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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정권 성패의 열쇠는 경제회복

고이즈미 정권 성패의 열쇠는 경제회복

고이즈미 정권의 탄생은 자민당 내부의 '무혈 혁명'이라고까지 얘기된다. 그만큼 일본 정치의 변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거시적인 정치 개혁을 늦추는 이완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의 변화는 분명하게 예고되고 있다. 당내 최대 파벌인 하시모토파는 1972년 다나카 전총리의 집권 이래 당내 경쟁에서 한번도 패배한 경험이 없다. 파벌에서 총리후보를 내든가, 다른 파벌의 후보를 지원하면 반드시 뜻대로 이뤄냈다.

숫자가 많기도 했지만 파벌 영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온 '철의 단결'이 힘의 원천이었다. 이번 패배로 지난해 다케시타ㆍ오부치 전총리의 타계 이후 현저히 약해진 파벌의 구심력이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돈과 자리를 중심으로 이뤄져 온 당내 파벌 정치 전체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 가능성은 고이즈미 총리의 당직ㆍ각료 인선에서 확인됐다. 파벌 세력에 따라 숫자를 분배, 파벌 영수가 파벌내 서열에 따라 2ㆍ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는 종래의 인사 방식은 완전히 무시됐다.

대신 고이즈미 총리는 마음에 둔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으며 반응이 신통찮으면 바로 다음 후보에 전화를 걸었다. 반발도 컸지만 파벌 안배를 무시하고 자기 세력을 중심으로 당직과 각료를 짰다.

법무ㆍ외무ㆍ문부과학성 등 중요 부처를 여성에게 맡기는 등 여성 각료를 사상 최다로 늘렸고, 민간 출신 각료를 3명으로 크게 늘렸다. 하시모토 전총리조차 "나는 총리시절 하도 골치가 아파 간사장에 맡겨 버렸는데 용케도 해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대통령제식 인사를 연상시키는 이런 독주를 언제까지 계속하기는 어렵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9월의 정기 총재선거까지의 임시 총재를 뽑는 선거였다.

따라서 7월 참의원 선거의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여론에 눌려 잠자던 당내의 불만이 폭발, 단명의 총재로 끝날 수도 있다. 당내 파벌 세력 분포에 따른 이런 압력이 싫으면 중의원을 해산, 중ㆍ참의원 동시 선거를 통해 새롭게 권력 기반을 구축할 수는 있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참의원 선거 전망에 대해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최소한 자민ㆍ공명ㆍ보수당 3당으로 과반수는 획득하고 싶다"고 의욕을 비쳤다.

애초에 아득한 목표로 여겨져 온 연립 3당의 과반수 획득에 의욕을 보인 것만 해도 자민당으로서는 큰 발전이다. 적어도 참의원 선거 참패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선택된 고이즈미 정권의 효용은 확인된 셈이다.

자민당이 내부 변화를 통해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모습은 일본 정치 개혁의 지연 요소이기도 하다. 일본 정치는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자민당이 탄생한 이래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총리의 비자민ㆍ비공산 연정이 탄생하기까지 자민당 지배의 '55년 체제'를 유지해 왔다.

자민당은 1994년 사회당ㆍ사키가케와 연립, 정권에 복귀했지만 공명ㆍ보수당과의 동거가 불가피할 정도로 안정적 정치체제를 정착시키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민당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를 하면 할수록 장기적으론 양당제를 향한 정계 재편이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돼 왔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 등 야당이 고이즈미 정권의 파괴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듯이 국민의 정치 개혁 욕구도 어느 정도 자민당내의 변화에 흡수돼 버렸다. 구조개혁론 등 고이즈미의 정책이 야당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야당으로선 차별성을 보이기가 어렵게 됐다.

문제는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인 경제에서의 성공 여부이다. 고이즈미 정권 탄생 이후 주가는 일단 회복세로 돌아섰다. 미국 경제의 호황 전망도 밝은 변수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전망은 더욱 흐려지고 있다. 2000년 소비자 물가는 사상 최대폭인 0.4% 하락을 기록, 디플레이션 경향이 한결 뚜렷해졌다. 부실채권을 재빨리 정리, 금융기능을 정상화함으로써 기업의 투자의욕과 국민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야 풀리는 문제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구조개혁에 나서겠다"는 그의 정책은 자칫 기업의 연쇄도산과 대량 실업, 이에 따른 부실채권의 증가로 디플레이션 흐름을 재촉할 수도 있다.

그는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의 시한 목표 설정과 금융기관 보유 주식의 처분을 도울 주식매입기구 설립 등을 골자로 한 '긴급경제대책'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6월말에 끝나는 정기국회 기간중 관련 예산안과 법률을 정비할 계획이다.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고 그렇다고 다른 정책 대안도 없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1/05/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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