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해상권을 장악하라"

한반도 주변국 해군력 강화에 박차,
'新 군비경쟁'

'해상을 장악하라.' 동북아에 해군력 증강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 강국은 21세기 해상 제패를 목표로 대형 구축함을 도입하고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는 등 해군력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동북아에서의 해군력 증강은 냉전 종식이후 미국 및 러시아의 해군 세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역내에 불안정한 안보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세력구도 하에서 자국의 방위력을 높이고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국가적 욕망이 해군력 증강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 국가의 해군력 증강은 인접국이나 경쟁국을 자극, 군비확충의 반작용을 불러옴으로써 역내의 연쇄적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일본 대만 경쟁적 군비확충

무엇보다 중국과 일본의 군비확충은 21세기 동북아 역내에서의 해상권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의 양상을 띤다.

특히 중국은 과거 연안(沿岸)해군으로 평가되던 자국의 해군력을 가까운 시일 내에 대양(大洋)해군으로 변모시킨다는 목표 아래 해군 현대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동북아 지역의 해군력 증강 동향'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월 러시아 건조 8,000톤 규모의 소브레메니급 대형 구축함 1척을 인수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3대를 추가도입할 예정이다.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은 발진속도가 매우 빠르고, 파괴력이 높은 대함(對艦) 선번(Sunburn) 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해 항공모함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올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진행되는 차기 방위력 정비 계획기간중 신형 이지스함 2척을 도입키로 하는 등 해상 군사대국의 길을 착착 걷고 있다.

1998년 4척의 콩고(Congo)급 이지스함을 4개 호위함대군에 각각 한척씩을 배치한 일본은 1999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발사를 계기로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춘 신형 이지스함을 도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특히 항공모함형 호위함으로 불리는 1만톤 규모 이상의 오스미급 대형 수송선(LPD) 3척을 추가도입하고 올해 중 1척의 건조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서항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오스미급 대형 호위함은 헬기와 전투기 등의 탑재가 가능, 항공모함으로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며 "이는 일본이 궁극적으로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소련의 붕괴에 이어 경제난으로 잠수함 및 수상함 전력이 1990년 초에 비해 80%나 감소됐던 러시아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 국가안보개념'과 '신 해군교리' 발표를 계기로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해 발진했다.

이 교수는 러시아가 경제난 때문에 해군력 증강계획을 즉각 실천에 옮기지는 못할지라도 앞으로 노후한 공격용 잠수함 및 수상함의 대체, 해상 및 연안기지에 근거를 둔 다기능 항공기의 개발 등을 통해 극동함대의 세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으로부터 무력공격 가능성의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은 최근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을 도입한데 대한 대응으로 키드(Kidd)급 구축함 4척의 판매를 부시 미 행정부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은 2005년부터 6,000∼8,000톤 규모의 이지스 구축함 4척의 건조를 추진하고, 다양한 급의 프리킷함 도입 계획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KDX(한국형 구축함) 계획에 따라 1990년대 초반부터 새로운 유형의 구축함 건조를 추진, 1998년 3,900톤급의 KDX-1형 구축함 3척을 실전에 배치한 이래 2003년부터 5,000톤급의 KDX-2형 구축함 6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또 2010년까지 6,000톤 이상급 KDX-3형으로 불릴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할 예정이다.

북한의 최근 해군력 증강계획은 자세히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1999년 6월 연평해전 이후 해군력 개선 및 증강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 해군 현대화를 암중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잠수함 전력 증강이 핵심

최근 동북아 국가의 해군력 증강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항공모함형 호위함 건조 및 대형 구축함 도입 △탑재되는 무기 및 장비의 첨단화 △잠수함 전력의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구형 잠수함의 신형 대체와 잠수함 자체 전력의 확산은 동북아 해군력 증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8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러시아로부터 디젤-전기 동력의 킬로(Kilo)급 잠수함 4척의 도입을 추진하고 이미 보유한 로미오(Romeo)급 잠수함도 신형 잠수함으로 대체하는 계획을 병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3,600톤 규모의 오야시급 재래식 잠수함을 건조, 현재 2척은 이미 실전 배치했으며 2007년까지 8척을 추가 건조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최근까지 1,200톤 규모의 장보고급 잠수함(209형) 9척을 독일 HDW사의 기술지원 아래 건조 완료했으며 2009년까지 1,800톤 규모의 214형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동북아 각국이 수중함 전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잠수함이 상대방의 추적에 쉽게 노출되지 않고 수심이 얕은 동북아 해역에서의 이동성이 확보되며, 다른 국가에 대한 해상 억지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력충돌 일어난다면 바다일 것"

"역내 무력 갈등이 발생할 경우 그 첫 총성은 해양으로부터 나온다." 역내 해군력 증대로 해상에서 각국간 함정 또는 잠수함이 조우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말이다.

동아시아 지역은 동중국해의 센가쿠 열도(조어도)와 남중국해의 스플래틀리 군도(남사군도)를 둘러싼 해양 영토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남중국해 등에서의 영토분쟁에 대비, 해군력 증강을 꾀함으로써 아세안 국가뿐 아니라 대만, 일본을 긴장시키고 있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의 출범으로 중국과 대만간 양안 갈등도 더욱 첨예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비군사적 요인도 고려대상이다. 최근 동아시아 해역을 이용한 물자수송이 급증하면서 해적행위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이 해군력을 해상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운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1999년 말래카 해협에서 자국 상선에 대한 해적의 공격이 빈발하자 이 지역에 대한 군함 파견 및 순찰을 인접국가들에게 공식 제의했었다.

중국도 최근 중동으로부터 원유수입 의존도가 급증하면서 해군력 증강을 통한 석유수송로 방어를 강화하고 있다.

이서항 교수는 "최근 동아시아 해양은 해적 행위의 증가, 마약 및 불법 난민 수송로로서의 이용증대에 따라 비재래적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의 해군력 증강에 따라 대결구도가 심화할 경우 역내 해양은 군사 안보 위협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일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3/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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