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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홈런 역사 다시 쓰겠다"

이승엽 "홈런 역사 다시 쓰겠다"

55 홈런에 재도전, 순조로운 페이스·강한 자신감 보여

55. 출범 20년째를 맞아 성인이 된 한국 프로야구는 요즘 이 숫자의 주인공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 목표에 가장 근접한 타자는 역시 '국민타자' 이승엽(25ㆍ삼성 라이온즈)이다. '슬로 스타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과 달리 초반 페이스가 괜찮은 이승엽은 2년 전 못다 이룬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기록(55개) 수립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5월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대 해태 전. 이승엽은 8회 옛 동료 박충식 투수의 직구를 노려 쳐 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120m짜리 대형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덕아웃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던 서정환 해태 수석코치는 "99년 54개 의 홈런을 날리던 시절의 폼을 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잡히는 줄 알았는데 이 공이 뻗어나가 백 스크린 상단을 때렸다"며 감탄했다.

2년 전 이승엽이 54호 홈런을 때려 냈을 때 삼성 감독이었던 서장환 코치의 시각은 누구보다도 정확한 편이라 야구 팬들까지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타격자세 수정ㆍ재수정, 홈련포 재가동

기록상으로도 이승엽의 올 시즌 홈런레이스는 예사롭지 않다. 10호 홈런을 쏘아올리는데 걸린 경기는 30게임. 2년 전 26게임에는 4게임 모자라지만 1998년 33게임보다는 빠른 페이스다.

홈런 후유증에다 선수협의회 문제까지 겹쳐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지난해 시즌 초반과는 180도 달라진 상태다. 야구 전문가들은 대체로 "5월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홈런 기록 도전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5월의 사나이'로 불릴 만큼 이승엽은 5월에 많은 홈런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5월12일 현재 7시즌 동안 개인통산 192호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이승엽이 5월에 쏘아올린 홈런 개수는 모두 47개. 24.5%를 5월에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1999년 5월에 그려냈던 15개의 아치는 월간 최다홈런 기록으로 남아 있다. 올 시즌에는 일정까지 이승엽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어 15개에 가까운 홈런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총 27경기 가운데 비교적 많은 홈런을 쏟아냈던 두산, 해태, 롯데와의 경기가 몰려 있고, 펜스거리가 짧은 대구 홈 경기도 15경기나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이승엽은 "이제는 배트스피드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승엽의 레이스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첫번째 변수는 의외로 이승엽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외다리 타법'이다. 원조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개인통산 868호 홈런을 때려내 세계 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오 사다하루(王貞治ㆍ현 다이에 호크스 감독).

1959년 와세다 실업학교 졸업 후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오 사다하루가 이듬해 타격코치 아라가와 히로시와 함께 가다듬은 타격폼이 외다리타법이다.

투수가 투구동작을 취할 때 앞다리를 들어올려 한발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다가 투수가 백스윙을 하는 순간 발을 내려놓으면서 다운스윙에 들어가는 동작이다. 왼발에 무게중심을 실을 수 있어 파워배팅이 가능하지만 타격폼이 흐트러지기 쉬워 정확도가 약한 흠이 있다.

지난해 홈런이 36개로 줄어들었고, 타율(0.293)마저 3할 아래로 떨어진 이승엽은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전지훈련 때부터 타격 폼 손질에 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오른발을 허리춤까지 들어올리지 않고 정상적인 타격 폼에 가까운 스퀘어 스탠스에 익숙해지기 위해 땀을 흘렸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 타격 폼 변경의 결과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타율은 그런대로 나왔지만 홈런포가 1개도 터지지 않은 것.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이승엽은 결국 옛 스승이던 백인천 전 감독, 박승호 SK 타격코치,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 등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다시 외다리타법. 시범경기 막판부터 다시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린 이승엽은 시즌 개막전서 시원한 홈런포를 가동시켰다. 1995년 데뷔 후 제 1호 개막전 홈런. 시범 경기 내내 오른쪽 어깨가 먼저 열리고,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약점을 노출하던 이승엽이 부활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두 번째는 팀내 중심 타선의 파괴력과 상대 투수들의 견제, 홈런왕 레이스 등 외부 변수다.

이승엽이 홈런 신기록을 세웠던 99년에 삼성은 이승엽(54홈런)_찰스 스미스(40홈런)_김기태(28홈런)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업트리오를 자랑했다.

이승엽_마해영_마르티네스로 연결되는 올 시즌 클린업트리오는 아무래도 무게가 떨어진다. 훈련량이 부족한 마해영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어 부상중인 김기태가 돌아올 때까지 상대 투수들은 이승엽을 피해갈 확률이 높다.


변화구 공략ㆍ투수견제 극복이 관건

또 몸쪽 낮은 직구와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변화구로 집중 공략하는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이승엽이 얼마나 극복할 지도 미지수다.

백인천 전 감독은 "상대 투수들이 이승엽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수들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승엽은 이에 대한 답변을 "상대 투수들 이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 장종훈(33ㆍ한화)과 펼칠 신구 홈런왕 대결은 이승엽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98년 외국인타자 타이론 우즈(두산)의 뒷심에 밀리며 홈런왕 타이틀을 놓쳤던 이승엽. 지고는 못사는 이승엽은 숨막히는 레이스를 잘 이겨내는 법까지 배우며 이듬해 홈런왕 타이틀을 되찾았다.

장종훈과의 대결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이승엽은 "종훈이 형이든지, 외국인 타자든지 경쟁자에 관계없이 내 갈 길을 분명히 가겠다"는 입장이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 노력하는 인간이다." 이승엽이 넘어야 할 홈런의 산 오 사다하루가 했던 말이다. 화교로서 일본 프로야구 최고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천부적인 자질이 아니라 땀의 대가였음을 보여주는 한마디다.

고교시절 팀의 에이스에서 좌타자로 변신하는 등 유사점이 유난히 많은 이승엽도 만만찮다. 현역 시절 '악바리'로 통하던 이정훈 전 타격코치로부터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좌우명으로 삼아버린 이승엽.

183㎝, 85㎏의 크지 않은 체구를 극복하고 홈런왕에 올랐던 이유를 이승엽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타격밸런스를 잡기 위해, 상대투수를 연구하기 위해 흘리는 땀만이 55호 홈런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것을 이승엽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2년 만에 재현해 낼 홈런신드롬을 벌써부터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정원수 체육부 기자 nobleliar@hk.co.kr

입력시간 2001/05/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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