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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폭설에 갇힌 모텔, 탐욕에 묻힌 인간성

[비디오] 폭설에 갇힌 모텔, 탐욕에 묻힌 인간성

■라스트 스탑

오도가도 못하게 만드는 엄청난 폭설로 인해 생긴 사건을 그린 영화는 너무 많다. <7인의 신부>에서 7명의 산골 노총각 형제들은 납치한 마을 처녀들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도록 유도, 눈사태를 일으켜 마을과 통하는 길을 봉쇄했다.

봄까지 시간을 번 형제들은 따뜻한 환대로 마을 처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처럼 낭만적으로 활용되었던 폭설은 세상 인심이 각박해진 탓인지 범죄에 일조하게 된다.

순백의 벌판과 대비되어 범죄자의 돈뭉치를 강렬하게 부각시켰던 <파고>와 <심플 플랜>, 폭설로 교통이 두절된 산속의 발전소를 점령한 테러리스트와의 결전을 그린 <화이트 아웃>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폭설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범죄 영화로 마크 말론의 1999년 작 <라스트 스탑:The Last Stop>(18세, MV-net)을 추가해야겠다.

콜로라도주의 고속도로 순찰대원 제이슨(아담 비치)은 삽으로 눈을 퍼내며 간신히 프리츠(유르겐 프로치노프)와 메리(패트리시아 플린) 부부가 경영하는 산속의 간이 모텔에 이른다.

폭설로 인해 도로가 끊겼다는 소식을 알리고 투숙객을 아침까지 보호하기 위해서다.

헤퍼보이는 여자 조디(칼럼 케니 페니)와 덩치큰 사내 칼(윈스톤 레케트)이 시시덕거리고 10만 달러짜리 화물을 내일까지 전해줘야 한다는 흑인 트럭운전사 팀, 6년만에 고향의 언니를 만나러왔다는 제이슨의 옛 애인 낸시(로즈 맥고완), 매혹적인 낸시에게 집적거리는 건달 형제 제이크와 로이. 식당에 모인 이들은 빨리 떠날 수 있게 해달라며 투덜거린다.

새벽에 투숙했다는 신혼부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수색하던 제이슨은 피냄새를 맡고 달겨든 늑대 곁에서 이들의 시체를 발견한다.

제이슨은 낮에 들었던 4인조 은행강도 사건과 살인이 관련되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이야기인데.. 프리츠 부부가 맡아 키우던 자폐증의 조카 레슬리가 엄청난 돈보따리를 쓰레기더미에서 찾아내면서 음모, 배신, 살인이 잇따른다.

폭설로 산중의 허름한 모텔에 갖힌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탐욕스런 신경전과 끔찍한 살인.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범죄란 점에서, 성격파 배우 케빈 스페이시의 감독 데뷔작 <알비노 엘리게이터>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공간과 인물의 제한 속에 사건을 던져넣는 영화는 등장인물 모두를 범인으로 의심할만한 상황을 만들고 이들의 동선과 시간 흐름을 깔끔하게 설계하며 빈틈없는 이야기 전개를 보여야만 성공할 수 있다.

시나리오 작가 바트 섬머가 <라스트 스탑>에 깐 복선은 이렇다. 주인 부부는 한달 일찍 내린 눈으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아 가뜩이나 버거운 은행 빚을 걱정하는 처지. 트럭 운전사 팀이 빳빳한 지폐를 내놓자 주인 아낙은 "100달러 신권은 적응이 안된다"고 말한다.

낸시는 팀과 건달 형제의 싸움 때 능숙하게 총을 난사한다. 만난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다는 조디와 칼이 눈에 띄게 시시덕거리는 점도 거슬리고.. 제법 그럴싸한 복선을 깔며 분위기 연출에 공을 들인 범죄 스릴러를 보며 지난 1월의 폭설을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oksunhee@netsgo.com

입력시간 2001/03/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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