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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개성·고집으로 똘똘 뭉친 개혁정치가

고이즈미, 개성·고집으로 똘똘 뭉친 개혁정치가

고이즈미 총리는 개성이 강한 정치인이다. 긴 얼굴에 스스로 '사자 머리'라고 부르는 굵은 웨이브의 흐트러진 파마 머리가 곧잘 어울린다.

화합과 조정을 중시하는 자민당의 전통과는 동떨어진 언행으로 '괴짜', '외로운 늑대'등의 별명을 얻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입바른 말을 잘하고, 일단 내뱉은 말은 거두지 않아 '직언(直言) 거사', '일언(一言) 거사'로도 불렸다.

우정성 장관 시절의 경험을 담은 1994년의 저서 '우정성 해체론'에서 우편ㆍ금융ㆍ보험 등 모든 우체국 업무의 민영화를 주장한 이래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1989년 리크루트 사건 당시 후생성 장관이던 그가 나카소네 전총리의 청문회 증인 출석 논란에 대해 "스스로 걸어나오는 것이 상식있는 정치인"이라고 폭탄 선언, 나카소네총리가 "하룻강아지가 감히."라고 격노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이런 성격은 가문의 내력이자 파벌의 전통이기도 하다. 밑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의원이 되고 만주침략 당시 체신장관을 지냈던 외할아버지 마타지로(又次郞)는 온 몸에 문신을 한 '문신장관'으로 유명했다.

아버지 준야(純也)는 마타지로의 큰 딸 요시에(芳江)와 뜨거운 사이가 됐으나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하자 임의 결혼을 강행, 딸을 낳은 후 데릴사위로 들어가 정치가업을 이어받고 방위청장관까지 지냈다.

게이오(慶應)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뒤 런던대학에 유학하던 고이즈미 총리는 1969년 8월 아버지의 급서로 귀국, 12월의 선거에 나섰으나 떨어졌다. 후쿠다 당시 대장성장관의 비서로 들어가 정치 수업을 한후 1972년 집안의 표밭인 가나가와(神川)현에서 첫 금배지를 따냈으며 이후 내리 10선을 기록했다.

후쿠다 전총리의 총애로 일찌감치 파벌내 귀공자로 떠오른 것이 역대 다나카(田中)파를 숙적으로 삼아야 할 그의 운명이었다. 1983년 총선때는 선거 공약으로 '다나카파의 자민당 지배 타도'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

개인적으로는 불행도 겪었다. 그는 1978년 36세의 나이에 13세 연하인 SS제약 창업자의 손녀와 결혼했다. 아내는 그때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학 4학년생. 결혼 생활은 4년만에 끝났고, 지금은 대학생인 두 아들만 남았다.

아내와 시어머니ㆍ시누이와 와의 갈등이 파경의 주된 이유였다. 의원 부인인 어머니, 아버지때부터 의원비서로 일해 온 누나, 집안일을 책임진 누이동생 사이에서 고통을 겪는 나이 어린 아내의 모습에서 그는 결혼 알레르기를 느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결혼하는 에너지가 1이라면 이혼은 그 10배"라며 "그런 고통을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당장 퍼스트레이디를 누가 맡느냐는 걱정도 나오지만 본인은 별로 개의하지 않는 태도다.

다나카ㆍ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총리의 부인들이 퍼스트레이디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예도 있고, 그 대역을 각각 딸 마키코와 2녀 유리(由利)가 맡았었다. 그래서 비서를 맡고 있는 누나가 나설 수도 있지만 '누나 콤플렉스'가 지적되는 마당이어서 그 가능성은 낮다.

그는 3세 의원의 이미지와는 달리 소탈하고 서민적인 정치인이다. 지난해 공개된 재산 신고에 따르면 총자산은 5,014만엔에 지나지 않는다.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고 골프회원권도 없다. 야구와 스키 등 스포츠를 좋아하고 영화와 가부키 감상을 즐긴다. 대중가요에도 일가견이 있어 옛노래에서 '엑스 재팬'의 노래까지 가리지 않고 부른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1/05/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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