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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가족풍속도- 나홀로족] "힘들지만 오기 잘했어요"

[新가족풍속도- 나홀로족] "힘들지만 오기 잘했어요"

캐나다 유학 가족 기고

'남편을 홀로 남기고 떠나 오면서'
(캐나다의 아내 박양주씨)

1월 8일 방문(Visiter) 자격으로 이 곳에 온 지 벌써 100일이 훌쩍 지났다. 우리가 있는 지역은 캐나다 나이애가라 부근에 있는 온타리오주의 세인트 캐서린(ST.CATHARINES)이라는 소도시다. 이 곳을 선택한 것은 비용 절감이 첫번째 이유였다.

캐나다는 어느 곳이나 학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생활비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남편의 경제력을 생각해 가급적이면 생활비가 덜 드는 중소 도시를 택한 것이 이 곳에 오게 된 주된 이유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곳이지만 잘 정돈된 주변 환경과 자연 경관에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


돈 생각해서 중소도시 선택

정착한 지 석달 째를 넘어서면서 막연했던 이국 생활이 조금씩 피부에 와 닿기 시작했다. 첫 달에는 시차 적응이 안 된데다 집과 살림 장만, 학교 입학 수속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서 수업 받을 과목 신청이 늦어져 엉겁결에 유학생이 거쳐야 하는 E.S.L.과 미술 체육 수학 드라마 과목을 신청했다. 집은 방 3개 짜리(이곳에서는 평수가 아닌 방수로 집세를 결정함) 아파트를 2,400달러(2개월치 선불ㆍ이하 캐나다 달러)에 얻었다. 살림 장만을 하는데도 3,000달러가 들었다.

낯선 땅에서 이런 일들을 혼자 처리하다 보니까 실수도 많이 했다. 하지만 친절하게 도와주는 이 곳 사람들을 대하면서 서서히 적응이 되고 있다.

2월부터 아이들은 학교수업을 시작했다. 한 사람 당 4과목씩을 선택해 과목당 77분씩 수업을 받는다. 처음에는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과 나는 캐나다 현지인 선생님으로부터 시간당 20달러를 주고 주 3회 영어 공부를 따로 배우고 있다.

이 곳은 학교가 꽤 먼거리에 있어 매일 직접 아이들을 차로 등ㆍ하교 시켜야 한다. 그래서 부담이 되지만 1996년형 포드 자동차를 1만2,000달러에 구입했다. 아이들을 등교 시키고 나면 시간이 남아 여러가지 레슨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30분에 15달러 하는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고 주변의 권유로 이달부터 주 1회 1시간씩 하는 골프 레슨(60달러)도 하고 있다. 서울 같으면 상상도 못하는 것이지만 이 곳에서는 그리 큰 부담이 안된다. 현지인들과 교류하면서 이 곳 문화도 익히고 영어 공부도 겸할 수 있어 유익하다.


혼자있는 남편이 안타까워

'힘들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달라진 아이들을 보면서다. 아들과 딸아이는 이곳 학교 생활에 매우 만족해 한다. 한국에서는 학교 가는 것을 마치 도살장 끌려가듯 생각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스스로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할 만큼 변했다.

학교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소수 정예의 창의적인 수업 방식, 개성을 존중하는 교사들, 다양한 문화ㆍ체육 프로그램 등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이 곳 학교에는 미술시간이나 체육 시간에 따로 준비물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깝다. 최근 큰 아이는 레슬링 하키 럭비 운동을, 딸 아이는 댄스와 수영 에어로빅을 열심히 하고 있다.

2월말 경에는 우리와 같은 처지의 유학 가정 12명이 왔다. 모두 나처럼 아이들 교육을 위해 남편을 혼자 방치(?)하고 온 사람들이다. 고국의 향수병이 몰려 올 때면 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달랜다.

이곳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언어 문제다. 아이들은 화요일과 목요일이면 각자의 스터디 그룹(학생들이 스스로 결성한 모임)에서 정해진 주제에 대해 영어로 토론을 벌인다. 이 모임은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친구를 사귀는 데도 매우 유용한 것 같다. 이 곳은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국에 두고 온 남편이다. 이 곳에서도 아이들이 잘못돼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모습을 볼 때마다 고군분투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반드시 아이들을 잘 돌봐 남편의 고생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한다. 끝으로 꼭 한번 부르고 싶은 말이 있다. '싸랑해요, 여보, 진짜 싸랑해요…'

입력시간 2001/05/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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