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프로야구 판도와 변수'

1998시즌 외국인 선수가 국내프로야구에 첫 선을 보였을 때의 일이다. 모든 야구인들은 당시 한화가 트라이아웃캠프에서 1번으로 지명했던 마이크 부시라는 선수가 대단하다며 50홈런을 족히 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대가 스카우트했던 마이너리그 출신의 스코트 쿨바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거포라던 부시는 국내야구를 한수 아래로 업신여기다가 망신만 당하고 퇴출되고 만다.

쿨바는 절정의 타격감각을 자랑하며 현대를 창단후 첫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어 가장 성공적인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외국인 선수라는 변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팀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4월5일 오픈하는 2001시즌 프로야구도 어느 팀이 외국인 선수를 잘 활용하는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000 시즌이 끝난후 각팀들은 쓸만한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작전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8개 구단이 스카우트한 외국인 선수는 모두 24명. 이중 투수가 11명이고 타자가 13명이다.

또 24명중 올 시즌 국내무대에 첫선을 보이는 선수는 15명이다. 1998시즌부터 4시즌 연속 두산의 3번 타자로 나서는 타이론 우즈를 비롯,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MVP인 톰 퀸란(현대), 한화에서 LG로 옮긴 댄 로마이어 등은 이미 검증된 선수들로 올 시즌에도 주목의 대상이다.


삼성 리베라, LG 발데스에 주목

그러나 올해에는 대어급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등장해 프로야구판도에 큰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벤 리베라(삼성)가 외국인 선수중 '넘버 1'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201㎝ 114㎏의 당당한 체구가 일단 타자들을 압도한다. 프로야구 출범이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도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삼성은 매 시즌 외국인 선수 때문에 애를 태웠는데 2001시즌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

리베라가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구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백인천 전 삼성감독은 3월 11일 제주에서 열린 LG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등판한 리베라를 지켜본 후 "지금과 같은 구위라면 국내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쉽지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같은 팀의 투수인 이강철은 "내 평생 저런 투수는 처음 본다. 볼 스피드(최고구속 157㎞)도 스피드지만, 제구력 변화구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고 추켜세웠다. 리베라는 98,99시즌에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타이거스에서 뛰면서 특급소방수로서 위력을 발휘했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활약했던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도 "일본에서 뛸 때 '2층에서 던지는 공'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타의추종을 불허했다"고 덧붙였다.

리베라와 함께 투수로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에프레인 발데스(LG). 지난해 외국인 투수 데니 해리거를 영입해 톡톡히 재미를 봤던 LG가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다.

강속구 투수라기보다는 자로 잰듯한 컨트롤을 앞세워 타자들을 상대한다. 좌완투수인데다가 변화구 구사능력까지 갖춰 해리거와 함께 1,2선발로 뛸 전망이다. 대만리그에서 뛴 적이 있어 동양야구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거포 즐비, 국내무대 적응이 변수

올해 등장하는 타자들 중에는 거포들이 많다. 현대의 J R 필립스, 두산의 트로이 닐, 롯데의 아지 칸세코, SK의 호세 에레라 등은 국내 투수들에게 요주의 대상이다.

필립스는 현대가 지난 시즌부터 계속 스카우트작업을 벌였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 데려오지 못했다. 확실한 좌타자가 없어 항상 고민이었던 현대의 김재박 감독은 3월 16일 해태와의 시범경기를 마친후 "홈런 30~40개는 무난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99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기도 했던 필립스는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좌타자치고는 몸쪽 볼에 강하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는 호세 칸세코의 쌍둥이 형인 아지 칸세코는 마해영의 삼성 이적으로 인한 거포 공백을 메울 롯데의 4번타자 후보이다.

아직 국내무대에 완전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파워만큼은 어느 외국인 선수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다.

에레라는 96시즌에 미국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 108경기에 출장, 2할6푼9리의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한다. 볼을 맞히는 재주가 뛰어나고 타격 페이스가 꾸준한 게 장점이다.

외국인 선수들 못지않게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게 신인 투수들이다. 최근 수년간 대형 투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국내 프로야구에 쓸만한 신인 투수들이 없어 감독들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걸출한 루키들이 많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대어는 대구상고 출신의 이정호(삼성). 지난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의 주역으로 메이저리그팀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었다.

하지만 역대 고졸 최고액인 5억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직구 최고구속이 157㎞에 달할 만큼 강속구를 던진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변화구 구사능력이 떨어지지만 삼성타선을 고려해볼 때 선발투수로 나서면 10승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마무리 훈련에 인스트럭터로 참가했던 선동열 위원은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우선 볼스피드에서 그를 따라갈만한 투수가 없다. 경기운영능력과 변화구를 조금만 가다듬으면 팀의 에이스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걸출한 마운드 루키들, 기대이상 활약 예상

LG의 이동현(경기고 졸)은 이정호의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다. 145㎞대의 직구를 던지면서도 제구력이 뛰어나다. 포크볼 슬라이더 낙차 큰 커브 등도 신인답지 않게 좋다.

SK의 김희걸(포철공고졸)과 해태의 김주철(성남고) 등도 강속구를 앞세워 올 시즌에 신인왕을 노리는 우완 정통파 투수들이다. 성가면에서는 이정호, 이동현보다 뒤지지만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특히 김주철은 지난해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이정호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완승을 거뒀었다.

이들외에도 국가대표출신의 박한이(삼성)와 신명철(롯데) 등은 팀의 1번타자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호타준족의 두 선수는 국가대표시절부터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선수로 평가받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연석 체육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20 22:31


정연석 체육부 yschu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