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13)] 다른 북방견과의 관계

어떤 사람은 북방계의 대표적 견종중의 하나인 시베리언 허스키(Siberian Husky:아메리칸 켄넬클럽 홈페이지 www.akc.org 참조)의 눈의 푸른 홍체 색을 보고 같은 북방견 계통이 안색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허스키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허스키들이 푸른 안색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한쪽 눈은 푸르고 다른 쪽 눈은 검은, 이를테면 서로 다른 색의눈을 가진 개도 있다. 이렇듯 푸른 안색은 일견 신기하게도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색소의 퇴화 현상의 한 모습이다.

이들의 원산지인 시베리안 일대는 밤이 매우 긴 시기가 있다. 허스키들은 이런 환경에서 오래 살다보니 홍체의 멜라닌 색소가 퇴화되었고, 아울러 이런 눈은 밤에 사물을 보는데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고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안색은 유전빈도가 낮은 열성인 관계로 대다수를 점하고 있지는 못했다.

아마 진돗개도 시베리아 같은 곳에서 몇백년을 살다보면 이런 푸른 눈을 가진 개들이 나타날 것이다. 근래 들어 허스키의 애견화가 확산되면서 푸른 눈이 이 견종의 매력으로 받아 들여져 집중적으로 선택·번식되었다.

진돗개와 허스키의 조상 개가 같은 시기에 각자의 지역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아니면 허스키의 조상이 한반도까지 들어와 진돗개의 조상이 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지만 이들은 분명히 같은 계통으로서의 관계를 갖고 있음을 전에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 왜 진돗개에게는 푸른 안색이 없을까. 굳이 상황을 설정하여 그 원인을 밝혀보면 이렇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자기와 비슷한 형태의 눈을 가진 가축을 좋아한다는 것이 학자들의 연구결과 밝혀졌다.

따라서 옛날 사람이 야수와 같이 섬뜩한 느낌을 주는 가진 개는 햇빛에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낮에는 움직임에 있어 의욕이 없다. 주로 낮에 활동하는 우리 민족의 눈에 이런 개들이 형태가 곱게 보였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이런 개들이 한반도에 들어왔다면 자연스럽게 개를 잡아 먹기 좋아하는 사람의 먹거리가 되어 일차적으로 도태되었을 것이다. 혹시 살아남는다 해도 유전적으로 열성이어서 대를 이어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멸되었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 애완견화한 허스키의 경우는 푸른 눈이 특이한 특성으로 인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썰매를 끄는 실전용 개들은 특이한 재능을 가진 개를 제외하곤 푸른 눈을 가진개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왜냐하면 썰매도 주로 낮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방견 계통은 에스키모 개나 알라스칸 말라무트 종 등을 제외하고는 중간형의 크기인 견종이 많다. 이들 중 대표적 견종인 시베리안 허스키와 사모예드, 라이카의 경우 체고(앞 발바닥에서 어깨 제일 높은 곳까지의 높이)의 폭이 51㎝에서 59㎝까지로 중형견의 한계 안에 있다. 이런 크기는 이 견종들이 환경과 상황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방견 계통이 중간 크기가 대부분인 것은 이 크기가 각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너무 크면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이를 구하기 쉽지 않은 시벨리아를 위시한 북쪽 지역에서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너무 작으면 힘이 없어 다른 동물을 사냥하거나 먹이를 구하기 위해 더욱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방견 계통은 중간 크기의 견종이 많다. 이런 생존 양태에 의한 크기는 진돗개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응된다.

참고로 부연하자면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허스키도 골격과 체질이 물러져 애완견화한 개로부터 옛 시베리언 허스키의 원형을 복구시켜 강인한 실전용 썰매개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북미 지역세ㅓ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탄생된 실전용 허스키들을, 옛날 우편물을 썰매로 나르던 시절에 썰매개을 잘 다루기로 유명했던 레오나드 셀팔라의 이름을 붙여 '세팔라 시베리어 허스키'라고 부른다. 이 개들은 단단하고 강인한 얼굴과 체구의 표현이 진돗개와 닮은 점이 매우 많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3/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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