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방송, 한국연기자에 구애

올들어 한국 탤런트들이 일본의 안방극장을 강타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연기자의 인기가 대단하고 한국 탤런트를 출연시키려는 일본 방송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일본 시청자에게 첫선을 보인 탤런트는 지난 1월8일 일본 도쿄방송(TBS)에서 방송한 특집극 '작은 다리에서 만나다'의 주연을 맡은 김지수다. 청초한 모습으로 일본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김지수는 "지난해 일본 방송에서 드라마를 하자고 제의가 와 출연했는데 방송 후에 '반응이 좋았다'는 말을 재일동포에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탤런트 붐의 진원지는 윤손하다. 요즘 일본 안방극장에 '윤손하 열풍'이 불고 있다. NHK에서 1월9일부터 매주 화요일 방송하고 있는 10부작 '모이치토 키스'(다시한번 키스)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윤손하가 특유의 청순함을 발산하며 일본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윤손하는 5월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후지TV의 11부작 미니시리즈 주연도 맡기로 해 한국 탤런트의 일본 진출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NHK쪽에서 '반응이 좋아 기자회견을 갖자'고 연락이 와 1월29일 요미우리 신문 등 20여 개 언론사가 참여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했어요. 현장의 취재열기로 미루어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부담감을 좀 덜었어요."


서구화된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에 어필

윤손하가 일본 시청자에게 호소하는 것은 외모와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 그리고 서구화한 일본 젊은이 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큰 눈망울, 맑은 얼굴, 긴 생머리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청순함이다.

한국의 여가수(윤손하)가 일본에 갔다가 연하의 음대생(구보즈카 요스케)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한일 양국의 가치관, 부모의 반대, 병으로 인한 가수활동 중단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마지막 콘서트를 하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멜로 드라마의 내용도 윤손하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극중에서 긴 생머리에 하얀색 톤의 화장을 해 가련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서구화한 일본 젊은이 문화의 반동으로 젊은이와 어른이 청순한 분위기의 저를 주목하는 것 같아요."

윤손하의 뒤를 이어 일본에서 한국 탤런트의 붐을 일으킬 수 있는 연기자는 원빈이다.

'가을 동화'의 스타 원빈(24)이 방송사상 최초로 한일 방송사 합작으로 제작되고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원빈은 MBC와 일본 도쿄방송(TBS)이 공동 제작하는 드라마 '프렌즈'의 여자 주연인 일본의 10대 스타 후카다 교코(深田恭子ㆍ19)와 호흡을 맞춘다. 원빈은 "최초의 한일 합작 드라마인 만큼 한국의 대표배우로서 부끄럽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겠다" 는 각오다.

월드컵이 열리는 2002을 기려 내년 1월1일부터 MBC와 TBS에서 동시에 방송될 60분물 4부작 '프렌즈'는 관광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원빈)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여성 후카다를 만나 가치관의 차이와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고 순수한 사랑을 지켜가면서 양국의 민족성을 이해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박하사탕' 과 '단적비연수'의 주연 설경구도 일본 TV 드라마에 데뷔한다. 최근 일본 NHK과 출연계약을 맺은 설경구가 출연할 드라마는 특집극 '성덕태자'다.

NHK가 11월에 방송할 시대극 '성덕태자'에서 신라 검객을 역을 맡은 설경구는 일본 태자와 협력해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의 시대를 여는 내용을 연기한다.


최진실에 눈독 "올해안에 출연할 생각"

현재 일본 NHK, TBS, 후지TV 등 일본 방송사에서 출연 제의를 받고 있는 한국 탤런트와 영화배우가 많다. 집중적인 출연제의를 받는 사람은 역시 최진실이다.

지난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인 조성민과 결혼해 일본인에게 낯익은 최진실은 3~4개의 방송사에서 드라마 주인공 섭외를 받고 있다.

최진실은 "올해 안에 일본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입니다. 출연시기는 올 하반기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밖에 영화 '쉬리'의 김윤진, 드라마 '허준'의 황수정도 일본 방송사 출연 제의를 받고 있다.

모처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국 탤런트 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진출한 연기자들이 주의해야할 일이 있다.

"한국 연기자들이 일본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 대중문화의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출연하기 전에 한국 연기자들이 일본어와 연기 패턴, 감정처리, 액션ㆍ표정 연기특성 등을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라는 윤손하의 지적을 유념해야 일본 시청자의 한국 탤런트 사랑이 계속될 것이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13 17:17


배국남 문화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