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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 性市] 업주ㆍ매춘여성ㆍ주민이 공생하는 '섹스타운'

용주골(대추벌) 윤락가의 여성은 오후에 일어난다. 4~5시가 돼야 목욕탕, 미장원으로 간다. 오후 6~7시 영업준비가 시작될 때까지는 잠을 자거나 PC방,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혹 자동차 면허시험 준비를 하는 여성도 있다. 서울서 출퇴근하는 여성도 일부 있다.

한적한 시골이었을 용주골 윤락가의 대로변에는 상점이 유난히 많다. 옷, 액세서리 가게, 노래방, 해장국집 등의 간판이 100m 이상 양편으로 촘촘히 붙어있다. 옷가게에 전시된 제품은 대부분 윤락여성이 호객할 때 입은 것이거나 생활용 복장이다.

용주골은 윤락업과 그 파생산업으로 '섹스타운'을 이루고 있다.


주민 30%가 윤락가에 기대 생계유지

파주읍 연풍2리 김순동 이장의 말을 빌리면 이곳 윤락가는 웬만한 회사 하나가 창출하는 이상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대추벌 호구수는 약 600세대.

윤락업소가 150여 세대이고 상업이 50여 세대, 나머지는 농업과 다른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샐러리맨 세대다. 주민의 3분의1 이상이 직접 매춘업에 종사하거나 윤락가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는 셈이다.

윤락업소에서 가정부로 고용하고 있는 지역민도 고려에 넣어야 한다. 대체로 한 업소에서 한명씩 일하고 있는 가정부의 월급은 100만원 내외. 지역민이 매달 1억원 이상을 업소에서의 잡일로 벌어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소와 매춘여성, 일부 지역주민은 매춘을 매개로 공생관계에 있다. 그렇지만 매춘과 생계의 고리를 맺고 있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은 당연히 이해가 다르다. 매춘업과 무관한 주민은 윤락가가 사라지기를 원한다. 지역의 이미지도 그렇지만 자녀의 교육환경이 더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은 홍등가가 보이지 않도록 갈곡천변의 철제 펜스를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갈곡천 저쪽의 용주골 주택가에서는 대추벌 윤락가가 훤히 보인다.

용주골 상가번영회는 요즘 윤락가 신관지역 증축중단 운동을 전개중이다. 과거부터 있던 구관 외곽에 속속 세워지는 신관 건축에 반대하고 있다. 일견 모순돼 보이는 반대운동에는 속사정이 있다. 구관 가옥의 소유주가 지역민인데 반해 신관은 외지인 소유라는데 그 이유가 있다.

현대식 신관이 들어서면서 기존 구관의 임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구관 소유주인 상가번영회의 '윤락가 확대에 반대' 구호에는 또다른 이기심이 숨어 있다.

현재 용주골 건물 임대료는 방4개일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90만원 수준. 방 7~8개인 새 건물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250만원 선이다.

용주골 윤락가는 낮이면 문을 걸어 잠근 채 잠든다. 호별방문하는 경찰도 낮에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야간 영업시간을 이용한다. 개별 윤락업소는 업주와 윤락녀가 24시간 거주하는 또하나의 작은 사회다.

용주골에서만 8년째라는 한 업주는 "업주(포주)와 윤락녀의 관계가 많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업주 우위에서 평등, 또는 윤락녀 우위(?)의 관계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이 업주는 이 같은 변화가 용주골에서는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윤락가와 달리 용주골은 업주를 대신해 윤락녀를 감시ㆍ관리하는 조직폭력배가 없다고 한다.

여기다 윤락녀들이 모두 핸드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금영업 등은 꿈도 못꾼다고 주장했다. 매춘여성의 이야기도 업주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대부분 단골장사를 해요. 핸드폰 없으면 단골관리 못해요."


업주·윤락녀 대부분 계약 영업

업주와 매춘여성은 대부분 3개월 계약을 한다. 제발로 찾아온 아가씨든, 소개소에 돈을 주고 데려온 아가씨든 석달 동안 업소에서 일하며 수입을 분배한다.

분배비율은 대부분 절반씩이지만 업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한다. 석달 동안 아가씨가 손님을 잘 끌어들이면 업주는 돈을 벌게 된다. 아가씨가 딴전 피우지 않게 비위를 잘 맞추는 것이 업주에게는 중요한 일이다.

아가씨가 기한내에 도망가버리면 포주는 낭패를 본다. 아가씨에 빌려준 돈과 소개비를 날리기 때문이다.

요즘은 작정하고 '보호자 사고'를 내는 아가씨도 있다고 한다. 남편이나 오빠를 가장한 애인과 짜고 업주를 협박하거나 고발하는 사례다.

이 경우 업주는 빌려준 돈을 못받는 것은 고사하고 입막음용 돈까지 내줘야 한다. 한 업주는 "이런 일 몇방 맞으면 빚더미에 올라 앉거나 망한다"며 용주골에서도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매춘여성(26)은 "보호자 사건을 일으키는 여성은 철없는 애들"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리분별을 하지만 발 디딘지 얼마되지 않는 애들은 소개소의 삼촌(조폭이나 건달)의 유혹에 넘어가 사고를 낸다.

그런 애들도 돈을 뺏기고 결국은 이 바닥으로 되돌아오게 돼있다." 이 여성은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선 탓에 23세 때 매춘을 시작했다. 부산 완월동에서 시작해 서울 청량리 등을 전전했다. 용주골은 이번이 두번째라며 "용주골은 형부(업주)들도 잘해주고, 손님 매너도 괜찮아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용주골 매춘여성의 수는 업소마다 다르다. 최고 7명에서 1명까지 다양하다. 3~4명이 한 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업소의 아가씨끼리는 나이에 따라 언니가 정해지고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가 있다.

하지만 사이는 좋다고 한다. 생일이면 선물을 하고, 함께 외출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달에 한두번 있는 디스코텍 나들이나 회식 때는 "형부가 쏜다(돈을 낸다)"고 말했다.


"스스로 택한 길, 직업으로 봐달라"

지방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업소의 동생 하나는 한달에 200만원씩 집에 송금한다"고 귀띔했다.

자신도 과거 서울에서 일할 때에는 한달에 1,000만원 이상 벌었지만 여기서는 아직 얼마되지 않아 수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곳 여성의 90% 이상이 스스로 이 길을 택했다며 사회에서 너무 나쁘게는 보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여자가 이곳만큼 빨리 그리고 많이 돈벌 수 있는 곳도 드물다. 갖혀 지내는 것도 아닌데 직업으로 봐 달라. 좋게 생각하라는 건 아니지만 천하게 보는 건 싫다. 우리가 없으면 성범죄가 늘 것 아니냐."

용주골 업주는 남녀노소 구별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할머니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사업실패 후 '돈된다'는 주변 이야기에 시작한 사람도 적지 않다.

부부간, 형부-처제가 하는 업소도 있다. 한 업주는 아가씨들의 통장을 자신이 관리해 준다고 말했다. "애들에게 돈 맡겨놓으면 호스트바 유흥비나 패물에 탕진해버린다. 아가씨들 돈을 잘 관리해주면 우리 집에 오래 붙어있어 서로 좋다."

이 업주는 포주가 된 것을 '최후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재기하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이야기다. "아가씨 눈치보고 챙기랴, 동네어른 눈치보랴, 우리도 정말 힘들다. 아가씨들이 몸팔아 번 돈 챙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는 동업자에 불과하다.

나도 자식한테 아빠의 직장 자랑 왜 안하고 싶겠나. 자식과 부모, 친구들에 등돌리고 산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이미 죄값을 받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김명원 사진부 기자 kmx@hk.co.kr

입력시간 2001/04/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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