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불안한 개항 초읽기

첨단시설 불구 문제점 산적, '성공비행' 장담 못해

'새천년 동북아의 하늘을 우리 품안에..'

동북아의 허브(Hub·중심)공항을 꿈꾸는 인천국제공항이 8년4개월간의 대역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3월29일 문을 연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 모든 국제선 항공편이 옮겨가게 돼 김포공항은 국내선 전용공항으로만 활용된다. 첨단시설과 좋은 지리적 여건을 갖춘 인천공항.

그러나 수하물처리 시스템의 용량부족, 접근 교통망 및 승객 편의시설의 태부족, 비싼 공항이용료, 기준에 못미치는 활주로 간격 등 문제점이 산적, '성공비행'에는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연간 2,700만명 드나들 세계 최대터미널

인천국제공항의 총부지 면적은 여의도의 20배인 1,700만평.

특히 여객터미널은 세계 최대 규모. 연면적만 잠실 축구장의 60배인 15만평에 이르는 여객터미널 내에는 면세점과 전문식당, 헬스클럽, 사우나, 볼링장, 미니호텔(90개 객실), 비즈니스센터, 장애인 편의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관제탑도 인천공항의 자랑거리.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팔각형 형태의 관제탑(100.4m)은 초속 61m의 강풍과 진도7의 강진에도 끄덕없이 설계됐다. 길이 3,370m, 폭 80m의 활주로(2개)는 최신기술을 이용, 요철(횡단골)을 만들어 비가 많이 내려도 비행기 바퀴가 빗물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인천공항은 연간 17만회의 항공기가 운항되고 2,700만명의 승객과 170만톤의 화물이 하늘을 오가게 된다. 게다가 공항건설이 최종 완공되는 2020년에는 연간 이착륙 53만회, 이용승객 1억명, 화물 700톤을 실어나를수 있어 세계 5위권의 공항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인천공항은 무엇보다 주변공항에 비해 지리적 위치가 월등하게 좋은 것이 큰 장점. 비행거리 3.5시간내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가 43개나 위치하고 있다. 미국 뉴욕 등은 중간기착지 없이 논스톱으로 갈 수 있다.

또 육지에서 15㎞ 떨어진 해상에 건설돼 김포공항처럼 소음에 따른 민원도 없어 24시간 상시운영이 가능하다. 시계 200m정도의 좁은 거리만 확보돼도 이착륙이 가능해 결항률은 세계 수준인 0.48%에 그칠 전망이다.

출입국 절차도 대폭 간소화한다. 일반 승객의 경우 X-레이 투시기 등의 세관검사를 없애고 대신 수화물 검색을 위한 첨단장비를 설치된다. 이에 따라 입국절차 시간이 40분 이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수하물처리시설 용량부족 및 시스템 오류

그러나 인천공항이 동북아의 명실상부한 허브 공항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승객의 짐을 부치고 분류하는 수하물처리 시스템의 용량부족.

인천공항의 수하물 처리시설은 시간당 평균 450개에 불과해 김포공항(시간당 800개)은 물론 국제 권고기준치(시간당 600개)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승객이 몰리는 피크타임(오전10시~낮12시, 오후5~7시) 때나 여름 성수기에는 수하물처리가 늦어져 운항지연사태까지 우려된다.

수하물처리 시스템의 원활한 작동여부도 미지수. 지난 2월27일 인천공항에서 실시된 5차 종합시험운영에서 수하물처리 시스템의 자동분류장치에 이상이 발생, 수하물이 엉뚱한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시스템상의 문제는 개항후 '공항마비'의 초유의 사태까지 초래할 것으로 보여 보완책이 시급하다.

도심에서 공항을 오가는 도로망이 단 하나뿐인 것도 큰 골치거리. 공항접근로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고양시 강매동 방화대교~공항, 40.2㎞)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공항전용도로가 겨울철에 결빙되거나 사고라도 나면 비행기를 놓치는 이용객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도로구간내 영종대교는 바람이 초속 25m(태풍급) 이상이면 차량통행이 금지돼 접근로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항과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와 인천과 공항간을 잇는 제2연륙교도 2007년 이후에나 완공될 것으로 보여 '공항 교통대란'은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공항 주변은 조그만 호텔이나 상가없는 황량한 벌판. 남쪽 5만여평의 국제업무지역에 개항전까지 객실 300개 규모의 호텔 2개와 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공사중인 대한항공의 칼호텔도 2002년 말에야 완공될 것으로 보여 공항이용객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공항내 미니호텔이 문을 열지만 90실에 불과해 이용객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슬아슬한 교통망, 주변시설도 태부족

여기에 인천공항의 공항이용료는 김포공항보다 60% 오른 1만5,000원. 승객은 여기에 관광기금으로 조성되는 출국세 1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는 일본 간사이(關西)공항(2만6,000원)에 비해서는 다소 싼 편이나 홍콩 첵랍콕(8,000원), 싱가포르의 창이(1만6,000원), 말레이지아의 세팡(1만2,600원) 등의 2배를 웃돌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인천공항은 이용객이 승용차로 공항까지 갈 경우 왕복통행료 1만2,200원에 기름값, 주차요금을 합해 최소한 5만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개발연구원 김연명 박사는 "인천국제공항은 규모와 시설 등 외형적인 면에서는 수준급의 시설을 갖췄으나 운영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잇따라 드러나 개항 초기에는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항가는 길과 통행요금

인천국제공항은 공항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통해서만 갈 수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는 시청이나 광화문에서 연세대 앞을 거쳐 난지도(일산 방면)쪽으로 가 강변북로를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김포공항이나 강서지역에서는 개화4거리에서 김포IC를 통해, 부천 시흥 안양 일산지역에서는 외곽순환도로를 통해 공항전용고속도로에 들어갈 수 있다.

인천지역은 인천제철 등 공단일대 도로를 거쳐 북인천 IC로 진입하면 된다. 강남지역에서는 외곽순환도로를 통해 일산, 김포쪽으로 직진하다 노오지 JC에서 고속도로로 들어가면 된다.

고속도로는 일단 진입하면 중간 진출입로를 통해 빠져나갈수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타면 방화대교부터 공항까지는 3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도심(시청)에서 공항까지 걸리는 시간은 교통체증 등을 감안, 1시간40분~2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통행요금은 편도 기준으로 경승용차 4,900원, 승용차 6,100원, 버스는 1만4,000원이다.

시청앞이나 광화문, 강남버스터미널에서는 공항까지 가는 직행버스나 리무진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택시로 인천공항까지는 대략 4만원 정도가 든다.

송원영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6 18:29


송원영 사회부 wy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