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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기싸움으로 번진 개헌론

여의도 정가가 주초부터 개헌론 공방으로 시끄러웠다. 여야 의원들은 4월9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개헌론을 놓고 격돌했다.

이날 민주당 이훈평 의원은 "6ㆍ10항쟁의 산물인 5년 단임제가 장기집권의 폐단을 막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 확립에 일정한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임기말 현상 등의 폐단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동교동계 맏형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핵심 측근. 따라서 이 의원이 김중권 대표 등 당 지도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개헌론을 공식 제기한 것은 동교동계의 정국구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권오을 의원 등 한라당 의원들은 "지금은 정쟁을 중단하고 경제회생과 민생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하는 만큼 개헌논의를 할 때가 아니다"면서 "대통령 임기말 개헌은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대정부 질문 공방과는 별도로 이미 여야 내부에서는 개헌론을 둘러싼 기세싸움이 치열하다.

민주당에서는 이인제 김근태 한화갑 최고위원 등이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고 한나라당내에서는 김덕룡 박근혜 의원들이 적극적인 개헌론자에 속한다.


개헌론 둘러싼 이합집산 가능성

관심은 이 개헌론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치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냐에 있다.

개헌을 하려면 1차적으로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의 여야 구도상으로는 개헌선 확보가 어렵다. 최근 MBC와 KBS가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개헌 찬반을 조사한 결과 그 비율이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개헌선 확보 쉽지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또 개헌에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적극적으로 막는다면 여권으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론의 향배도 중요한데 아직까지 개헌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개헌 성사와는 별개로 개헌론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헌이슈는 향후 정국에 여러 가지로 형태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내 강력한 개헌론자의 한 사람인 박근혜 의원이 13일 상도동 자택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 의원과 김 전 대통령은 그 동안 매우 소원한 사이였다.

김 전 대통령이 박 의원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고 공ㆍ사석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내 후원회에 축전을 보내준 데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이 덕담이나 인사 차원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민주산악회 회원들과의 산행을 재개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박 의원은 당내에서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점차 높여가면서 차기 대선이나 차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회동에서 조심스럽게 상대방의 의중을 탐색하면서 정치적 이해의 접점을 찾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과 박 의원의 접근 배경에는 민국당 김윤환 대표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제 세력간 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김 대표는 '장사가 되는' 영남후보를 내세워 일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12일까지 계속된 대정부 질문에 이어 13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임시국회의 상임위활동은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3당연합 성사 이후 여야 역관계를 시험하는 무대가 된다.

'3여'는 과반수인 137석(민주당 115, 자민련 20, 민국당 2)을 확보, 표결로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3여, 한나라당과 국회법 개정 힘겨루기

그러나 133석의 한나라당은 자민련에서 떨어져 나온 한국신당 김용환, 무소속 강창희 의원을 끌어 들여 '133+2' 구도로 맞서고 있다. 4월7일 이회창 총재가 두 의원과 골프회동을 한 것은 이를 위한 정지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두 의원의 입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함께 골프를 쳤던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은 "드라이버도 치지 않았는데 어프로치 샷을 얘기한다"며 부인했지만 드라이버 샷에 이어 어프로치 샷도 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의 입당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그 동안 물밑에서 두 의원과 꾸준히 교감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여와 한나라당의 힘겨루기는 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기본법 등 개혁법안과 자민련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국회법개정안 처리에서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자민련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4석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한나라당 분열을 획책하는 정치적 음모라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04/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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