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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업의 재무제표를 충분히 분석하라" , "부채비율이 낮고 수익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라",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는 안심하고 투자하라."

위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내용들이다. 요컨대 현명한 투자자라면 회계법인(재무제표 감사), 신용평가회사(신용등급), 증권회사(개별종목의 수익성 분석)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성공투자의 정도(正道)로 알려졌던 이같은 원칙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증권사, 신용평가회사, 회계법인이 과거 자신들의 사적인 이해 관계에 얽혀 터무니없는 예측과 분석을 내놓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군사들 소송사태 위기

부도덕한 회계사와 회계법인들의 묵인하에 전체 상장 기업의 10%가 분식회계를 감행했으며, 신용평가도 자금난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야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뒷북치기' 평가를 해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터무니 없는 기업실적 분석을 내놓았던 일부 증권사들은 소송사태에 휘말릴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한진증권'이라는 옛 이름을 버린 메리츠증권의 경우 2000년 3월 창흥정보통신의 코스닥 등록업무를 맡으면서 그 해 매출을 372억원, 경상이익을 43억7,000만원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00년 말 결산결과 실제 매출액은 전망치의 60%인 222억원, 경상이익은 17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또 신한증권은 지난해 8월 오리엔텍의 경상이익을 15억8,000만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억9,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일 뿐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코스닥 업체인 프로칩스가 부도를 내기 40일전인 2월19일 내놓은 탐방보고서에서 "안정된 매출기반을 가진 우량기업"으로 소개하면서 매수를 추천하기 까지 했다.

외국계 증권사 역시 투자자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프랑스계 SG증권은 지난해 8월29일 리타워텍에 대해 '강력 매수'를 추천하고 목표주가를 14만9,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불과 100일이 지나 리타워텍을 둘러싸고 좋지 않은 소문이 증권가에 퍼지자 투자등급을 두 단계나 강등시키고, 목표주가를 7,600원으로 낮춰 버렸다.

증권사들의 종잡을 수 없는 분석이 계속되면서 일부에서는 소액 투자자들이 법정투쟁에 나설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소액주주 모임인 쉐어홀더스(shareholders.co.kr)와 법무법인 다우는 1999년 12월 코스닥에 등록한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코스닥 등록 주간업무를 맡았던 대신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중이다.

소송을 추진중인 법무법인 다우의 강종표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과 대신증권의 2000년 실적 추정은 명백한 부실 공시"라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99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은 주당 공모가격을 7,500원으로 산정하면서 2000년 경상이익을 2,020억3,000만원으로 추정했으나 지난해 실제 경상이익은 879억3,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강 변호사는 "아시아나항공은 공모 이후 주가가 단 한번도 공모가격(7,500원)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은 채 하락을 거듭했다"며 "아시아나항공과 대신증권은 허위 자료와 부실공시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손해를 전액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책임한 뒷북치기 기업평가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누구보다 먼저 예상하고 시장에 알려야 하는 신용평가회사들 역시 해당 기업의 자금난이 시중에 알려진 뒤에야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투자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홍익대 주상룡 교수가 최근 한국증권학회에 발표한 '회사채 신용등급 변경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1995년 1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3개 신용평가회사가 유동성 악화로 신용등급을 낮춘 323개 회사의 주가추이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하락 열흘 이전부터 이미 증시에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 교수는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의 경우 등급하락 발표 10일전 주가는 종합주가지수보다 평균 0.0106%포인트, 9일 전에는 0.014%포인트 더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의 무책임한 모습은 3월2일 부도가 난 고려산업개발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은 부도 처리 직전인 2월말 고려산업개발에 대해 "현대그룹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고려산업개발은 자구 실현에 따른 일부 차입금의 상환과 회사채 신속인수에 의한 차환 발행, 개별 채권은행의 만기연장 등으로 유동성 위험이 감소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신용등급을 '긍정적 검토'대상으로 편입시켰다.

한신정 역시 지난해 12월27일 "현대건설의 자구계획 이행과 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차입금 상환부담이 완화됐다"며 "하향 감시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우려되는 공모대란?

지난해 코스닥 등록업무를 맡았던 주요 증권사들의 부실 추정의혹에 휘말리면서 자칫 올 하반기에는 코스닥 등록업무가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실적을 부실 추정한 증권사에 대해 현행 관련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실적을 잘못 추정한 대신증권은 물론 삼성, 대우, 현대, LG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유가증권 인수업무가 5월께부터 전면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

B증권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올 하반기에는 기업공개 등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대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A증권사 관계자 역시 "지난해 코스닥 공모업무를 담당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과대 실적 추정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액 주주들이 아시아나항공과 대신증권에 대해 추진중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증권업협회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이번에도 해당 증권사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1/04/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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