(미세한 거품 모양의 크림)는 신선도와 기술의 척도다. 이탈리아 기준에서는 크레마가 커피량의 10% 정도면 괜찮게 뽑아낸 커피로 평가한다. 크레마가 없는 에스프레소는 죽은 커피다.

정씨는 커피의 생명은 신선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생두 상태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맞췄을 경우 지역에 따라 묵힌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볶은 원두는 오래두면 맛과 향이 휘발된다. 원두를 간 분말일 경우에는 더 심하다.

그는 볶은 뒤 하루 정도 지나 볶는 과정에서 흡입된 가스가 배출된 원두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분말 원두는 분쇄한지 1~2주일 이내에 소비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마니아들은 진공포장이라 하더라도 운송ㆍ보관과정이 긴 수입 원두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커피는 향의 휘발성이 강한 민감한 식품이다. 가정에 분쇄기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씨는 "커피를 마시는 데는 법칙이 따로 없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06 20:14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